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 다이닝 요리 뺨치는 디저트의 향연. 

 ON THE WHOLE | GARDEN ICE CREAM

온더홀은 주문과 동시에 두 장의 종이를 손에 쥐여준다. 한 장에는 감정과 관련된 단어, 다른 장에는 맛을 표현하는 단어가 쓰여 있다. 온더홀에서의 순간이 소중한 추억이 되기를 바라서 준비한 장치다. 이런 섬세함은 메뉴에도 반영된다. 아이스크림을 주문하면 울창한 정원이 배달되기도 하니까. 대지의 역할을 하는 건 매일 만드는 바질 아이스크림이다. 매운맛은 흐려지고 상쾌함과 달콤함이 지배적이다. 그 위로 치즈 튀일, 크럼블과 술빵이 어우러진다. 입안으로 향긋함이 쏟아지고 고소한 풍미가 코끝을 스친다. 

 

ALICE PROJECT | CHESTNUT&SOURDOUGH

고수,파슬리,월계수잎,비트, 사워크림….앨리스프로젝트의메뉴에사용되는재료는디저트의전형과거리가멀다.재료의경계없이접시위해창조한다양한디저트는다이닝과페이스트리신을두루경험한 파티시에앨리스의강점이다.밤과사워도우를주제로한플레이트디저트역시유쾌한상상이더해졌다.접시바닥에깔린페이스트는밤과발사믹식초를섞어완성했고 그위로사워도우로만든아이스크림을올렸다.달콤함과부드러움사이로긴장을늦출수없는시큼함이묘미다.

 

CULTURE CITIZEN SEOUL | BUTTERNUT SQUASH 

문화시민 서울의 이관우 파티시에는 버터넛 스쿼시를 위해 이 작품을 빚었다. 땅콩, 서양배와 닮은 버터넛 스쿼시는 산뜻한 단맛을 내는 호박의 한 종류다. 아이스크림으로 환생한 호박이 자작하게 깔린 완두콩 앙글레이즈드와 옥수수 무스, 카다이프 위에 안착했다. 꿀을 첨가한 벌집 모양의 튀일은 경쾌한 식감을 책임진다. 처음 포크와 스푼을 들었을 때는 완두콩 앙글레이즈드 소스와 옥수수 무스, 카다이프를 한 입에 넣고, 그 이후에는 와르르 무너트려 입안 가득 다채로운 맛을 채우길.

 

LATIGE CHRISTMAS TREE 

평온한 크리스마스트리의 속은 발칙한 모험의 결실로 채워졌다. 피스타치오와 딸기라는 디저트계 필승 조합에 서승덕 파티시에의 도전 정신이 더해진 덕분이다. 벨벳만큼 부드러운 피스타치오 무스는 딸기 쥬레, 피스타치오 가나슈와 다쿠아즈를 품었다. 재료 하나하나 존재감을 뽐내는 정교한 맛과 텍스처는 따로 또 같이의 미학으로 발현된다. 일단 포크를 들고 나면 트리 모양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기보다 정복한다는 마음으로 휘두를 것.

 

LATIGE MELLOW 

라티지의 디저트는 클래식이다. 정직하고 정교하게 디저트를 만들며 과감한 도전도 즐긴다. 말차를 활용해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던 지난 시즌의 베르에 이어 이번에는 호지차를 택했다. 더 그윽하고 깊어진 맛을 탐닉하며 선택한 호지차와 유자의 만남은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유자 크렘과 가나슈와 더해졌어도 호지차의 향은 혀에 와락 안긴다. 지나치게 부드럽지도 딱딱하지도 않은 타르트쉘까지 아쉬움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정교함이 돋보인다. 

 

ON THE WHOLE | WHITE PAVLOVA 

파블로바는 애초에 한 사람만을 위한 디저트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레리나 안나 파블로바를 위해 한 호텔 셰프가 구운 머랭 위에 생크림과 각종 과일을 올려 완성한 것이 유래다. 극진한 대접을 상징하기도 하는 이 디저트를 온더홀은 무려 세 버전으로 만들었다. 그중 크림치즈 무스와 생크림, 멜론 위로 코코넛 머랭 샤드로 덮은 형태의 화이트 파블로바는 가장 예술적인 형태다. 패션프루츠 시럽을 곁들이면 고소함과 상쾌함의 경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