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DIVE / 아트선재센터
9월의 서울이 예술로 뜨겁게 물든다. 타오르는 열기의 주역인 갤러리에게 어제와 오늘, 내일의 아트를 물었다.
아트선재센터
1998년 대우재단이 설립한 아트선재센터는 전시, 배움, 연구를 통해 양질의 문화예술을 공유한다. 1995년 열린 사전 전시 <싹>을 시작으로 미술, 디자인, 건축, 공연 등 다양한 장르의 전시를 전개한다.
아름다운 정원과 전통 한옥, 일제강점기의 영향을 받은 일본식 내부 구조, 시간이 흐르며 증축된 서양식 건물이 혼재된 아트선재센터는 그 자체로 한국의 근대성을 나타낸다. 아트선재센터 예술 감독 김선정 큐레이터가 1995년 기획한 전시 <싹>은 이런 미술관의 장소성에 개입해 이불, 최정화, 안규철, 박이소 등의 새 작업을 생산하는 프로덕션 전시로, 우리의 방향성을 제시했다고 생각한다. 그 당시 한국에서 미술관이 프로덕션 하우스로 작동하는 건 드문 일이었으며, 아트선재센터가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현대미술 작가를 지속적으로 소개할 수 있는 것 역시 단순히 완성된 작품을 디스플레이하는 수동적 공간으로 남지 않고, 작가들의 신작을 적극적으로 홍보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을 바탕으로 지난 30여 년간 아트선재센터가 꾸린 전시 프로그램이 가지는 공통점은 한국에서 소개되지 않았지만, 미술사적으로 혹은 동시대적 맥락에서 주요 작가를 한국 관객에게 최초로 소개했다는 것이다. 1998년 이불 작가의 개인전을 비롯해 한국 현대미술을 이끄는 여러 여성 작가의 첫 번째 개인전을 기획했다는 점도 중요한 의의가 있다. 가장 최근에는 한국 작가 중 최초로 올가을 테이트모던 터바인홀에서 전시를 여는 이미래 작가가 그렇다.
아트선재센터는 오랜 시간 해외 네트워킹의 주요 거점으로서의 역할을 했지만, ‘프리즈’로 인해 범위가 더 확대되고 있다고 느낀다. 특히 올해는 프리즈 라이브 프로그램 <신·경(神經)>의 기획을 맡아 의미가 남다르다. 전 세계는 극단적 갈등과 오염된 정치 언어로 인해 언어가 가진 힘이 손상되고 있다고 느낀다. 이렇게 암울한 상황 속에서 나는 시 언어가 제시하는 새로운 형태의 수행적 힘에 주목했다. 퍼포먼스 기반 예술을 통해 시 언어와 몸 언어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차연서, 제시 천, 장수미, 홍지영, 김원영&프로젝트 이인(최기섭, 라시내)은 서로 다른 종류의 퍼포먼스를 선보이지만, 문자 언어 너머 몸으로 표현 가능한 소통의 가능성을 탐구한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는 제목에서도 드러난다. 신체의 신경계 또는 신령한 길을 뜻하는 한자어의 중의적 의미를 활용해 언어 유희 전략을 펼쳤다. 언어의 한계를 넘어 몸의 다감각적 경험을 도모하고, 새로운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퍼포먼스의 예술적 전략을 반영했다. 시와 몸의 언어가 산 자와 죽은 자, 전통과 현대, 음악과 미술 같은 여러 경계를 넘나드는 공감각적 경험을 가능케 하는지 직접 느끼면 좋겠다. 한편, 한국 현대미술에서 중요한 작가 중 한 명인 서도호도 23년 만에 아트선재센터를 다시 찾는다. <서도호: 스페큘레이션스>은 다가올 세계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작가의 사유 과정을 소개한다. 완성된 결과물이 아닌 총체적 계획과 실행의 단계에 주목하는 이번 전시는 드로잉, 축소 모형, 시뮬레이션 영상으로 시각화해 하나의 건축 전시처럼 보이도록 구성했다. – 아트선재센터 부관장 문지윤
ADD 서울 종로구 율곡로3길 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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