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하게 고민하고 탐구해 비로소 나를 찾았다. 정규 앨범 <Circle>에 담긴 온유의 진심. 

데님 재킷은 꾸뛰르 노이(Couture Neu). 하프 팬츠는 생 로랑 바이 안토니 바카렐로(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실버 이어커프, 로고 코인 스몰 링은 포트레이트 리포트(Portrait Report). 네크리스는 다즐링클럽(Dazzling Club).

플리츠 울 싱글 코트. 셔츠는 꾸뛰르 노이. 슬랙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레더 슈즈는 크리스찬 루부탱(Christian Louboutin). 더블 캡 실버 링은 인비저블 꼴라주(Invisible Collage).

멀티 포켓 블루종, 멀티 포켓 쇼츠, 셔츠와 브로치는 모두 ESC 스튜디오(ESC Studio). 넥타이에 꽂은 브로치는 위부터 젬앤페블스(Jem & Pebbles). 옐로, 화이트 브로치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렇게 마주 앉으니 최근 열린 단독 콘서트 <O-NEW-NOTE>의 여운이 다시 떠오르네요.
재미있게 즐겨주셔서 감사해요. 무대를 채운다기보다는 팬들과 함께 만든다고 생각하니 임하는 마음도 표현 방법도 더 특별했어요. 솔로 앨범 <Circle>을 처음 공개하는 자리라서 잘 보여주고 싶은 욕심도 있었는데, 이 점 역시 잘 발현된 것 같아요.

콘서트 이름뿐 아니라 곡의 무드에 맞는 향을 직접 준비했어요. 향기를 주제로 한 이유가 있어요?
향에 대한 아이디어는 연출분이 내주셨어요. 예전에 한 다큐멘터리에서 본 적이 있는데, 특정 향을 맡으면 뇌가 그 시절이 기억해낸다는 이야기가 과학적으로 근거있다고 하더라고요. 팬들의 기억에 더 오래 남고 싶어서, 더 질척거려 보려고요.(웃음)

멤버들이 다 와 있더군요. 무대 위에서 객석에 앉은 멤버를 발견하니 어땠나요?
정말 큰 힘이 됐죠! 현장에서 같은 시간을 보냈다는 것만으로도 든든하더라고요. 샤이니는 언제나 제 자부심이고 동력이고 멋진 자극이니까요.

공연이 끝나고 대기실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나눴어요?
너무 가깝다 보니 서로 활동에 대해서는 별말을 하지 않거나 장난 섞인 피드백을 하는 편인데, “좋더라~”고 하더라고요. 좀 충격적이었어요.(웃음) ‘고생했다, 좋았다’는 얘기를 들으니 시작이 너무 좋았죠.

또 기억에 남는 피드백이 있어요?
중학생 때부터 알고 지낸 친한 친구인데 공연을 보고 ‘이번에 노래 좋다’는 메시지를 보내줬어요. 앨범마다 가감 없이 피드백하는 친구인데, 잠시만요 보여드릴게요! (스마트폰을 보여주며) 이렇게 수록곡까지 언급하면서 칭찬하니 ‘얘가 왜 이러지?’라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감동적이었죠. 공연과 발매 당일 라이브를 하면서 어느 때보다 생생한 피드백을 받았는데, 제 음악이 위로가 됐다는 이야기가 많았어요. 그걸로 충분해요. 제가 받은 예쁜 영향력을 돌려줄 수 있어 기뻤거든요.

이번 앨범을 정규로 내야겠다고 결심한 이유가 있어요? 가수에게 정규 앨범은 의미가 크니까요.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했어요. 온유라는 한 인간의 내면을 솔직하게 꺼내놓을 수 있을 것 같았죠. 음악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은 마음도 들었어요. 공연할 때 더 다채롭게 구성할 수도 있고요. <Circle>이 앞으로 활동하는 데에 발판이 될 것 같아요.

곡의 순서와 구성에도 의도한 부분이 있나요?
1번 트랙부터 마지막 10번 트랙까지 하나의 공연을 감상한 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곡 구성을 보며 제 기준에서 가장 듣기 좋은 순서로 배치했어요. ‘보통의 밤’이 끝나면 다시 서클로 돌아와요. 개인적으로 마음에 쏙 드는 구성이에요.

앨범 곳곳에서 욕심의 흔적이 느껴져요.
이번 앨범은 시작점을 찍고 살을 붙이기까지 흠뻑 몰입했어요. 믹싱과 마스터링도 몇 차까지 진행했는지 셀 수 없을 정도죠. 튠, 박자, 믹싱, 녹음할 때 공간감, 마스터링 등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어요. 한곳을 바라보며 여러 사람과 호흡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힘을 받았어요.

여러 사람과 긴밀한 의견을 나누다 보면 소통의 기술도 늘 것 같아요.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기 위해 어떤 방법이 효과적이던가요?
팩트를 기반으로 선을 넘지 않는 것. 사실에 근거해 이야기하다 보면 감정이 아닌 더 나은결과를 도출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요. 내 생각이 다 맞다는 자세도 버려야 하죠.

이번 앨범은 유독 가사가 좋아요. 타이틀곡 ‘O’는 특히 집중해야 할 것 같고요.
제작하면서도 가사가 너무 잘 나왔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했어요. 김이나 작사가님이 의도 파악을 잘해주셨어요. ‘O’ 듣고 떠오른 이미지와 심상을 바탕으로 가사를 적어 A&R팀에 보여드렸어요. 제가 사용한 단어나 분위기는 꽤 어두웠는데, 작사가님이 예쁘고 산뜻하게 완성해주셨어요.

녹음할 때는 어땠어요?
‘O’는 <Dice> 전부터 품어온 곡이었어요. 일본 콘서트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이거다!’라는 확신이 들어서 회사에 말씀드렸어요. 녹음 당시에는 몸이 좋지 않았어요. 일단 강행했는데 생각한 느낌과 달라 녹음해놓은 것을 엎고 다시 했어요. 모든 곡을 녹음할 때 제 의도를 정확히 전달하고 디렉션 주는 분의 의도도 확실히 이해하려고 했어요. 모든 과정에서 긴밀하게 소통했죠.

 

로고 톱은 오프화이트(Off-White). 플리츠스커트 팬츠는 꾸뛰르 노이. 글로스 슈즈, 웨이브 링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링은 인비저블 꼴라주. 플라워 브레이슬릿은 SMFK. 실버 브레이슬릿은 에이지47(AG47).

더블 원피스 칼라 셔츠는 설밤 바이 엠프티(Sulvam by Empty). 블랙 레더 팬츠는 아미. 블랙 레더 슈즈는 크리스찬 루부탱. 팔각형 펜던트 네크리스, 진주 네크리스는 다즐링클럽. 왼손의 링은 모두 오우드스튜디오(Oud Studio).

셔츠는 우영미(Wooyoungmi). 레더 팬츠는 라멀마 메종(La Mer Ma Maison). 레더 슈즈는 크리스찬 루부탱.

수록곡을 다 듣고나니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정말 다정하다는 게 느껴졌어요. 그런 시선의 뿌리는 뭘까요?
부모님에게 그렇게 배웠어요. 이번 앨범에 함께한 모든 분도 애정을 갖고 밤낮없이 생각해주셨고요. 그들이 없었다면 이 앨범은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거예요.

후회나 아쉬움은 없나요?
후회하더라도 제가 생각하고 책임질 수 있는 만큼이에요. 후회가 아예 없지는 않지만 하고 싶은 걸 모두 해냈으니 감당할 수 있어요. 제가 하고 싶은 걸 다 했다고 생각하니 가능한 일이죠.

이번 앨범에서 치유와 순환, 위로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해요. 개인적 동기가 있었을까요?
좋은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제가 저를 더 열심히 탐구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순간이 있었어요. 제가 자주 해온 말 중 하나가 ‘행복하면 좋겠다’예요. 그런데 어느 순간 막상 저를 채우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선한 영향력을 더 좋게 발휘하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더 잘 챙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온전히 존재해야 좋은 에너지를 발휘할 수 있으니까요.

더 건강하고 오래 일할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찾았네요.
제 주변에 좋은 멘토가 있어 가능한 일이죠. 부모님, 매니저 형, 함께 일하는 스태프 모두 제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공감해줬어요.

건강한 마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뭐가 필요할까요?
인정하려는 태도요. 어떤 일이든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책임지는 게 인정이라고 생각해요. 서로 생각이 다를 때는 부딪쳐보는 것도 나쁘지 않죠. 과거의 저는 누가 아무 이유 없이 ‘네 잘못이야’ 하면 ‘그래. 미안해’라고 하는 사람이었다면 이제는 ‘정말? 아닌 것 같은데?’라고 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긴 것 같아요.

내적으로 엄청난 성장을 하는 시기인가요?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이것저것 시도하고 그 속에서 접점을 찾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어요. 어떻게 보면 요즘 자기주장이 너무 강한 시기일 수 있겠네요.(웃음)

온유 씨의 MBTI인 ‘ISFP’는 모험가이자 진정한 의미의 예술가로 묘사돼요. 삶 자체가 자신을 표현하는 캔버스라고도 하던데, 더 다채로워질 작정이에요?
설레요. 스스로 내린 선택과 주장에 책임질 수 있다면, 그게 맞다는 생각이 들어요.

최근에는 어떤 부분에서 생각의 전환을 해봤어요?
제 소리요. 예전에는 ‘목소리가 좋아’라는 말보다 ‘노래를 잘한다’는 말이 좋았어요. 그래서 늘 잘한다는 칭찬을 갈망했죠. 나는 안 되는 게 너무 많다고만 생각했어요. 발성의 원리를 이해해서 노래를 정말 ‘잘’하고 싶었고요.

예술에 어떻게 원리와 원칙이 있을 수 있겠어요.
그걸 인정하지 못했던 거죠. ‘나는 안 되는 게 너무 많은데 왜 사람들은 내 목소리가 좋다고 하지?’ 여기니 칭찬을 수용하지 못했죠. 그런데 관념을 바꾸고 보니 특별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생각에 확신을 준 계기가 있었나요?
한때 이 주제에 꽂혀 팬들에게 직접 물어본 적이 있어요. ‘내 목소리의 어떤 부분이 좋아요? 내가 어떤 목소리를 냈을 때 좋은 거죠?’라고 질문했는데, 그때 돌아온 답이 ‘너니까 좋아’였어요. 이제는 나를 찾고 받아들여야겠다고 생각을 바꾸게 됐죠. 1년도 채 되지 않은 변화예요. 사람마다 지문이 다르듯 제 목소리에는 저만의 성문이 있다고 생각하기로 했어요.

겸허한 동시에 욕심쟁이네요. 이진기로서 요즘 잘 살고 있다고 느끼는 순간은 언제예요?
주위 사람을 마음껏 자랑할 수 있을 때요. 제 주변에는 좋은 사람이 많아요. “이분들이 제 앨범을 작업해주셨어요! 우리 스태프예요!”라고 마구 자랑하고 싶어요. 여러 사람이 모여 좋은 에너지를 발휘할 때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을 느껴요.

2023년이 고작 3개월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가열차게 달리고 있네요. 올해는 어떤 한 해가 펼쳐질까요?
올해 목표, 마음가짐이 작년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저를 아는 모든 분이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것, 사소한 것이라도 행복할 수 있기를 바라요. 개인적으로는 하고 싶은 것이 더 많이 생기길 바라고요. 온유로서 이진기로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