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더 많은 책을 읽어야지. 새로운 다짐으로 펴는 올해 첫 책은?

<어떤 고독은 외롭지 않다> 

외로움과 고독은 다르다. 고독은 결국 우리가 평생을 안고 살아야 하는, 인간이라면 마땅히 따라붙는 그림자 같은 것. 이에 시인 메리앤 무어는 외로움을 ‘고독’으로 치유할 수 있다고 했다. ‘고독’을 주제로 한 세계적인 작가들의 시와 에세이, 단편소설 등을 한 권에 모은 앤솔로지로, 세계적인 거장 13명은 저마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고독을 견디고 즐기고 만끽하며, 때로는 예술의 자양분으로 삼고, 때로는 고독 그 자체를 탐한다. 연말연시에 읽기에는 완벽한 책. 새해에도 고독은 어김없이 우리의 친구일 것이기에. 인플루엔셜, 헨리 데이비드 소로 외 12인 지음

<소설엔 마진이 얼마나 남을까> 

소설의 마진이라는 말은 언뜻 슬퍼 보인다. 한 단어와 한 작품의 가치는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손보미, 정용준, 정지돈, 한유주, 한은형 등 소설가 23인이 쓴 소설에 대한 에세이는, 그럼에도 쓰는 사람들의 마음이기도 하다. 몇 쇄를 찍든, 몇 부가 팔리든 그 마음은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작가들의 책상과 책장, 집필 도구 등이 담긴 작업실 풍경부터 소설을 쓰기 전이나 쓰는 중에 자주 찾는 곳, 글쓰기에 영감을 준 사물과 작가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엿볼 수도 있다. 작가정신, 김사과 외 22인 지음

<누가 이 침대를 쓰고 있었든> 

띠지의 문구가 유독 눈에 띈다. ‘오직 한국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커버의 유일하고 특별한 소설집’. 미공개 작품인 줄 알고 집어 들었다가 이미 아는 작품을 보고 시무룩해질 일은 없다는 거다. 카버 재단의 승인을 받아 오직 한국에서만 출간, 한국에 소개되지 않았거나 절판된 단편 11편을 엮었다. 단편소설의 대가로 불리는 레이먼드 카버의 새로운 작품을 만나보길. 문학동네, 레이먼드 카버 지음

<마시는 사이> 

이현수는 패션 매거진과 영화 잡지에서 유려한 글을 써온 필자이자 출판사를 차려 닉 혼비, 애니 프루 등을 국내에 소개해온 워커홀릭이다. 그런 그가 갑자기 브루클린에 자리 잡게 되는데…. 뉴욕에 거주하며 <뉴욕 쇼핑 프로젝트>를 뚝딱 써내며 글쟁이의 정체성이 어디 가지 않음을 방증하기도 했지만, 이 책은 각자 자신의 쳇바퀴를 돌리며 살아온 사람이 어떻게 자신의 범위를 넓히고, 그 과정에서 어떤 사람들을 만나 연결되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그 안에 술이 콸콸콸 쏟아진다. 콜라주, 이현수 지음 

5 <이제 그것을 보았어> 

위대한 첫 문장은 자주 화제가 되지만 위대한 끝 문장은 그만큼 주목받지 못한다. 중간에 미루거나, 포기한다면 결코 알 수 없는 그것은 바로 ‘엔딩’이다. 평론가이자 독자, 관객, 관람객이기도 한 박혜진이 끝까지 지켜본 작품 52편의 엔딩과 그에 대한 생각을 적었다. <등대로> <어느 개의 죽음>부터 〈프라미싱 영 우먼〉과 같은 영화까지. 기어이 끝을 본 사람들을 위한 축하 같은 책. 난다, 박혜진 지음 

6 <절연> 

‘절연’은 연이 끊어진다는 뜻이다. 관계가 끊어질 정도면 그 안에 얼마나 많은 사연이 있을까? 작가들이라면 상상력이 뭉게뭉게 피어날 만한 주제다. 이 주제로 한국, 일본, 중국, 태국, 싱가포르 등 아시아 작가 9명이 쓴 단편소설을 묶었다. “우정의 범위를 넓혀보고 싶었다”며 소설가 정세랑이 기획한 프로젝트다. 절연 속에서 이어진 연결이 흥미롭다. 문학동네, 정세랑 외 8인 지음

7 <망각 일기> 

시와 소설, 에세이의 장르를 융합하는 세라 망구소는 ‘오늘 안에서 회복하기 위하여’ 일기를 쓴다. 그에 따르면 일기는 무엇을 생략할지, 무엇을 잊을지를 솎아내는 선택의 연속. 이것은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본능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나란히 출간된 <300개의 단상>과 <망각 일기> 중 <망각 일기>는 출산과 육아를 하게 된 작가의 사유다. 다시 말해 잊지 못할 것만 여기 남았다. 필로우, 세라 망구소 지음 

8 <a boy cuts a flower: 소년전홍>

장우철의 사진 작품을 우연히 마주칠 때마다 슬며시 웃음이 난다. 셀러브리티의 거실에, 지방 소도시의 카페 벽에, 핸드크림의 패키지에…. 그만큼 그의 사진은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당긴다. 기자였다가 지금은 사진작가이고 작가인 그가 ‘꽃’을 주제로 한 권을 묶었다. 벚꽃에서 시작해 장미와 클레마티스, 아네모네와 유도화를 거쳐 동백과 자두나무까지 철마다 꽃은 보라고 피고, 작가는 그걸 담는다. ‘소년전홍’은 혜원 신윤복의 작품 제목에서 딴 것으로, 소년이 붉은 꽃을 꺾는다는 뜻. 픽션들, 장우철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