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DIVE / 페리지홀 & 갤러리
9월의 서울이 예술로 뜨겁게 물든다. 타오르는 열기의 주역인 갤러리에게 어제와 오늘, 내일의 아트를 물었다.
페리지홀 & 갤러리
KH바텍에서 운영하는 비영리 공간. 클래식 전문 공연장인 페리지홀과 열린 전시를 위한 페리지 갤러리로 구성된다. 페리지 갤러리는 2014년 개관 이후 여러 전시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이 시각예술을 쉽게 이해하고 즐기도록 힘쓴다.
페리지갤러리는 지속가능한 공간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최근의 미술계와는 방향성이 조금 다르다. 유명 작가와 작품을 다루는 갤러리가 있다면, 한편에는 묵묵히 작은 전시를 지속하는 갤러리 역시 존재해야 한다. 페리지갤러리는 관람객이 전시장에 오랜 시간 진득하게 머물며 작가와 작품을 자세히 살펴보고 사유하는 시간을 갖길 원한다. 때문에 전시마다 수준 높은 퀄리티를 유지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1년에 5개의 전시만을 전개하고, 전시하는 작가마다 새로운 도록을 만들어 배포하는 것 역시 관객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이런 흐름은 작가를 선정하고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개관 이후 10년째 작가 34명을 소개하고 있는 <페리지 아티스트> 시리즈는 전시 2~3년 전에 작가를 미리 섭외하고, 전시와 전시 사이 한 달의 디스플레이 시간을 확보해 작가에게 여유를 준다. 더불어 10년 이상 작품 활동을 하면서 기반은 탄탄해졌지만, 더 이상 신진 작가가 아닌 40대 작가로 전시 대상을 한정했다. 비교적 전시 기회가 줄어든 작가에게 작품을 선보일 기회를 주고, 앞으로의 행보에 부담을 느끼는 이들의 새로운 도전을 지원하는 취지다. 작품은 회화, 조각, 사진, 디지털 매체 등 특정 장르에 치중하지 않고 최대한 폭넓은 형태를 취하려고 한다. 2021년 열린 손동현 작가의 개인전 <이른 봄>은 이런 페리지갤러리의 정체성과 잘 맞아떨어진다. 캐릭터화한 대상과 그라피티적 요소를 동양화로 그리는 작가의 전시를 방문했는데, 관객이 그의 작품을 회화로 읽지 않는다고 느껴 산수화를 그려볼 것을 제안했다. 동양화의 모본으로 여겨지는 ‘조춘도’를 다양한 방식으로 그리고, 어두운 전시장 안에 작품을 걸어 집중도를 높였다. 관객의 감상 태도는 사뭇 달랐고, 그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에 소장되는 뿌듯한 성과를 낳기도 했다. 35세 이하 젊은 작가를 위한 기획전 <페리지 언폴드>, 기획자와 작가를 뽑아 매칭하는 공모전 <페리지 팀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2023년부터는 대중과 작가 사이 거리감을 줄이고 좀 더 긴밀한 관계성을 형성하기 위해 작가와 일대일로 만나 대화를 나누는 ‘작가와 만나는 어느 흔한’ 프로그램도 시작했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았지만, 이를 기념하는 특별 전시는 따로 없다. 지나온 10년처럼 앞으로도 묵묵히 미술계의 한 면을 지키려 한다. – 페리지홀 & 갤러리 아트 디렉터 신승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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