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 좋은 이들이 찾아내 남몰래 숨겨둔, 어떤 향수 이야기. 

1 리토우의 리퀴드 퍼퓸 알렌 EDP | 50ml 15만2천원.
“언젠가 친구에게서 제 취향의 향이 스쳤어요. 프리지어, 아카시아 꽃이 가득한 정원에 서 있는 것 같은 향인데, 워터리함이 더해져서 청량하기까지 하더라고요. 리토우의 알렌 핸드크림 향이었죠. 찾아봤더니 일본 브랜드이고 같은 향의 향수, 샴푸 등 종류도 다양했어요. 마침 일본 여행을 앞두고 있을 때라 같은 향의 향수 몇 병을 구매해왔죠. 5년째 사용하고 있는데 이 제품만큼은 떨어지기 전에 미리 사둬야 안심이 돼요.”
– 장세현(<리빙센스> 에디터)

2 클라이브 크리스찬의 오리지널 컬렉션 트래블 세트 마스큘린 + EDP | 10ml × 3개 29만원대.
“영국에서 클라이브 크리스찬의 오리지널 + 시리즈를 시향했어요. 그땐 톱노트가 강해서 지나쳤는데 갈수록 잔향이 너무 좋은 거예요. 한국에 돌아온 뒤라 아쉬워하다가 구매 대행으로 주문했죠. 이 향수는 톱, 미들, 베이스 노트의 존재감이 확연히 느껴져요. 처음엔 스파이시하지만 갑자기 향긋한 재스민 꽃향이 올라오고 마지막엔 달큰한 바닐라 향이 감돌거든요.” – 박규빈(프리랜스 헤어 아티스트)

3 오르티지아 시칠리아의 베르가모트 퍼퓸 롤 – 온 EDP | 10ml 2만4천원대.
“친한 선배가 시칠리아 여행 후 선물로 오르티지아 시칠리아의 샴푸를 건넸어요. 향이 인상 깊어서 홈페이지에 들어가니 향수도 있더라고요. 한국 직배송이 가능하길래 시향하는 셈치고 작은 향수 몇 가지를 구매했어요. 그중 베르가모트 향이 가장 맘에 들었죠. 싱그러운 베르가모트에 나뭇잎, 감귤 껍질의 쌉싸래한 향이 더해져서 마냥 상큼하지만은 않은 점이 좋아요. 롤온 타입이라 내킬 때마다 팔뚝에 슥슥 바르기도 편하고요.”
– 김찬룡(<풀사이드> 에디터)

4 MDCI의 라 벨 헬레네 EDP | 75ml 30만원.
“파리의 한 편집숍에서 보틀에 이끌려 MDCI 향수를 집어 들었어요. ‘라 벨 헬레네’라는 이름도 흥미로웠죠. 서양배로 만든 프랑스 디저트에서 따왔더라고요. 그래서인지 각양각색의 향이 뒤섞이는 게 마치 맛있는 식재료가 입안에서 어우러지는 디저트 같기도 해요. 가벼운 린넨 셔츠를 하나 걸쳐 입고 봄나들이 가서 달달한 디저트를 먹는 상상을 하면 딱 맞을 거예요.” – 심영준(쎈스프래그런스 대표)

5 올팩티브 스튜디오의 오토포트레이트 EDP | 100ml 16만원.
“마스터 퍼퓨머 나탈리 로슨을 좋아하는데 이 향수를 시향하자마자 그녀의 발망 향수가 떠올랐어요. 연필을 깎을 때 나는 정적인 우디 향이더라고요. 알고 보니 정말 같은 퍼퓨머의 작품이었죠. 제 후각이 자연스럽게 눈치챈 거예요. 더 반가웠어요. 보통 우디 향은 묵직해서 호불호가 갈리지만, 이 제품은 어느 한구석도 과하지 않아요. 나무의 향을 차분하게 전달하죠.” – 김정숙(메종 드 파팡 매니저)

6 피에르 프래그런스의 비올라 EDP | 50ml 17만2천원.
“비건 향수에 대해 알게 되면서 자연의 추출물만을 사용하는 피에르 프래그런스에 빠졌어요. 특히 비올라는 향만으로 ‘비건’이 떠오를 만큼 묘한 매력이 있죠. 색으로 묘사하면 초록색에 가까운 연두색, 음식에 빗대자면 신선하고 건강한 샐러드 같은 향이에요. 요즘같이 화창한 봄날, 청량한 컬러의 의상을 꺼내 입고 발목에 한번 뿌려주면 걸음까지 경쾌해지는 기분이에요.” – 박소현(더한섬닷컴 콘텐츠 에디터)

7 데 필르 아 라 바닐의 디암브레 EDP | 100ml 10만6천원대.
“스물한 살, 유럽 배낭여행 중 파리를 걷다가 빈티지풍의 편집숍을 보고 홀린 듯이 들어갔어요. 그곳에서 디암브레를 발견했죠. 미묘한 향들이 마구 뒤섞인 느낌이 새로웠어요. 웨이브 헤어를 늘어뜨리고 매니시한 헤링본 롱 코트를 차려입은, 고저택에 살 것만 같은 여인이 떠올랐죠. 당시에는 그런 향이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 싶었나 봐요. 지금은 아니지만 이 향수는 그 시절의 저를 담고 있어 더 애착이 가요.” – 최윤주(프리랜스 메이크업 아티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