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 색이 만개하는 가을의 절정, 영혼을 적시는 11월의 전시.

Jacques Villegle, ‘Place Maurice Quentin’, 1975, Maple Leafs on Canvas, 154×121.5cm, Courtesy Gallery GP & N Vallois.

Jacques Villegle, ‘Operation Quimperoise – Piscine de Penhars – Le Quartier’, 2006, Maple Leafs on Canvas, 123×121cm.

뒤뷔페 그리고 빌레글레

전화 통화를 하며 끄적인 그림, 어린아이나 정신병을 앓는 이들이 그린 낙서도 ‘예술’이라는 지위를 획득할 수 있을까? 다수가 의문을 품을 때 장 뒤뷔페는 기꺼이 ‘Oui’라고 답한다. 미술이라는 세계에 씌워진 관습과 고정된 미의식을 통렬히 깨뜨리는 사조, ‘아르 브뤼(Art Brut)’를 창시한 실험미술의 거장 장 뒤뷔페가 12년 만에 서울에서 전시 <뒤뷔페 그리고 빌레글레>를 연다. 뒤뷔페의 작품 중 대중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은 ‘우를루프(L’Hourloupe)’ 연작 시리즈와 초기작을 비롯해 67점을 선보인다. 프랑스어로 늑대의 울음소리를 뜻하는 우를루프는 ‘길들여지지 않는 야생성’ ‘순수하고 원시적인 상태’를 뜻하며, 뒤뷔페의 독보적 조형 스타일을 나타내는 말이다. 그의 열렬한 팬이자 ‘우를루프’로 긴밀히 연결된 예술적 동지 ‘자크 빌레글레’의 작품도 함께 전시된다. 2023년 1월 31일까지, 소마미술관. 

 

Georges Henri Rouault, ‘하느님, 당신의 사랑으로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1923, Engraving Printing, 57.2×42cm.

조르주 루오의 위로 

20세기 유일한 종교 화가이자 마티스, 피카소와 함께 동시대 거장으로 꼽히는 조르주 루오가 13년 만에 한국 땅을 밟았다. 파리 퐁피두 센터와 루오 재단이 소장한 작품 200여 점을 <인간의 고귀함을 지킨 화가 조르주 루오>에서 선보인다. 고난과 역경으로 점철된 고단한 삶을 깊이 위로하는 그의 작품 세계는 종교의 차이를 뛰어넘는 통찰을 선사한다. 조르주 루오가 생전에 사용한 붓, 팔레트 등 유품, 그리고 그의 예술 철학과 화풍에서 영향 받은 한국 근현대 작가의 작업도 함께 만날 수 있다. 2023년 1월 29일까지, 전남도립미술관.

 

곽인탄, ‘Flat Study 7’, 2022, Resin, Acrylic and Wood, 110×110×13cm.

곽인탄, ‘Palette 2’, 2022, Resin, Water Paint and Acrylic, 134×51×32cm.

캔버스가 된 조각

지난여름 SeMA 북서울미술관에서 개최된 전시 <조각충동>과 아트페어 <키아프>에서 성공적으로 데뷔한 곽인탄의 개인전 <팔레트(Palette)>가 열린다. ‘동시대가 주목하는 젊은 한국 조각가’에 꼽힌 곽인탄은 2차원의 회화와 3차원의 조각을 분방하게 뒤섞는 독특한 작업으로 유명해졌다. 금속 뼈대 위에 전통적 조각의 소재인 점토와 레진으로 형태를 만들고, 그 위에 다채로운 컬러의 물감을 덧발라 완성한 조형물은 판타지 영화에서 튀어나온 듯 기괴하고 독특한 형태를 띤다. 작가가 ‘팔레트 작업’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 작품은 ‘회화 조각’이라는 실험적 시도로 조각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한다. 11월 5일까지, 공근혜갤러리.

 

ob, ‘Sandbox’, 2022, Oil and Oil Pastel on Canvas, 130.3×194cm.

개인을 위한 유토피아

소셜미디어와 비디오게임 등 디지털 환경 속에서 성장한 MZ세대에게 ‘예술’이 갖는 의미는 뭘까? 일본에서 SNS 세대와 함께 부상한 작가 ob는 그 답을 꿰뚫는다. “사회적 환경과는 상관없이, 개인의 사적 이야기가 그 가치를 인정받기를 원한다”는 ob의 작품 세계가 한국에서 펼쳐진다. 페로탕 뉴욕을 거쳐, 페로탕 서울에 상륙한 ob의 전시 <미니어처 가든> 속에는 큰 눈, 거의 보이지 않는 작은 입을 가진 몽환적인 여자아이가 연달아 등장한다. 작가는 인간의 복잡한 감정 구조를 파헤치면서 타인과의 만남, 상호작용을 통해 정서적 성장을 이루는 울타리로서 ‘정원’이라는 공간을 제시한다. 11월 19일까지, 페로탕 삼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