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지겹도록 마주한 레티놀 성분 이야기. 그간 안정성, 자극 등 논란을 겪으며 도마 위에 오르다가 어느샌가 홀연히 자취를 감췄다. 그리고 지금, 레티놀이 호기롭게 재도약을 알려왔다. 독보적인 기술력을 등에 업고.

레티놀의 과거와 현재 

몇 달 전부터 뷰티 브랜드에서 앞다퉈 레티놀 신제품을 쏟아냈다. 덩달아 레티놀의 천연 대체재로 알려진 바쿠치올까지 재조명받고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레티놀 성분의 히스토리부터 화려한 날개를 달아준 +α까지 낱낱이 파헤쳐봤다. 

레티놀의 역사는 고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비타민 A의 일종인 레티놀은 고대 그리스 히포크라테스가 사용했을 만큼 효과적 성분이라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이후 1990년대, 미국에서 여드름을 개선하는 치료 목적으로 사용했는데, 이때 레티놀을 도포한 피부 주변에 주름과 탄력이 차오르는 걸 발견하면서 본격적으로 뷰티 업계에 상용화됐다. 레티놀이 피부세포를 활성화해 콜라겐 생성을 촉진하고 콜라겐 분해 효소를 억제함은 물론, 히알루론산과 헤파린 등 수분을 끌어당기는 역할까지 해 피부를 탄탄하게 만들어준 것. 그야말로 스킨케어의 혁신이었으며, 곧 ‘젊음의 묘약’으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이는 오래가지 못했다.
레티놀 성분이 빛, 산소, 수분 등 모든 외부 환경에 취약한 탓이었다. 적정 함량이나 농도를 벗어나면 자극을 유발하고, 개인별 피부 손상도에 따라 예측하기 힘든 부작용도 생겼다. 그렇게 레티놀은 외면당했지만 뛰어난 효과를 버릴 수 없기에 발전에 발전을 거듭했다. 변덕스럽고 제품화하기 어려운 성분인 레티놀을 대신해 레티놀과 화학적으로 유사한 구조를 지니고 비슷한 작용을 하는 ‘레티닐팔미테이트’ ‘레티닐아세테이트’ 등으로! 레티놀 유도체는 일반적으로 레티놀에 비해 자극이 덜하고 안정적이었으나, 흡수력이 낮아 다소 효능이 떨어지는 단점을 보였다. 몇 년 전부터는 바쿠치올 성분이 그 자리를 꿰차기 시작했다. 항산화·항염증 효과가 있어서 약초 치료를 하는 데 사용해온 바쿠치올씨 오일에서 추출한 성분이다. 레티놀과 화학 구조는 다르지만 콜라겐 상향 조절로 이어지는 세포 경로와 유전자 표적 활동이 유사하다. 게다가 레티놀처럼 빛에 까다롭지 않고 장시간 사용했을 때도 안전성이 우수했다. 정확히 모든 면에서 완벽해 보이던 바쿠치올이었으나 기대만큼 큰 파급력을 가져오지는 못했다.
왜일까? 추측건대 가장 큰 이유는 짧은 역사다. 앞서 레티놀의 구구절절한 역사를 설명했지만, 바쿠치올은 그에 비해 성분의 역사와 입증 기간이 현저히 짧다. 순하고 안전한 자연 유래 성분임에도 모든 피부에 맞는 건 아니기에 경미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데, 이는 자연스럽게 바쿠치올의 신뢰도에 영향을 줬다. 소비자는 바쿠치올을 위한 추가적 연구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낀 듯하다. 결국 다시 레티놀이 뜨고 있다. 

혁신의 레티놀 + α 

최근 글로벌 뷰티 브랜드부터 K-뷰티 브랜드까지 차별화한 기술력을 앞세운 레티놀 제품을 선보이는 중이다. 레티놀 성분 안정화를 위해 환상의 짝꿍을 배합하거나 텍스처에 변화를 주는 등 노하우를 관전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먼저 레티놀에 또 다른 성분을 추가, 안정화에 성공한 브랜드부터 만나보자. 

프리메라는 리브랜딩과 동시에 레티놀을 내세운 ‘유스 래디언스 비타티놀 세럼’을 공개했다. “아모레퍼시픽의 독보적 레티놀 안정화 기술을 바탕으로 레티놀과 비타민 C 성분을 함께 담았습니다. 피부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효능을 높일 수 있는 최적의 비율을 찾아냈죠.” 아모레퍼시픽 프리메라팀 이규림의 설명이다. 실제로 프리메라의 레티놀 신제품은 수많은 고객 테스트를 거쳐 제품화에 성공했으며, 피부 자극과 제품 효능의 관계를 유기적으로 고려해 레티놀에 비타민 C를 결합했다. 또 토니모리는 레티놀에 바쿠치올, 펩타이드 성분을 더한 새로운 ‘레드 레티놀’ 라인을 선보였다. “토니모리만의 독자적 기술력으로 레티놀, 바쿠치올, 펩타이드를 결합한 레티놀 테크™ 성분을 만들었습니다. 여기에 피부 생기를 책임지는 레드에너지콤플렉스를 비롯해 병풀 추출물 등 진정에 효과적인 성분까지 포함했어요.” 토니모리 마케팅팀 권해인의 말처럼 레드 레티놀 라인은 피부 진정 및 자극 완화에 특화되어 있다.
그런가 하면 새로운 레티놀 원료를 적용한 브랜드도 있다. 아떼는 3세대 비건 레티놀이라 불리는 레티노익산을 적용한 ‘바이탈 에이 프라임™ 레티놀 앰플’을 출시했다. “흔히 아는 1세대 레티놀 원료는 효과가 크지만 자극이 심했습니다. 이후 자극이 덜한 2세대 레티놀 유도체는 효과가 떨어졌죠. 아떼는 1세대 원료의 효과와 2세대 원료의 안전성을 모두 갖춘 3세대 비건 레티놀 원료에 주목했어요.” LF 코스메틱사업부 아떼 BM 김선화는 아떼의 제품이 레티놀 입문자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순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텍스처의 변화를 꾀한 브랜드도 있다. 키엘은 레티놀을 핵심 성분으로 한 ‘스킨 리뉴잉 마이크로- 도즈 세럼’을 론칭하면서 자사만의 비법으로 흡수력 높고 발림성 좋은 텍스처를 구현했다.
끊임없이 가능성을 비추는 레티놀과 계속 안정화를 시도하는 브랜드의 행보가 반가울 따름이다. 여러 고난을 겪고도 슬로에이징 시장을 점령하고 있는 레티놀, 이제 그 진화를 직접 경험할 일만 남았다. 

 

PRODUCTS WITH RETINOL

1 프리메라의 유스 래디언스 비타티놀 세럼 15g 3만5천원.
2 토니모리의 레드레티놀 0.1% 링클 멀티 크림 50ml 6만8천원.
키엘의 스킨 리뉴잉 마이크로-도즈 세럼 50ml 11만8천원대.
4 아떼의 바이탈 에이 프라임™ 레티놀 앰플 30ml 5만5천원.

 

HOW TO USE RETINOL RETINOL

1 레티놀 제품을 처음 경험하거나, 민감성 피부라면 일주일에 두세 번 간헐적으로, 소량씩 사용하다가 점진적으로 그 양을 늘려가야 자극을 줄일 수 있다.
2 레티놀 성분은 햇빛을 받으면 산화작용을 일으켜 광과민성 반응을 유발하기 쉽다. 가급적 밤에 사용하고, 낮에는 SPF30 이상의 자외선 차단제를 덧바르자.
3 pH 농도가 높은 클렌저로 세안한 뒤 레티놀을 바르면 효과가 반감된다. 약산성 토너로 피부의 적정 pH 밸런스를 맞춘 뒤 사용해야 한다.
4 피부가 레티놀 성분을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데 약 2주, 피부에 유효한 효과를 보이기까지는 4~12주가 소요될 수 있다.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애용하자.
5 레티놀은 과다 사용 시 태아의 선천성 기형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임산부거나 수유 중, 임신을 계획 중이라면 레티놀 제품은 삼가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