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행 중인 틱톡 패션 챌린지가 의도치 않은 순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겐 완전히 새로운 삶을 선사하는 가슴 수술에 대하여 오해와 편견을 바로잡는 창구가 된 것이죠.

 

가슴 축소 수술을 받은 지 5개월이 지난 앰버 윌리엄스는 일 년 동안 옷장에 고이 봉인되어 있던 진한 초콜릿 색 드레스를 꺼내 입었습니다. 29세의 모델 겸 사진작가인 그녀는 마지막으로 이 옷을 입어본 게 언제인지조차 기억나지 않는다고 고백했죠. 기하학적인 컷 아웃 디자인에 가슴 부분이 화려한 금 체인으로 장식된 이 드레스를 입고, 앰버는 인생 처음으로 자신의 몸이 아름답게 느껴진다고 밝혔습니다. 무려 14년 동안 간절히 바라던 가슴 축소 수술을 받기 전까지 그녀는 자신의 큰 가슴 때문에 드레스 착용 자체를 어려워했습니다. “몸매가 부각되는 드레스를 입으면 항상 과하다는 느낌을 떨쳐낼 수 없어 부적절한 의상을 착용한 기분이 들었죠.” 하지만 수술후 얇은 스트랩이 어깨를 감싸는 드레스를 입고 거울 앞에 선 그녀는 더 이상 자신의 모습이 기괴하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큰 가슴을 지탱하며 생긴 허리 통증, 학창 시절 내내 받던 끊임없는 놀림과 성희롱에서 해방된 것이죠.

틱톡에 ‘유방 축소’, ‘가슴 축소’를 검색해 보면 앰버와 비슷한 경험을 공유한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수백만 명의 틱톡 크리에이터들이 얇은 시스루 티셔츠, 오프숄더 드레스, 튜브 톱을 입고 수술 전후 모습을 세상에 드러내고 있습니다. 수술 전, 어딘가 불편해 보이는 어두운 표정의 이들은 수술 후,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바뀌었죠. 스웨덴에서 사진작가로 활동하며 가슴 축소 수술의 긍정적인 면을 영상으로 제작하는 테오 세티나는 “특정 스타일의 상의 그리고 드레스를 극도로 두려워했어요”라고 회상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세상 그 어떤 옷도 입을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죠. 더 이상 두렵지 않아요. 꿈에 그리던 옷을 드디어 입게 되었으니까요.”

신체 자존감의 즉각적인 상승

일반적으로 가슴 축소 수술은 전신 마취한 후, 유륜 주위 혹은 가슴 중앙 부위의 내부를 수직으로 절개해 조직을 잘라내는 수술입니다. 평균적으로 한쪽 가슴에 450g의 조직을 제거하게 되지만 환자에 따라 기존 가슴 사이즈와 희망 가슴 사이즈에 따라 다르죠. 레드먼 박사는 한쪽 가슴당 무려 4.5kg가량의 피부 조직을 제거한 대수술 경험이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수술을 받는 이유는 개인마다 다르지만 정신 건강 전문의와 성형외과 전문의에 따르면 “수술 후 틱톡에서 보여지는 사람들의 즐거움은 환자들에게 흔히 보이는 일반적인 반응”이라고 합니다. 레드먼 박사는 “가슴 축소 수술은 수술 중에서도 환자 만족도가 가장 높은 수술입니다”라고 덧붙였는데요. 뉴욕 피부과 전문의이자 정신 전문의 에반 라이더 박사 역시 가슴 축소 수술은 전반적인 삶의 질을 높여준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뉴욕 심리 치료사 아레산드라 탄타위 역시 에반 박사의 의견에 동의했습니다.

가슴 축소 수술의 후기

일 년이라는 긴 회복 기간이 필요한 수술이지만 마취에서 깨어난 직후, 큰 만족감을 느끼는 환자들이 대부분입니다. 회복실에서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환자를 수도 없이 만났다고 레드먼 박사는 설명했는데요. 특히 이전보다 숨 쉬는 게 수월해졌고, 어깨에 무거운 짐을 짊어진 듯한 느낌에서 해방된 것에 만족감을 느낀다고 해요. 텍사스 휴스턴에 거주하는 26세의 콘텐츠 크리에이터 아드리 콜맨은 육체가 정신에 미치는 영향을 체험했습니다. 2022년 9월, 가슴 축소 수술을 받기 전까지는 옷을 입고 집밖에 나서는 것 자체가 너무나 큰 정신적 스트레스였다고 말합니다. 창의적인 콘텐츠를 제작하는 그녀에게 패션은 취미가 아닌 생업이었지만 옷을 입는다는 것이 굉장히 불편했다고 합니다. “제 직업이 패션 인플루언서임에도 불구하고 옷 입는 게 싫었어요. 구독자들이 저에게 기대하는 일을 정작 하기 싫었죠. 오랫동안 가면을 썼어요. ‘나는 내 몸에 만족한다’라는 가면을요. 사실 그건 거짓이었지만요.”

하지만 성공적인 수술을 마친 후 콜맨은 더 이상 예전만큼 그녀 자신에게 엄격하진 않았습니다. I컵에서 C컵으로 축소하는 대수술을 견뎌냈기 때문에 무엇이든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죠. “다시 본업인 패션 인플루언서로 돌아가기 위해 시동을 걸고 있어요.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새로운 일들을 시도하려고요. 최근에는 춤을 추기 시작했어요. 활동을 하는 데 불편함을 많이 겪어 춤 추는 것도, 좌석 벨트를 매는 것도 불편했지만 이제는 훨씬 수월해졌으니까요.”

그러나 환자 본인은 만족하는데 수술에 대해 안타까움, 회의감을 표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친한 지인뿐 아니라 처음 본 사람들도 온오프라인 가리지 않고 거리낌 없이 안타까운 반응을 표출한다는 건 애석한 일이죠. 하지만 이러한 수술은 어떤 이에게 선택의 문제가 아닌, 생존의 문제일 수 있습니다. 가슴 축소 수술을 받는 데는 여러 육체적, 정신적 이유가 있기 때문이죠. “이유가 무엇이든 수술 이전의 삶은 트라우마 정도의 악몽일 수 있다”고 설명하는 휴스턴 성형 전문의 루크미니 레드남 박사의 주장처럼요.

신체적 부담 덜기

수술을 결심하기 전 콜맨은 다양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습니다. 살을 빼면 가슴도 작아질 거라고 희망하고 운동을 했죠. 하지만 별반 다를 바 없었습니다. 흔히 알려진 것과는 다르게 체중과 가슴 크기는 비례하지 않습니다. 신체 균형이 무너질 정도의 큰 가슴은 몸무게와는 무관하죠. 레드남 박사는 가슴은 유전 조직이기 때문에 호르몬 수용체와 관련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호르몬 변화는 자연적인 현상인데 여성이 사춘기에 접어들면 가슴 유선 조직이 특히 더 민감해집니다. 따라서 급격한 속도로 가슴이 발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큰 가슴은 목, 어깨 통증을 유발하기도 하지만 무게 중심을 무너뜨려 달리기와 같은 신체 활동에도 제약을 줄 수 있습니다.

영국에서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활동 중인 29세 사바나 무케시는 아무런 구애 없이 편하게 신체 활동을 하기 위해 스무 살이 되던 해 수술을 받았습니다. “대학 졸업 후 첫 여름 방학을 맞이하던 때였어요. 2학년부터는 스페인에 가서 공부할 생각이었죠. 스페인으로 떠날 때는 좀 더 편한 몸으로 가고 싶었어요. 사람들의 시선이 저에게 집중되지 않길 바랐죠.” 가슴 축소 수술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긍정적 효과가 있었냐고 묻자 그녀의 눈에 눈물이 고였습니다. 어디서부터 말을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듯 한참동안 머뭇거리던 그녀는 단순히 앉고, 걷고, 뛰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통증 없이 즐길 수 있게 되었다고 대답했어요. 현재 무케시는 매일 틱톡에 러닝 일지를 부지런히 업데이트하며 수천 명의 사람들에게 자신의 성장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러닝을 시작한 지 590일이 지난 시점까지 단 한 번도 러닝을 빼먹은 적이 없다고요. 그리고 2022년, 뉴욕시 마라톤에도 참가했습니다. 어느덧 수술을 받은 지 10년째 되는 2023년, 그녀는 런던 마라톤에도 참가할 계획을 세웠답니다.

젠더 긍정의 한 형태

유방 축소 수술과 가슴 축소 수술이라는 용어는 상호 호환해 사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두 용어에 차이점이 있습니다. 유방 크기를 줄이는 것과 가슴 조직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다르죠.  세티나처럼 논바이러리, 트렌스젠더인 경우 후자가 더 알맞은 표현일 텐데요. 라이더 박사는 트렌스젠더의 가슴 축소 수술은 자신의 성 정체성과 신체적 특성을 일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젠더 긍정의 한 형태라는 것을 언급했습니다. 성 전환을 위한 탑 수술을 의미하는 FTM 유방 제거 수술도 일반적인 수술과 절차가 동일합니다. 다만 FTM 수술의 경우 가슴 조직을 완전히 제거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죠.

28세가 되던 2022년 8월, 세티나는 가슴 축소 수술을 감행했습니다. 수년간 극심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었던 세티나는 인생 처음으로 행복감을 느꼈다고 고백합니다. 거울에 비친 몸은 마치 자신의 몸이 아닌 것 같아 이질적으로 느껴졌다고 합니다. 세티나는 “그날 강하게 이끌리는 성별에 따라 알맞은 옷을 입고 개성을 표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라고 말하며, “여성스러운 면을 표현하고 싶은 날에는 가슴이 강조되는 옷을 입고 좀 더 남성적이고 싶은 날에는 가슴을 감추곤 합니다.”라고 언급했어요.

성적 대상화에 대한 반기

윌리엄, 콜맨, 무케시, 세티나 공통적으로 순전히 자신의 가슴 때문에 성적 대상화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대중문화 속에서 가슴은 성적인 부위로 묘사되었고 큰 가슴을 가진 여성은 성적으로 문란하고 외설적이라는 편견이 자리 잡았기 때문이죠. 윌리엄은 수술 전, 직장에서 성적 대상으로 줄곧 인식되어 각종 희롱과 추파가 난무했다고 회상했습니다. “직장에 맞는 복장임에도 불구하고 도발적인 의상을 입은 것 같았죠. 평범한 사람에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옷인데도 말이에요.”라고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수술 받은 후 자신을 바라보는 상대방의 시선이 그전과는 달라졌기에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데이트를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보기 좋고’, ‘평범한’이라는 개념은 현대 사회가 지향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따라 바뀔 수 있는 유동적인 개념입니다. 알렉산드라 탄타위 박사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여성들은 항상 자신이 모자라거나 혹은 너무 과하다고 느끼게 됩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가슴이 작아지면 잦은 성희롱에서 해방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여성들도 많죠. 단지 타인에게 존중 받기 위해 그리고 안전하다고 느끼기 위해 1년 이상의 긴 회복 과정이 수반되는 대수술을 감행하는 것은 부당한 일입니다. 신체가 어떻든 존중 받을 권리가 있으니까요. 이러한 사회적 부조리를 고려할 때 가슴 축소 수술은 사회가 여성에게 가하는 일종의 ‘폭력’에 맞설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탄타위 박사의 주장은 미국의 사회적인 딜레마에 관한 것이지만 사실 이 문제는 미국에만 국한된 것은 아닙니다. 보수적인 인도 부모님 밑에서 자란 무케시 또한 “인도계인 제가 큰 가슴을 가지고 서구 사회에서 청소년기를 지낸 것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이 되시나요?”라며 “밖에선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성희롱 발언을 서슴지 않았고 집에선 엄한 부모님이 절 탓했죠. 이런 경험이 수술을 결심하는 강력한 동기가 되었습니다.”라고 고백했습니다. 한번은 술집에서 모르는 여성이 무케시를 보고 욕설을 내뱉으며 맥주병을 휘두른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처럼 따가운 눈초리를 견뎌야 했던 건 무케시만이 아닙니다. “가슴이 상대적으로 작은 사람들은 빈약하다고 조롱을 받고, 많이 발달한 사람은 ‘과하게’ 발달했다는 이유로 원하지 않는 주목을 받고 검열의 대상이 되죠. 또 아주 이른 나이부터 성적 대상화가 됩니다.”라고 탄타위 박사는 이야기했습니다. 이러한 모든 경험은 수치심, 스트레스의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성적, 심리적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어요. 모두 청소년 발달에 굉장히 유해하며 성인이 되어서도 이어져 정신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박사는 설명했습니다.

가슴 축소 수술을 받은 후

가슴 축소 수술을 받고 10년이란 시간이 지났습니다. 이제는 예전처럼 낯선 이의 적대적인 태도를 느끼지 않는다고 무케시는 얘기했습니다. 수술 전 세상은 예상하지 못한 위험이 늘 도사리는 곳이었지만 이제는 일상 생활을 그리고 여행을 좀 더 안전하게 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 내 몸매를 덜 의식하기 때문에 그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할 새로운 추억을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가슴이 큰 여성에게 찍히는 사회적 낙인을 바꿀 순 없지만 무케시의 경우, 최소한 자신의 삶은 바꿀 수 있었다고 고백합니다.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었죠. 수술 후 많은 사람이 무케시와 비슷한 경험을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이야기합니다. 콜맨 또한 수술 후 정서적 안도감을 느꼈다고 합니다. “수술 후 인생은 즐거웠습니다”라며 콜맨은 미소를 지은 채 인터뷰를 마무리했어요. “행복했던 순간은 셀 수 없을 만큼 많아요. 수술을 받기 전에는 ‘괜찮아, 이 정도면 행복한 거야’라고 생각했던 것이 손에 꼽을 정도였는데 말이죠. 더 행복해졌고 앞으로의 인생이 더욱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