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작품의 가치를 더욱 빛내는 아트 핸들러 ‘다산 아트’ 대표 유성일 인터뷰.

다산 아트를 소개해 주세요.
예술품을 전문으로 포장, 운송, 통관, 설치, 보관까지 전방위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충분한 노하우와 경험을 겸비한 전문 핸들러와 업무 관리팀으로 나누어져 작품 이동뿐 아니라 서류, 기타 자료 제공에 대한 관리까지 맡고 있습니다.

작품 운송 전문 업체의 브랜드화를 시작한 계기가 있을까요?
국제 물류를 다루는 포워딩 회사에서 수년간 일을 했고 이후 창업을 하게 되었는데 얼떨결에 청주 비엔날레 행사를 담당하게 되었어요. 그때 전 세계의 작품들을 운송하며 예술 업계의 진면목을 발견했습니다. 어떤 품목보다도 세심하고 까다롭게 다뤄져야 하고 그에 대한 전문성이 필요 한 매력적인 분야예요. 그리고 작품은 영원하니까 포장재도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하다는 측면도 좋았습니다.

작년엔 세계 3대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Frieze Seoul) 공식 운송사로 지정됐고요.
미국 거래 파트너 중 한 군데에서 프리즈 런던 본사에 다산 아트를 추천해 주셨습니다. 항상 해오던 일이지만 규모가 상당한 국제적 행사다 보니 이것저것 준비할 것들도 많았죠.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을 들여오고 판매된 제품 운송도 진행했습니다. 정말 강렬한 경험이었어요.

 

우연하게 한 아트페어에 전시된 다산 아트의 물류 운송 케이스를 발견하고 이렇게 예쁠 수 있나?’ 생각했어요. 그래서 촬영 문의드렸고요.
2021 화랑미술제의 공식 운송사로 참여했을 때 제작해 본 거예요. 실제로 사용하는 물류 케이스는 아니고 다산 아트의 특색을 보여주기 위해 아이디어를 내봤어요. 한 작가님도 이걸 보시곤 개인 쇼룸에 비치하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예쁘게 봐주셔서 다행입니다.

예술 작품을 운반하는 특수 목상자와 같은 소재로 제작하신 거죠?
네, 소재는 같아요. 고급 원목입니다. 보통은 담기는 예술 작품이 어떤 생김새를 지녔냐에 따라 달라지고 이중, 삼중 포장을 해야 하니 아주 거대해지죠. 원목의 종류도 아주 다양합니다. 항원 항습이 가능한 목상자, 충격을 흡수하는 목상자 등 여러 가지예요. 다만 나무 가루를 압착한 엠디에프(MDF)는 내구성이 떨어지고 유해 물질이 발생해서 잘 쓰지 않아요. 문화재나 고미술품 같은 경우에는 포장재에 있어서도 영향을 받거든요.

그동안 아주 많은 작품들을 핸들링 했는데 그중 기억에 남는 작업이 있을까요?
2018년 마르크 샤갈 특별전이 떠오르네요. 그 당시 샤갈의 원화를 소장자에게 대여해서 한국으로 들여왔습니다. 가액이 몇 백억 상당이고 유일무이한 명화라 훼손이 되면 세계적인 명성에 누가 되니 그에 따른 보험 절차도 아주 복잡했지요. 전문 아트 핸들러 한 사람은 그림을 담은 목상자와 상시 동행해야 했습니다. 오래된 작품이라 습도나 온도에 영향을 받고 물감에 크랙이 생길까 뮤지엄 스타일의 밀폐 포장을 진행했습니다. 겉면에 니스 칠을 한 목상자 안에 목상자를 또 짜 넣고 고무 패킹을 꼼꼼히 해서 외부 컨디션이 내부와 완전히 차단이 되게끔 하는 것이지요. 그럼 작은 작품도 포장 규모가 몇 배로 커집니다.

 

대형 구조물은 어떤가요.
작품 형태가 독특하거나 크기가 거대하면 아트 엔지니어링 서비스를 진행합니다. 작품을 지탱하는 구조물 제작과 그에 맞는 공간 디자인이 필요하기 때문이지요. 덴마크 출신 설치미술가 올라퍼 엘리아슨의 행잉 작품 6점을 전시장에 옮겨 올 때는 아티스트의 기술 팀 4명과 저희 팀 12명이 투입돼 한 달 여간 숙식하며 작업했습니다.

아트 핸들러의 책임감이 상당하겠어요.
대중들에게 아트 핸들러가 조금은 생소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작품을 직접 다루는 만큼 예술에 대한 지식도 갖춰야 하고 고도의 훈련도 필요한 직업입니다. 해외에서는 아트 핸들러를 전문적으로 키우는 아카데미도 있고, 아트 핸들러끼리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져 스터디를 한다고 해요.

일을 하다 보면 예술에 대한 애정이 절로 생기겠어요.
아티스트에게 자식과도 같은 작품인지라 하나하나 다 소중하지요. 다산 아트가 큰 전시나 고가의 작품만 취급하는 것은 아닙니다. 미술 학도나 개인적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들도 저희와 컨설팅을 거쳐 작품을 귀하게 보관했으면 좋겠어요. 값비싼 물건인 만큼 패키지도 고급스럽듯, 작품의 가치를 높이는 데 제대로 된 포장이 필요하니까요. 이와 관련해서 몇 년 전에 ‘셰어 박스’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한 적이 있어요. 제품이 판매되고 남은 목상자를 수거해서 미대생들에게 무료로 나눠주는 거지요. 자료까지 만들었었는데 생각보다 수요가 없더라고요.

 

새롭게 추진하고자 하는 프로젝트가 있나요?
‘셰어 박스’ 프로그램은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꼭 재도전해 보고 싶어요. 운송만큼이나 예술품 보관에 대한 관심이 높거든요. 한국이 아트페어의 큰 점유율을 차지하는 지금, 우리나라를 해외 갤러리 시장의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게끔 아트 수장고도 늘여갈 생각입니다. 전시 일정을 위한 임시 보관부터 개인 및 회사 요청에 따른 장기 보관, 때로는 프라이빗한 쇼룸으로 이용할 수 있죠. 보험사의 시준에 맞춰 설계된 아트 수장고는 보관 보험 가입도 가능한 관리 체계로 운영합니다. 보관이 ‘보존’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