생동하는 가을

저물어가는 해를 아쉬워할 새도 없이 활기를 띠는 전시 4.

비밀의 공간

정은모, ‘C2202’, 2022, Oil on Linen, 90×60cm.

사물이나 대상에 대한 비재현성을 중요시하는 기하추상은 서사나 이미지에 의존하지 않는 순수한 시각적 경험을 추구한다. 건축적 구조와 색상 대비, 구성 요소의 조화가 돋보이는 정은모의 기하추상 역시 이런 특징에 기반한다. 작가만의 독창성은 작품을 통해 구현한 도형 간 거리와 크기, 색면 간의 유기적 조화가 모두 그가 직접 보고 경험한 장소나 장면에서 기인했다는 점에서 드러난다. 기하추상의 기본 요소인 질서와 균형, 분할에 작가만의 은밀한 공간성을 부여한 것. 3차원의 환영은 오랜 시간 화면을 응시할 때 은근히 드러난다. 11월 9일까지, 갤러리바


REMINDER

조덕현 개인전 <므네모시네> 설치 전경.

과거 인물을 극사실적으로 재현하는 작가 조덕현은 ‘기억’이라는 키워드 아래 왜곡되고 사라진 기억의 파편을 복원해 인간의 주체와 존재감을 되살린다. 작가의 이러한 작업 방식인 ‘사진-드로잉’은 역사라는 거대 서사와 담론에 가려진 개인의 주관적 삶을 조명한다. 그리스·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기억의 여신 므네모시네를 모티프로 한 그의 개인전 <므네모시네> 역시 관람객에게 과거에 대한 모든 기억에 현재를 투사하고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부여한다. 회화 7점과 거울을 활용한 영상 작품, 골동품 오브제를 이용한 가변 설치 작품 등 신작 10점이 공개될 예정. 2025년 1월 31일까지, 엄미술관


STACK UP

애니 모리스, ‘Stack 7, Copper Blue’, 2024, Foam Core, Plaster, Sand, Pigment, Concrete, Steel, 202cm.
애니 모리스, ‘If You Could be Anyone’, 2022, Thread on Linen, 321.5×121cm.

루이 비통 재단, 상하이 포선 재단, 프로방스 샤토 라 코스트, 요크셔 조각 공원 등 대규모 전시회를 개최하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애니 모리스가 국내 첫 개인전 <애니 모리스>를 열었다. 다채로운 색채와 불규칙한 크기의 동그란 구체를 리드미컬하게 쌓아 올린 ‘스택(Stack)’ 시리즈뿐 아니라 강철 조각으로 유려한 선의 형태를 만들어 드로잉을 연상시키는 ‘꽃 여인(Flower Woman)’ 시리즈와 태피스트리 작품도 함께 선보인다. 작품 속 둥글고 부드러운 형태적 특성은 여성의 신체에서 영감 받았다. 이런 조형적 리듬감과 선명한 색감은 사산을 겪은 작가의 무상함과 상실의 슬픔과 대비되며 따듯하고 강렬한 에너지를 내뿜는다. 11월 2일까지, 더페이지갤러리


모래언덕

우에다 쇼지, ‘눈의 표면’, 1954.

초기 습작부터 생애 마지막 작품까지. 연출 사진의 선구자 우에다 쇼지의 대규모 회고전 <우에다 쇼지 모래극장>은 생전에 직접 인화한 오리지널 프린트 180여 점을 통해 그의 작품 세계를 총망라한다. 관행에서 벗어난 참신한 구도와 연극적 연출력으로 유명세를 얻은 작가는 작은 시골 마을인 돗토리현에 거주하며 지역적 풍토와 문화, 사람들을 작업에 활용했다. 거친 바닷바람에 의해 퇴적된 거대한 모래언덕을 하나의 스튜디오로 삼고, 철저히 계산한 위치에 인물을 배치해 초현실적 분위기를 풍기는 사진을 찍었다. 이는 인물뿐 아니라 정물, 풍경, 추상, 패션, 상업사진 등 작가의 생애에 걸쳐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하고 확장하며 ‘우에다조’라 불리는 독특한 사진 세계를 형성했다. 2025년 3월 2일까지, 피크닉

    사진 출처
    COURTESY OF GALLERY BATON, UM MUSEUM, PIKNIC, THE PAGE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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