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에게 정해진 수명이 있을까? 아닐지도 모른다. 식물의 생존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과 그들이 식물을 살리는 방법.

01_가든어스

가든어스는 아직 살아 있지만 폐기될 위기에 처한 식물에게 새로운 주인을 찾아주며 시작됐다. 모기업인 플랜트 디자인 스튜디오 ‘마초의 사춘기’에서 연출용으로 사용하고 남은 식물을 깨끗이 손질해 새로 심어 SNS에 올린 것. ‘중고 식물 순환’ 서비스로 불리는 이 활동은 가든어스의 대표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연출용 식물 외에 고객의 식물을 대신 중개해 분양하기도 한다. 서비스를 통해 새 주인을 만난 식물은 작년 한 해에만 106개다. 지난 연말에는 새 가족을 기다리는 식물을 안정된 환경에 입양 보내기 위해 식물 입양 파티를 열기도 했다.

플랜트 호텔 AK플라자 분당점과 플랜트 스테이션 삼방점, 그리고 여러 팝업 스토어로 구성된 가든어스. 플랜트 호텔에서는 장기간 집을 비워 보살핌 받을 수 없는 상황에 놓인 반려식물을 대신 돌본다. 병든 식물로 인해 호텔링 중인 건강한 식물까지 병충해에 노출될 수 있어 체크인 전 식물의 상태를 꼼꼼히 확인한다. 반려식물을 맡기는 고객도 식물의 건강을 안심할 수 있어 재방문율이 높다고. 플랜트 스테이션에서는 식물 관리에 필요한 도구와 굿즈를 판매한다. 예비 플로리스트의 창업을 돕는 ‘공유 꽃집’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곳이기도 하다. 직접 식물을 키우는 ‘자구심 서포터즈’는 반려식물 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지속가능한 브랜드를 지향하며 식물을 위한 서비스 외에 환경을 배려하는 종이 가방 순환 서비스, 빈 화분 순환 프로젝트 등을 제공한다.

02_그루우

식물 관리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앱) 그루우(Groo)만 있으면 전문 지식 없이도 식물을 건강하게 기를 수 있다. 물 주기 알람, 식물 검색, 식물 사전, AI 식물 진단, 상담 등 식물 관리에 필요한 것을 한데 모아 제공한다. 앱 내 커뮤니티는 식집사 간 소통의 장이다. 사용자 1만여 명(2023년 2월 기준)은 서로의 식물을 자랑하고 고민을 나누며 연대한다.

‘가드닝 스케줄’ 서비스는 그루우의 주요 스마트 서비스다. 키우는 식물을 등록하면 식물 종류에 맞춰 급수 주기와 분갈이 일정, 분무 및 가지치기 상황까지 자동 생성된다. 관리 타입별로 준비물과 튜토리얼이 준비되어 있어 사용자가 따로 검색하지 않아도 손쉽게 식물을 돌볼 수 있다. ‘AI 식물 진단’ 서비스도 편리하다. 식물을 직접 들고 이동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 실제 식물을 살펴보지 못한 채 앱에 올라오는 사진만으로 상담을 진행하기에 정확한 진단이 어려울 때도 있다. 앱에 등록된 식물 정보와 유저와의 대화로 부족함을 채운다.

최근 새롭게 선보인 AI 식물 어시스턴트 ‘식파고’에게도 도움을 받는다. 사용자가 남긴 식물 질문에 답하며 이재현(스칼렛) 가드너의 역할을 보조하는 것. 식물 가드닝을 담당하는 스칼렛은 상담 후 꾸준한 관리로 건강을 되찾은 식물을 볼 때 기쁨을 느낀다. 그가 진행하는 ‘가드닝 클럽’에서는 한 가지 식물을 함께 키우며 식물에 대한 지식을 쌓을 수 있도록 돕는다.

03_허밍그린

식물 상담소 허밍그린 이강미 대표는 본래 연남동에서 작은 가죽 공방을 운영했다. 어느 겨울날, 근처 식당 앞에 유기된 화분을 들여놓고 돌본 것이 식물 구조 활동의 시작이었다. 겨우내 가죽 공방에서 회복을 마친 화분은 이듬해 봄, 새 잎과 가지를 틔워 식당 주인의 품으로 돌아갔다. ‘죽은 식물도 살리는 금손’이라는 소문을 접한 연남동 주변 상인은 저마다의 식물을 안고 공방의 문을 두드렸고, 이에 재미를 느낀 이 대표는 본격적으로 식물 의학을 공부해 허밍그린의 문을 열었다.

키우는 식물이 아파서, 더 건강히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어서, 첫 반려식물을 신중히 선택하고 싶어서 등 이곳을 찾는 이들의 사연은 다양하다. 식물 구입과 분갈이 시기, 식물이 자라는 곳의 일조량이나 습도, 물 주는 패턴 등 기르는 식물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항목으로 구성된 질문지를 작성한 뒤 상담받을 수 있다.

이후 단계는 병원을 방문한 환자가 진료를 받는 과정과 같다. 식물 상태를 확인해 각 증상의 원인을 파악하고 치료 솔루션을 제공하는 식. 병충해를 치료하고, 식물을 들이려는 공간의 특징에 따라 잘 자랄 수 있는 식물의 종이나 분갈이 방법을 알려준다. 필요에 따라 가드닝에 필요한 각종 도구와 책도 추천받을 수 있다. 식물 상태가 좋지 않을 때는 이곳에 며칠간 케어를 맡기는 방법도 있다.

04_공덕동 식물 유치원

공덕동 재개발 단지 곳곳에는 버려진 식물이 즐비하다. 이삿짐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식물을 담장이나 화단에, 또는 화분째 버리고 가는 이들이 많은 탓이다. 도처에 유기된 식물은 공덕동 식물 유치원의 입학 대상이다. 원생들은 보송한 새 흙으로 채운 화분에 옮겨져 안정적으로 뿌리를 내릴 때까지 돌봄을 받는다. 파릇파릇한 생기를 되찾았다면 졸업할 차례가 된 것. 졸업 사진은 이곳에서 케어받은 식물이라면 응당 거쳐야 할 통과의례다. 사진을 SNS에 업로드해 아카이빙하는데, 이를 보고 입양을 문의하는 사람도 있다. 이 경우 흙값 정도 되는 소정의 비용을 받고 분양시킨다.

백수혜 원장과 구조 활동에 함께하는 멤버는 수시로 늘었다 줄었다 한다. 정해진 팀원이 있기보다는 상황에 맞게 주변 지인이나 SNS 팔로워에게 도움을 받는 편이기 때문. 온라인상에서 꾸준한 관심을 보이며 소통해온 사람들이 구조된 식물의 분양처를 알아볼 때도 많다.

매주 수요일에는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이 함께 모여 식물 이야기 모임을 연다. 날씨가 추워 구조 활동을 진행하지 못하는 겨울부터 이른 봄에 할 수 있는 일을 찾다 시작했다고. 가시나 독성이 있는 식물을 구하는 팁부터, 큰 나무를 구조하는 방법까지 다양한 정보를 주고받는다. 최근에는 뿌리나 가지 등 일부를 잘라내 땅에 꽂아 발근시키는 ‘삽목’에 대한 정보를 교류하며 큰 나무를 구조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HOW TO RESCUE PLANTS

죽은 식물과 산 식물을 구별하는 방법 살짝 흔들었을 때 지탱하고 서 있는 힘이 남아 있다면 희망을 가질 것. 위쪽의 가지를 조금 잘라서 내부 상태를 확인하는 것도 방법이다. 아주 약간의 초록빛 물줄기만 보인대도 살아날 가능성은 충분하다.

의심해야 할 증상 잎이 한두 장씩 서서히 지는 건 노화 때문이지만, 우수수 떨어지거나 물을 줘도 잎이 마르고 새순이 검게 변하는 건 아프다는 신호다. 잎의 끝부분이 타고 있다면 물을 너무 많이 주지는 않았는지, 반음지에서 자라는 식물을 직사광선 밑에 두진 않았는지 체크한다.

식물을 구하는 데 필요한 준비물 깨끗한 새 흙만 있어도 충분하다. 새로 심을 때까지 뿌리가 마르지 않도록 젖은 키친타월을 준비하는 것도 좋은 방법. 상처가 심한 식물에게 영양제는 멀리하자. 제대로 흡수하지 못해 상태가 더 나빠질 수 있다.

환절기 식물 관리법 급작스러운 온도 변화는 식물에게 스트레스를 준다. 지금 같은 환절기에 식물의 건강을 세심히 살펴야 하는 이유다. 겨우내 실내에 있던 식물은 베란다에 며칠간 두는 등 단계적으로 옮기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