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으로 / 나운동
뚜벅이 여행자에게 군산만 한 곳이 없다. 도심과 바다를 모두 누빈 군산에서의 1박 2일.
요즘 군산
군산 근대문화거리는 군산의 오랜 관광명소였다. 잔존하는 일제강점기의 건축물 공간에 근대미술관과 근대건축관 등이 들어섰다. 식민지배의 수탈 공간이 명소가 되었으니 둘러보는 내내 아이러니를 곱씹게 된다. 관람료가 무료이고, 전시가 크지 않아 가볍게 둘러보기에 좋다. 조금 새로운 공간이 궁금해져 째보선창으로 떠났다. 한때 어선들이 가득 차고 군산의 중심지였던 이곳은 이제 쇠퇴한 구도심이 되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변화는 으레 이런 곳에서 다시 시작되지 않나. 건물 통째로 배포 좋게 자리 잡은 군산비어포트는 군산 지역 특산 수제 맥주를 맛볼 수 있는 브루어리 체험 공간이다. 청년들이 만든 로컬 브루어리 네 개가 입점해 있는데, 모두 군산에서 난 밀로 빚은 맥주를 선보인다. 오픈한 지 반 년이 조금 넘었지만 주말이면 꽤 북적이는 새로운 관광명소로 떠올랐다. 홉의 향이 훅 들어오는 라거, 향긋함을 넘어 쿰쿰함까지 느껴지는 에일,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듯한 흑맥주까지 젊은 기세로 만든 맥주인 만큼 제각각 개성이 강하다. 모든 맥주는 자유롭게 무료 시음이 가능한 것도 좋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어선이 걸린 금강 하구를 바라보며 호기롭게 시킨 샘플러를 차례로 맛봤다. 이성당에서 산 야채빵을 슬쩍 곁들이니 제법 잘 어울린다.
군산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위해 고심했다. 물짜장과 고슬고슬한 볶음밥, 탕수육을 넘어선 ‘덴뿌라’로 유명한 로컬 맛집 형제반점에 갈 것인가, 군산과는 생뚱맞지만 그래서 더 궁금한 프랑스 가정식을 맛볼 것인가. 고민의 무게를 덜어주기 위함인지, 형제반점의 문은 이미 굳게 닫혀 있었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프렌치 전문점 개화당을 찾았다. 고풍스러운 듯 사랑스러운 분위기 탓인지 괜스레 더 교양을 챙기며 식기를 조심조심 다루게 되는 묘한 곳이었다. 6시간 넘게 끓여 포크만으로 잘릴 정도로 부드러운 뵈프 부르기뇽과 신선한 올리브유의 향미와 얇게 썬 채소의 식감이 즐거운 라따뚜이까지 정성이 깃든 요리가 연이어 나왔다. 실제로 이곳의 테이블웨어와 티웨어는 모두 50년이 넘은 프랑스 빈티지 식기라는 말에, 군산에 왔다 저 멀리 프랑스까지 슬쩍 맛본 기분에 들뜬 저녁 식사를 마쳤다. 일몰 후 물빛다리에 조명이 켜져 더욱 빛나는 은파호수공원을 산책하고 뒤늦게 터미널로 향한다. “호수공원 옆 군산 벚꽃길도 보셨어요? 군산은 원래 봄에 제일 예뻐요.” 택시 기사의 말에 군산을 다시 찾을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도심과 바다를 모두 누빈 군산에서의 더 많은 스토리가 궁금하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