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사진에 담긴 남윤수가 빛과 어둠에 갇히기는커녕 선명한 제 빛을 내뿜던 깊은 밤.

다크 브라운 니트, 다크 브라운 니트 점프슈트, 블랙 부츠는 모두 살바토레 페라가모(Salvatore Ferragamo).

엠브로이더리 톱, 블랙 팬츠는 발렌티노(Valentino).

니트는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

블랙 플라워 엠브로이더리 재킷, 팬츠, 블랙 시스루 톱, 블랙 스터드 스니커즈는 모두 발렌티노.

<엠카운트다운> 생방송은 잘하고 왔어요?
아시잖아요. 늘 하던 대로, 그렇게 딱 하고 왔습니다.

생방송 진행을 맡은 지 벌써 일 년 반이 넘었더군요. 한번 뭘 시작하면 꾸준히 하는 편인가요?
음악 방송 MC의 특성상 미리 기간을 정해두지 않아요. 상황에 따라 오래 할 수도, 짧게 할 수도 있는 시스템인 거죠. 저는 그냥 하면 하니까요. 그래서 지금까지 있어요. 꽤 오래 했죠. 

음악 방송 특유의 에너지가 있을 것 같은데, 어때요?
아이돌들이 지니고 있는 에너지는 진짜 엄청난 것 같아요. 그 기에 눌릴 때도, 기를 받을 때도 있고 그래요. 생방송 특성상 시작하기 전까지는 진이 빠지고 피곤할 때도 있는데, 막상 방송 들어가고 무대를 함께하면 텐션이 올라가요. 저도 모르게 막 흥분할 때도 있고요. 아직 그 여파가 남아 있는 거 같지 않아요? 이거 일종의 직업병인가 봐요. 

오늘이 세 번째 만남인데 화보 촬영을 끝내고 단둘이 마주하면 늘 이렇게 자정이 훌쩍 지나 있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끝으로 본 게 지난겨울이죠? 얼마 안 된 거 같은데 벌써 더운 여름이고. 와, 시간 진짜 빠르다. 저 이러다가 금방 서른 되겠어요.(웃음) 

아직 창창한 스물여섯인데 뭘 또 그래요?
이렇게 일하다 보면 몇 년 또 훌쩍 흘러가니까요. 체력도 예전만 못해요, 진짜. 

그러고 보니 지난 몇 년간 쉬지 않고 열심히 일했죠.
늘 괜찮을 줄 알았는데 최근에 몸이 딱 신호를 보내더라고요. 만성 위염도 있고 (입을 벌리며) 여기 구내염도 보실래요? 다래끼까지 올라오기 시작했어요. 

저런. 이 시간에 인터뷰해도 괜찮겠어요?
그런 뜻으로 말한 거 아닌데.(웃음) 상관없어요. 아무리 그래도 할 건 해야죠.

윤수 씨와의 인터뷰는 늘 이렇게 돼요. 예상하지 않은 방향으로 흐르는데 싫지 않죠.
뭘 또 새삼스럽게.(웃음) 형식적인 질문도 싫고 거기에 막 대단히 모범적인 답변을 하지 못한다는 거 아시잖아요. 사실 이 시간쯤 되면 저도 제가 무슨 생각으로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몰라요. 순간순간 생각나는 대로 편하게 말하는 거예요. 그래서 재밌잖아요. 안 그래요? 

왜 이렇게 살이 빠졌어요?
<오늘의 웹툰> 촬영 들어가기 전에 관리를 좀 했어요. 근데 본격적인 촬영이 시작되니 살이 저절로 쭉쭉 빠지더라고요. 이럴 줄 알았으면 사전에 다이어트하지 말 걸 그랬어요.(웃음) 

촬영이 고단해요?
제가 요즘 좀 예민해서 그런 것 같아요. 밥도 잘 안 먹혀요. 촬영 일정이 빡빡하거든요. 거의 생방송처럼 찍어서 내보내는 식이라서요.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싶은데 현실적인 이유로 아쉬움을 남기고 넘어갈 때가 많아요. 잘하고는 싶은데 마음은 급하고 시간은 부족하고 그럴 때 있잖아요. 속상한 거. 

그동안 항상 다 괜찮다고 웃어 보인 것 같은데, 오늘 같은 얼굴과 말은 좀 의외네요.
진짜 잘하고 싶어서 그래요. 올해의 마지막 작품으로 생각해서 더 그런가 봐요. 지금도 막 머리가 아파요. 윽. 

그래도 속마음을 드러내는 변화는 긍정적이라고 생각해요. 원래 잘 감추는 편이라고 했잖아요. 드라마 잘 보고 있어요. 본방으로 봐요. “남윤수 잘한다!” 그러면서.
‘소소잼’이라고, <오늘의 웹툰>은 소소한 재미가 매력적인 작품이에요. 편하게 누워서 피식거리면서 보기 좋아요. 요즘에 그런 게 잘 없잖아요. 

 

블랙 테일 코트, 화이트 실크 셔츠, 블랙 팬츠는 모두 펜디(Fendi).

아이보리 하이넥 니트 톱은 드리스 반 노튼 바이 분더샵 맨(Dries Van Noten by Boontheshop Man).

블랙 피코트, 블랙 패턴 폴로 톱, 블랙 실크 오버올, 블랙 앵클부츠는 모두 프라다(Prada).

그나저나 그새 얼굴이 또 변한 것도 같고요. 살이 빠져서 그런가.
그래요? 저는 제 얼굴이 맨날 똑같아 보이는데 거참 이상하네요. 그냥 느낌적인 느낌 아니에요?

촬영할 때 모니터를 보는데, 전보다 눈은 깊어지고 태도는 깔끔해졌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화보가 마음에 들었어요? 그러면 좋겠는데. 저는 체감하지는 못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업그레이드되는 거 아닐까요? 이렇게 흑백으로만 화보를 찍은 건 처음인 것 같아요. 저는 좋았어요. 속이 다 비치는 시스루 옷도 처음이고요. 그걸 진짜 입으라고 할 줄은 몰랐지만.

남윤수는 거뜬히 소화하고도 남을 거라는 확신이 있으니까.
원래 더 확 할 수 있었는데 오늘은 좀 참았어요. 한꺼번에 다 보여주면 재미없잖아요. 절제미, 알죠?(웃음) 근데 솔직히 저 좀 민망했어요. 근데 한 거예요. 하라고 하니까.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때로는 아무 생각 없이 그냥 할 때 더 좋은 게 나오는 법이죠.
오, 그건 진짜 맞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연기도 그렇거든요. 너무 치열하게 계산할 때보다 무의식적으로 뭐가 툭 튀어나올 때가 있는데, 그게 더 좋을 때가 있어요. 훨씬 자연스럽고. 자연스러운 게 제일 멋있잖아요.

근데 평소에 뭘 막 계산하기는 해요?
못하죠. 안 하죠.(웃음) 본능적으로. 뭔가 유난히 ‘케미’가 좋은 날이 있잖아요. 오늘 그랬어요.

주로 어떤 사람, 어떤 상황에서 그런 ‘케미’를 느껴요?
지금 같은 상황? 이런 대화를 할 때요. 촬영 다 끝내고 좀 나른한 상태에서 형식적이지 않은 소소한 대화를 나눌 때요.

남윤수의 시간이 이렇게 흘러가고 있다는 게 느껴져요.
이번 작품 끝나면 모처럼 좀 길게 쉴 생각인데요. 그 시간을 보내고 나면 그때는 아마 좀 많이 달라져 있을 것 같아요. 뭔가 그런 느낌이 팍 와요.

뭐하면서 쉴 생각이에요?
저는 계획 같은 거 안 해요. 여행 좀 가고 캠핑이나 다녀야죠. 그때그때 마음 가는 대로. 인생에 계획이 없어요. 하하. 어떻게든 되겠죠, 뭐. 그런 마음으로 어디로든 떠날 작정이에요.

산? 아니면 바다?
저는 바다는 별로. 무조건 산으로 가야죠.

바다보다 산이 좋은 이유는 뭐예요?
물에 들어가지 않는 이상 바다는 그냥 바다잖아요. 근데 산에는 나무도 있고 계곡도 있고 벌레도 있고 짐승도 있고 이슬도 있고, 뭐가 정말 많아요. 보고 듣고 만지고 느끼고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게 더 풍성해서 좋아요.

<오늘의 웹툰>은 이제 방영 초반인데, 촬영은 언제 끝나요?
40일 정도 남았어요. 마지막 촬영일로 디데이 알람 설정을 해둬서 정확히 알아요.(웃음) 분량으로 치면 아직 절반 정도가 남았거든요. 그거 생각하면 막막하죠. 언제 다 찍나. 8월 말까지는 쉬는 날도 없어요.

잡지도 그렇고 웹툰도 그렇고 제아무리 불가능해 보이는 마감도 결국 끝이 나기는 해요. 마감은 그래서 마감이니까요.
그날을 기대하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끝나자마자 바로 술 마시러 갈 거예요. 아주 많이 마실 거예요.(웃음)

만취할 자격이 충분하다고 봅니다.
저 진짜 그래도 되겠죠? 생각만으로도 진짜 너무 좋아요. 크으.

요즘 좋아하는 건 뭐예요? 남윤수가 재미를 느끼는 거.
여전히 조용히 집에 누워 있는 게 좋아요. 그게 제일 재미있어요. 요즘엔 그럴 시간도 없지만요. 그냥 하는 말 아니고 진심인데, 오늘 같은 화보 촬영할 때도 재미있고요. 에너지를 받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갖고 싶은 건 없어요? 열심히 일했으니 돈 좀 써줘야죠.
자동차? 허세는 아니고, 제가 캠핑을 좋아하니까 캠핑용 차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그냥 픽업트럭도 괜찮고 지프 같은 것도 좋고요. 근데 돈은 없어요.(웃음)

새벽 2시가 다 된 마당에 갑자기 궁금한 건데, 윤수 씨는 아침에 어때요?
아무 생각이 없어요. 아침에는 다 그렇지 않아요? 몽롱하게 그냥 이렇게 늘어져 있어요.

다음에 만날 때는 이른 아침에 윤수 씨가 좋아하는 순대국밥에 소주를 반주로 두고 뭘 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침술의 매력, 알죠?
와, 완전 좋아요! 유명한 맛집 돌아다니면서 촬영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는 거 어때요. 그건 진짜 ‘꿀’ 촬영이다. 술은 제가 준비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