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에서의 1박 2일. 도시의 맛과 멋을 촘촘히 느끼기 위해 가장 먼저 ATC로 향했다. 

ATC의 건물 외벽에 마련된 포토존. 각양각색의 주제를 담은 포스터로 꾸몄다.

‘강릉 필수 코스 ATC!’ 방문객의 방명록처럼 쓰이는 ATC의 벽면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문구다. ATC는 ‘애런의 관광 센터(Aaron’s Tourist Center)’의 약자다. 한마디로 소개하면, 관광 센터 콘셉트의 복합문화공간쯤 되겠다. 여행자라면 본격적인 관광을 시작하기에 앞서 ATC에 들를 이유가 있다. 짐을 보관할 수 있는 로커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 강릉역에서 버스나 택시로 10분 거리에 위치해 접근성도 뛰어나다. 양손이 가벼워졌다면 이곳에 상주하는 강릉 토박이 스태프에게 각종 명소를 추천받아 다음 행선지를 정하자. 식료품, 리빙 아이템, 의류, 책, 보드, 다이닝 공간까지 갖춘 ATC에 좀 더 머무는 것도 방법이다. 강릉에 사는 사람에게 ATC는 자신의 취향을 자유롭게 공유하는 장으로 기능한다. 강릉을 거쳐가는 여행자와 이 도시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 한데 모여 자유롭게 정보를 나누고 친목을 도모한다. 강릉 관광의 필수 코스라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애런이 누구예요?”

ATC를 찾는 이들 중 주로 외국인이 많이 하는 질문이다. 애런은 해외 브랜드 편집 매장 바이어로 일하는 ATC 김현경 대표의 남편이다. 항공사 승무원으로 세계 곳곳을 다니며 그 지역의 핫한 공간을 찾고, 좋은 음식을 맛본 김현경 대표(친구 사이에서는 ‘쿄이(Kyoi)’라는 애칭으로 통한다)는 남편의 고향인 강릉의 매력에 빠져 이곳에 ATC를 오픈했다. 서울에서 강릉까지 KTX로 2시간 남짓, 애런은 두 도시를 바삐 오가며 본업을 이어가는 중이다. 지난 7월에 오픈한 ATC는 다양한 콘텐츠로 공간을 풍성하게 채웠다. 프랑스 파리의 서점 ‘Ofr’의 설립자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렉스와 함께 강원도 여행 이야기를 비롯한 북 토크 세션을 마련했다. 뒤이어 배우 이종원의 사진전을 개최했고, 11월에는 스니커즈 마니아로 알려진 유튜버 ‘와디’와 토킹 세션을 열 예정이다. 여행과 스니커즈를 주제로, 강원도의 스니커즈 마니아까지 함께할 수 있는 유쾌한 콘텐츠를 준비 중이다. 12월에는 독립 매거진 <아침(Achim)>과 함께 크리스마스 아침을 테마로 아침 커뮤니티 멤버와 ATC 이웃 고객의 만남을 기획했다.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이자 첫 끼니인 ‘아침’을 주제로 한 대화가 오가며 어떤 기록을 남길지 기대를 모은다. 2023년에도 이어질 다양한 콘텐츠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추후 공지할 예정이다.

 

1 ATC는 전국에서 공수한 제품들로 구성된 수비니어 숍과 짐을 맡아주는 로커 서비스, 여행 정보를 제공하는 원스톱 데스티네이션이다.
2 ‘쿄이’로 통하는 ATC 김현경 대표.
3 여름이면 강릉으로 서퍼족이 몰려든다. ATC 로고를 입은 서핑보드는 수작업으로 만들었다.
4 9월 가드닝 팝업을 시작으로 매달 북 토크, 사진전 등 다양한 기획을 진행하고 있다.

먹고 마시고 공유하기

ATC 건물 외벽에는 ‘I Love GN’이라는 문구와 각양각색의 포스터로 벽면을 채운 포토존이 있다. ATC 로고는 열쇠고리에서 영감 받아 완성했다. 이를 들고 지인에게 포스터 작업을 의뢰한 것이 포토존의 시작이었다. 이후 9월 가드닝 팝업 당시 만든 포스터와 ATC의 단골 주제인 ‘여행’을 테마로 한 포스터를 차곡차곡 아카이빙했다. 앞으로도 기획할 다양한 테마에 맞춰 포스터를 제작해 벽면을 빼곡히 채우려 한다. 김현경 대표는 “이 공간을 가꾸는 일은 곧 더 많은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곳으로서의 기반을 다지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ATC를 찾은 일요일 오후, 6개 남짓한 테이블에는 어린아이와 함께 온 가족, 모녀와 이모로 보이는 세 여자, 연신 셀카를 찍느라 바쁜 커플이 저마다 다른 메뉴를 즐기고 있었다. 점심과 저녁 메뉴가 다르고, 시즌에 따라서도 바뀐다. 대표 메뉴로는 광어 트러플 카르파초와 참기름 감자떡 & 루콜라를 꼽을 수 있겠다. 주로 강원도에서 수확한 식재료를 활용한다. 페스토와 당근 라페, 보늬밤 조림 등은 직접 만들어 별도로 판매하기도 한다. 내추럴 와인부터 컨벤셔널 와인까지, 와인 셀렉션에도 전문성이 느껴진다. 

기념품점은 관광 센터에서 빠질 수 없는 재미다. ATC의 수비니어 숍은 전국 각지에서 독특한 미감을 지닌 굿즈를 찾아 컬렉션을 꾸준히 확장하고 있다. 직접 디자인한 굿즈 중에서는 ATC 로고를 담은 티 세트가 인기다. ATC×이악크래프트 와인 버킷은 세라미스트가 손으로 빚은 와인 칠러로, 화병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ATC 모자는 생선, 레몬, 사과 등 근처 중앙시장에서 볼 수 있는 작물에서 영감 받았다. 로컬 사이에서는 끽비어컴퍼니가 캐리오버로 소개하는 기본 맥주와 월간으로 선보이는 ‘꿀꺽’과 ‘스밈’ 맥주도 화제다. 서울 한남동에서 공수한 슈퍼 럭키 201 마켓의 네잎클로버 컬렉션은 디스플레이되자마자 반응이 뜨겁다. 

시선 닿는 곳 대부분이 아름다우니 풍경을 감상하기만 해도 좋지만, 도시를 제대로 즐기려면 맛있는 음식이 빠질 수 없다. 시간을 절약하고 싶다면 ATC에서 맛집 리스트를 문의할 것. 한식부터 분식, 양식, 커피, 와인 숍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직접 계획을 세워도 좋고, 코스 형식으로 추천받을 수도 있다. 나는 후자를 택했다. 가장 먼저 한우 정육 식당과 전 맛집으로 향했다. 라테로는 전국에서 손꼽힐 만한 카페와 강릉의 자랑인 테라로사 본점에서 여유로운 티타임도 가졌다, 다음 날 방문한 초당 순부두 맛집과 한적한 산책 코스 모두 대만족! ATC의 추천 코스 덕에 강릉에서의 1박 2일을 알차게 보낼 수 있었다. ATC 게시판에 기록된 방문객의 추천 리스트에도 유용한 정보가 많으니 꼼꼼히 살펴보기를.

 

INTERVIEW | 쿄이에게 묻다

강릉에서 수확한 식재료로 만든 음식이 눈에 띈다. 메뉴 구성과 요리는 직접 하나?
일을 그만두고 갖게 된 휴식기에 요리의 매력에 빠졌다. 인스턴트식품과 불규칙한 식사가 불가피했던 승무원 시절, 재료의 특징을 세심히 살피고 요리의 과정을 즐기게 된 것이 계기일 수도 있겠다. ATC의 메뉴는 계절에 따라 다르게 준비한다. 강원도에서 먹었던 음식이 내게 남긴 추억을 손님과도 공유하고 싶어 이곳에서 나는 재료를 활용하려고 한다. 

계단으로 올라오는 길에는 배우 이종원의 사진이 전시되어 있고, 숍 내부에는 프랑스 파리와 서울 한남동, 국내 도시 곳곳에서 들여온 패션과 리빙 아이템이 진열되어 있다. 이 모든 기록을 관통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서로 다른 시선으로 써 내려간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 누군가의 기록을 보며 감동하고 기뻐하고 분노하고 슬퍼하는 공감의 과정은 내 영감의 원천이다. 이야기를 공유하는 것도 좋아한다. ATC의 콘셉트와 숍에서 판매하는 제품에 대해 물어보는 이들이 많아 소개 글을 붙여놨는데, 이것이 또 다른 대화의 소재가 되기도 해 흥미롭다. 

강릉을 궁금해하는 이들에게는 어떤 정보를 제공하고 있나?
이곳 로컬에게 강릉의 곳곳에 대해 질문한 내용을 게시판에 적어두었다. 보드에는 방문객이 남긴 여행 팁도 있다. ATC의 스태프는 모두 이곳에서 살아온 토박이들이라 직접 물어봐도 좋다. ATC가 공들여 선별한 맛집 리스트도 공유하고 있으니 자유롭게 요구하기를.(웃음) 추천하는 장소나 관광 코스에 대한 피드백도 언제나 환영이다.

ATC에서 소개할 콘텐츠를 선별하는 기준이 있나?
아무래도 공감대를 자극하는 콘텐츠에 한 번 더 눈길이 간다. 이곳을 찾는 사람에게 내 취향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설레는 일인가. 누군가의 이야기가 마음에 와닿는다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이 공간을 채우는 일이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ATC에 직접 와봐야만 하는 이유는 뭘까?
강릉에 있으니까! 강릉은 매력적이라 사랑할 수밖에 없는 도시다. 온 김에 ATC를 꼭 들러주면 좋겠다.(웃음) 이곳에서는 다양한 사람의 여행 스토리를 들여다볼 수 있으니 도시를 새로운 관점에서 다시 추억할 거리를 만들 수 있다. 강릉 로컬에게도 여행자의 시선에서 이곳을 방문해보라 권한다. 

강릉을 어떻게 소개하고 싶나?
강릉이 고향인 남편과 그의 지인 덕에 이곳에 편하게 스며들었다. 이 지역 사람은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것처럼 친밀하게 느껴지도록 만드는 재주가 있다. 지나가는 길에 우연히 들른 상점에서 만난 사장님은 스스럼 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 음식 이야기도 꼭 하고 싶다. 과하게 멋 부리지 않는 심플한 도시라는 인상은 음식에도 적용된다. 자극적이지 않은 맛이 묘하게 중독적이다. 

바다도 빼놓을 수 없다. 강릉 바다, 언제 가장 아름다운가?
ATC 오픈을 준비하는 동안 새벽마다 남편과 바다 산책을 즐겼다. 요즘도 출근 전에는 바다에 들르는 편이다. 고요한 아침 바다의 말간 색이 아름다워 넋 놓고 바라보게 된다. 일과를 시작하기 전에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바다를 볼 수 있다니. 아직도 종종 다른 나라로 여행 온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