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혼자 산다> 때문에 사람들이 결혼을 안 한다고? 1인 가구가 전체 가구 유형 1위를 차지하는 지금, 세상은 얼마나 바뀌고 있을까? 

예능 프로그램 <나혼자 산다>(이하 (<나혼산>)도 이제 장수 프로그램으로 불려야 한다. 2013년 3월 첫 정규 방송을 시작해 곧 10년을 내다보고 있으니 말이다. <나혼산>은 초기 독신 연예인의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는 신선한 기획으로 인기를 끌었다. 필수 조건은 혼자 살아야 한다는 것. 인터뷰에서 오프더레코드로 “<나혼산>에 나가고 싶지만 사실 혼자 살지를 않아서요”라고 말한 연예인도 여럿이었고, 출연 연예인의 하차 이유로 ‘더 이상 혼자 살지 않음’이 손꼽히는 만큼 어디까지나 혼자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한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얼마 전 한 정치인의 언급으로 화제가 됐다. 당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던 그 정치인이 저출산 문제에 대해 “<나혼산> 같은 프로그램 때문에 혼자 사는 것이 더 행복한 것으로 너무 인식돼 있는 것 같다”고 말한 것이다. “결혼하고 아이 낳는 것이 행복하다는 인식이 들 수 있게 정책도 바뀌어야 하지만 모든 언론, 종교단체, 사회단체들이 같이 하는 캠페인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한다”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여자는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야 행복하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잘 살고 있는 1인 가구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문제라니, 역시 우리나라 저출산 문제 해결은 요원해 보인다. 과연 <나혼산>은 비혼 조장 프로그램인가? 그렇다면 <우리 이혼했어요> 같은 프로그램만큼 결혼 생각이 안 드는 프로그램도 없다. 겹겹이 쌓인 상처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알아보기보다 어설픈 봉합과 화해, ‘사는 게 다 그렇다’ ‘남들도 다 그렇게 산다’로 포장되는 이런저런 내용이 결혼하고 싶은 마음을 부추길 리는 없다. 

정치인의 말쯤이야, 목적이 명확한 만큼 해프닝으로 치부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1인 가구에 대한 편견의 벽은 두껍고, 저출산 문제의 원흉으로 지목된다. 과연 그럴까? 1인 가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결은 매우 넓다. 2022년 12월 7일 통계청 사회통계국 사회통계기획과에서 배포한 자료 ‘2022 통계로 보는 1인 가구’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가구 구성에서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다. 2021년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33.4%인 716만6000가구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2인 가구가 607만7000가구로 28.3%로 그 뒤를 따른다. 연령대도 비교적 고르다. 2021년 연령대별 1인 가구는 29세 이하가 19.8%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70세 이상 18.1%, 30대 17.1%, 60대 16.4% 순이다. 그럼 이들은 왜 혼자 살까? 아직 결혼하지 않아서, 결혼할 생각이 없어서도 있지만, 이혼(16.1%)과 사별(20.5%)도 큰 비율을 차지하고, 개중에는 결혼은 했지만 일자리 등으로 따로 사는 1인 가구도 있으니 ‘1인 가구는 곧 결혼과 출산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등식은 맞지 않는다. 사람들은 누구나 한 번쯤 혼자 살고, 생애 마지막을 혼자 보낼 수 있다는 거다. 

삶의 방식은 이토록 급변하지만, 사회적 변화를 반영한 다양한 관련 정책은 요원하다. 툭 하면 나오는 ‘싱글세’ 이슈도 그렇다. 싱글은 부양가족 위주인 세금 공제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하기에 현재도 사실상 싱글세를 내는 것과 다름없다. 자녀 학자금 지원을 비롯한 사내 복지 제도 역시 4인 가족 중심으로 구성된 게 사실. 그 때문에 최근 기업들은 사내 복리후생으로 진행하는 건강검진 대상자를 ‘본인과 배우자’에서 ‘본인 외 1인’으로 바꾸는 추세다. 배우자가 없다면 부모나 형제자매, 때로는 파트너가 같은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한 거다. IBK기업은행은 결혼기념일을 맞은 직원에게 제공하던 축하 선물을 미혼 직원의 생일에 동일하게 제공하고, 미혼 직원에게도 타지로 발령된다면 기혼 직원과 동일하게 단신 격지부임 여비를 지급하기로 했다. 축의금만 빈번히 내고 아무런 혜택도 받지 못하는 싱글의 원성이 자자한 가운데, 최근 LG유플러스는 국내 주요 그룹 중 처음으로 2023년 1월 1일부터 ‘비혼 선언’을 한 직원에게 결혼 축하금과 똑같은 경조사비를 지급하기로 했다. 1인 가구가 늘고 결혼에 대한 개인의 선택권이 다양해지면서, 비혼 직원에게도 결혼과 동일한 혜택을 지급하겠다는 거다. 비혼을 선언한 직원에게 결혼 시 제공하는 사내 복지 혜택인 기본급 100%와 특별 유급 휴가 5일을 지급한다고 발표한 후 1월 2일 첫 비혼 선언 직원이 나와 동료들의 축하 댓글을 받았다고.
이런 ‘비혼 혜택’이 늘어날수록 저출산 문제가 심해질 거라는 소수 의견도 있지만, 기업과 사회의 보편적 정책으로부터 대체로 배제되는 방식은 도움이 될까? 압도적으로 늘어난 1인 가구가 안정되지 않는다면 국민의 약 3분의 1이 불안정하다는 게 된다. 삶의 다른 답, 다른 방식을 사는 사람을 더 존중할 때다. 2021년의 혼인 건수를 분석한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초혼한 여성의 절반에 가까운 49.1%는 30대였다. 적정 혼인 나이가 20대가 아닌 30대가 된 것이다. 이로써 평균 초혼 연령은 남성 33.35세, 여성 31.08세로 모두 30세를 넘어섰다. 결혼을 하든 하지 않든 혼자 지내는 기간이 모두에게 늘어나고 있다. 그러니 모두 힘껏 잘 살아야 할 일이다. 우리는 언제고 혼자일 수 있으며, 나 혼자 잘 사는 건 누구에게도 죄일 수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