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죽을 연애따위>에서 이다희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사랑을 말한다.

블랙 튜브톱 드레스는 스포트막스(Sportmax). 볼캡은 이자벨마랑(Isabel Marant). 귀고리는 루이 비통(Louis Vuitton).

아우터, 블랙 톱, 쇼츠는 모두 에트로(Etro). 부츠는 메종마레(Masion Marais).

트렌치코트와 후드는 지방시(Givenchy).

아까 화보 찍으러 오는 게 아니라 이미 화보 찍고 있는 줄 알았어요. 룩이 완벽하던데요?
예전에는 다 갖춰 입고 다니는 걸 좋아했는데, 이제 나이를 좀 먹었는지 힘들더라고요. 촬영 때문에 장거리를 왔다 갔다 하니까 트레이닝복 위주로 입게 돼요. 근데 딱 하나, 화보나 광고 촬영할 때는 늘 어느 정도 갖춰 입고 와요. 보여주기 위해서는 아니고요.(웃음)

텐션을 끌어올리는 준비운동인가요?
옷을 입을 때부터 기분이 좋아지니까요. 촬영장에 가면 멋지게 꾸며주실 걸 알지만, 집에서 나갈 때부터 그렇게 입고 가는 게 좋더라고요.

드라마 <얼어죽을 연애따위>가 막 시작했는데, 어때요? 많이 긴장되나요?
최근에는 사전 제작 드라마에 많이 참여했어요. <루카: 더 비기닝>도, 아직 공개되지 않은 <아일랜드>도, 사전 제작이었고요. 지금은 촬영하면서 반응을 보니까 조금 부담되기는 해요. 시청률 스타트가 생각보다 저조했거든요. ‘이게 왜 이럴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고, 처음엔 마음이 조금은 복잡했어요. 시청률에 연연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사람 욕심이 그게 잘 안 되는 거 같아요. 제가 감독님한테 그랬어요. 이제 올라갈 일만 남은 거라고, 이럴수록 힘내서 해야 한다고요.

그게 주연배우의 책임감이겠죠. 드라마 대사에도 나왔지만, 시청률이 1%만 나와도 50만 명이 보잖아요? 적은 숫자가 아니죠.
와! 진짜 저희 드라마를 보셨군요? 맞아요. 시작이 좋진 않았지만 다음 회에 좀 오르기는 했어요.(웃음)

세상에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사람이라면 늘 고민하는 일일 거예요. 보는 사람이 몇 명이든, 봐주는 사람이 있다면 좋은 콘텐츠를 만들고 싶은 거죠.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정말 힘이 되는 말이에요.

예능 피디인 구여름 역할을 해보니 어때요? 곧 예능 리얼리티를 맡게 되는데요.
제가 예능 프로 <솔로지옥>을 해봤잖아요. 요즘은 피디님, 작가님들 각자의 개성이 엄청 뚜렷해요. 피디 역할이라고 했을 때 항상 피곤에 절어 있고, 그런 느낌의 캐릭터를 표현하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연기는 배우가 잘해야 하지만, 그럼에도 캐릭터를 너무 뻔하게 표현하는 건 싫다는 고민을 하게 되더라고요.

프로그램 이름이 <사랑의 왕국>인데, 의미심장하네요.
동물의 왕국, 사랑의 왕국! 사랑에는 본능적인 게 있잖아요. 여름이와 정반대되는 인물이 강채리 피디인데 소시오패스에 가까워요. 시청률만 생각하고 상대방에게 공감을 잘 못하죠. 반면 여름이는 다른 사람을 많이 생각하거든요. 저와 어떤 접점이 있지 않은 캐릭터는 표현할 자신이 없는데, 여름이가 얘기하는 감정이나 대사에 저도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서 좋았어요.

어떤 부분에 제일 끌렸어요?
‘로맨틱 코미디(로코)’라는 장르 자체를 하고 싶은 게 제일 컸어요. 한번 끌어가보고 싶었어요.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나 <뷰티 인사이드>도 로코적인 요소가 있었지만, <얼어죽을 연애따위>는 현실에서 있을 법한 로코였죠. 공감되는 대사가 많았고 재훈(최시원 분)과 하는 신이 정말 재미있었어요.

 

니트와 스커트, 부츠는 모두 프라다(Prada). 목걸이는 이스트인디고×아몬즈 (Eastindigo×Amondz). 반지는 쿼르코어×아몬즈 (Quarqor×Amondz).

브라운 톱과 데님 팬츠, 슈즈는 모두 펜디(Fendi). 귀고리는 스로어×아몬즈 (Thre.er×Amondz). 반지는 아프로즈×아몬즈 (Aphrose×Amondz).

실제로도 로코 보는 걸 좋아해요?
그냥 가볍게 보기에 너무 좋잖아요. 먼저 <아일랜드>를 촬영했는데, 판타지물이고 좀 무겁다 보니까 가볍게 내가 즐길 만한 작품을 하고 싶었거든요.

한때는 드라마라고 하면 죄다 로코였는데, 요즘은 오히려 귀해졌어요.
맞아요. 특히 요즘 같은 계절에는 연애하고 싶다거나 설레는 감정이 그리워지잖아요? 저는 사랑보다는 일하는 시간이 행복했거든요. 그러면서 나이를 먹고 보니 아무 생각 없이 좋아하는 사람한테 들이대는 그런 것도 어려운 일 같더라고요. 작가님이 제게 캐릭터를 설명해주실 때 그 부분을 말씀하셨는데, 정말 공감이 되는 거예요.

극 중 구여름은 서른일곱이죠? 그쯤 되면 연애할 에너지가 없어져요.
하하하. 저와 여름이도 한 살 차이니까 또래인 거죠. 그런 면에서 공감도 되고 현장이 그냥 되게 좋아요. 시원이가 워낙 옆에서 잘 챙겨주고요. 지금 시기의 저한테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 같아요.

드라마도, 예능도 많이 경험했는데, 만약 둘 중 하나를 해야 한다면 드라마 피디를 할 거 같아요? 아니면 예능 피디를 할 거 같아요?
예능 피디요. 드라마는 대본 안에 갇혀 있는 부분이 있는데, 예능은 다를 것 같아요. 극 중 연애 프로인 <사랑의 왕국>도 곧 나오지만, 실제 프로인 <솔로지옥>만 보더라도 사람의 감정이라는 게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르고 돌발 상황이 생기기도 하고, 예측할 수 없는 재미가 있는 거 같거든요. 어떻게 보면 그런 게 한 편의 드라마가 될 수도 있고요. 재미있을 거 같아요.

구여름은 인간적이고 책임감도 있죠. 그런 사람 어때요?
너무 좋죠. 여름이의 그런 부분이 저를 더 좋게 만드는 것 같아요, <얼어죽을 연애따위> 하면서 동생들이, 후배들이 다가오고 손 편지 써서 비타민 같은 걸 챙겨주는데 너무 고마워요. 내가 이 친구들한테 여름이 같은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책임감이 더 생겨요. 후배들을 보호하고 챙겨줘야 할 거 같고요.

일하는 태도에 대해 말한 게 인상적이에요. 공감해요?
그것도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저도 지금 이 일을 하면서도 한 번씩 그런 생각을 하거든요? 위만 보면 정말 나는 한없이 올라가야 하는데, 꿈을 이룬 건 정말 감사한 일이니까요. 겸손해져야죠.

로코는 감정선이 중요하잖아요. 전 남친이 돌아오고, 오랜 남사친이 등장하죠. 그런 상황을 마주하면 어떨 것 같아요?
여자와 남자 사이에 그렇게까지 붙어 있는데 계속 친구일 수가 있나? 그래서 어떻게 보면 이게 판타지일 수도 있겠다 했어요.(웃음) 갑자기 전 남친이 찾아왔을 때 여름이가 느낀 건 전 남친과 사랑했던 자신의 빛나는 시절이 아닐까. 내가 그때 그 사람을 사랑한 건지, 그때 내 모습을 사랑한 건지, 추억을 사랑하는 건지 헷갈리잖아요. 다시 이 사람을 만나면 빛날 수 있을 거 같고, 그런 감정이 아닐까 싶어요. 요즘 연애 프로그램이 아주 인기라는데, 그런 감정 때문 아닐까요?

올해는 어떻게 보냈어요?
올해요? 작년부터 그냥 소처럼 일만 했어요.(웃음) 잠깐 제주도에서 고립된 생활을 하면서 깨달았어요. 저는 집이라는 곳이 주는 편안함이 있어야 충전이 되거든요. 한동안 그러질 못했죠. 지난 4~5월에 제주도 생활을 정리한 뒤 <얼어죽을 연애따위> 촬영을 시작했고, 근데 또 집에 오면 좋을 줄 알았는데 와보니까 집에 있을 시간이 없고요. <얼어죽을 연애따위>가 끝나면 좀 쉬려고요.

 

톱과 데님 팬츠는 펜디.

트렌치코트, 이너로 입은 후드, 와이드 팬츠, 슈즈, 이어커프는 모두 지방시.

곧 새 드라마 <아일랜드>도 시작하죠?
12월에 공개될 예정이에요. 재벌 3세로 걸크러시한 역할인데, 그 안에서 또 굉장한 힘을 갖고 있어요. 과거에 도 스토리가 있고요.

하하. 재벌 전문 배우라고 해도 되겠어요.
좀 더 다양한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 고민도 많이 했어요. 제가 가진 이미지에서 벗어나면 사람들의 공감을 얻기 힘들다는 걸 알았죠. 연기 변신을 하고 싶은 제 욕심이었던 거 같아요.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어요?
제가 가진 것 안에서 좀 다양한 시도를 하는 거죠. 사이코패스 같은 빌런 역할은 한번 해보고 싶어요. 정말 차갑고 피도 눈물도 없는…. <킬링 이브>를 재미있게 봤거든요. 센 캐릭터에 한번 도전해보고 싶은 게, 배우로서 지금의 욕심이에요.

요즘은 그래도 여성 빌런이 많이 늘었어요.
여성이 주가 되는 작품도 많아지고, 기회도 더 많이 생겼어요. 예전에는 키가 크다는 이유 때문에 늘 거절당하고, 기회를 얻기 힘들었거든요. 시간이 흘러서 제가 작품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키가 너무 커’ ‘너는 너무 모델 같은 느낌이라 옆에 남자가 서면 안 어울려’ 같은 얘기 자주 들었거든요. 그래서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랑 <뷰티 인사이드> 찍을 때 진짜 행복했어요. 안재현도 크고, 이재욱이도 크니까 그때는 저도 힐을 신을 수 있었죠.(웃음) 요즘은 여성 배우도 키가 큰데, 예전엔 정말 드물었거든요.

시간이 흘러가면서 자리를 찾고 있네요. 역시 기다리면 때가 오나 봐요.
그래서 항상 열심히 하고 스스로를 내려놓으면 안 돼요. 언제 올지 모르는 그 기회를 잡으려고 늘 준비하고, 자기 관리도 잘해놔야 하고요.

오늘 화보의 의상은 꽤 과감했는데, 오늘도 때가 잘 맞은 걸까요?
저는 화보 촬영할 때는 무한대로 열려 있거든요. 드라마나 공식 석상에서는 과한 의상이 보기에 불편하잖아요. 다양한 의상을 입고, 콘셉트를 소화하는 게 화보에서만 할 수 있는 장점이죠. 멋있게 나올 수 있고 새롭게 도전할 수 있는 옷들. 진짜 언제 입어보겠어요? 그런 것들이 다 즐거워요. 오늘은 다른 모습이라 더 좋았어요..

또 어떤 작품을 기다리고 있어요?
아까 말한 빌런 같은 역할이 아니라면, 작품으로는 그 안에 따듯함이 있는 작품을 하고 싶어요. 나이가 좀 있다 보니 그런 작품에 끌리는 것도 있어요. 연기하면서 좋은 에너지를 받을 수 있는 그런 작품을 하고 싶어요. 그런데 제가 하고 싶은 건 감독님이 원하지 않고, 저를 원하는 작품은 제가 또 당기지가 않고요.

하하. 그것도 연애 같네요.
그러니까요. 제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꽤 있어요. 하지만 거기서 오는 재미도 있어요. 뭔가 좀 쫄깃쫄깃하거든요. 얼마 전에는 제가 원하는 작품을 놓쳤는데, 괜찮아요. 제가 보기에도 다른 배우가 더 잘 어울렸어요.(웃음) 그럴 때면 ‘난 다른 거 해서 보여주면 돼!’라고 생각해요. 늘 다음이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