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손글씨 스티커, 할머니가 직접 그린 토끼와 꽃그림, 내 할머니가 해주었던 다정한 덕담들이 굿즈로 태어났다. 신이어마켙은 폐지 줍는 시니어와 함께 굿즈를 만들어 수익과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사회적 기업이다. 

심 현 보 

신이어마켙 대표 

신이어마켙은 언제 어떻게 시작했나?
모기업은 아립앤위립이라는, ‘인생꿀팁’이라는 브랜드를 해온 예비 사회적 기업이었다가 작년 말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았다. 지난 5월 리브랜딩으로 신이어마켙을 시작했다. 어르신들에 대한 이야기와 청년들의 이야기를 좀 키치하고 재미있게 담아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어르신들의 감성이나 날것을 생각보다 재미있게 표현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왜 시니어였나?
청년들이 시니어들을 만날 기회가 많이 없다. 어디에서 가장 많이 만나나 했더니 지하철 안이었는데, 대체로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했다. 어르신들이 청년을 보는 눈도 비슷했다. 그렇지 않다는 걸 양쪽 세대에 알려주고 싶었다. 재미있는 문구나, 귀여운 이미지들을 만들어서 두 세대를 만나게 해보자라는 게 신이어마켙의 시작이다. 

기부를 많이 하는 분들 사이에서도 노인들은 사각지대에 있는 것 같다. 아이들에게 기부를 많이 하니까.
안타까운 현실이다. 우리는 빈곤 노인에 대한 관심이 많다. 빈곤 노인 안에는 고독사하는 독거노인들에 대한 문제도 있다.

어떤 어르신들과 함께하고 있나?
대표적으로 폐지를 수거하는 어르신들이 계신다. 조금 더 우리의 대상이 되는 범위를 넓혀서 저소득층에 계시는 어르신들, 그런 분들까지 포함해서 대상으로 삼고 있다. 현재 16명의 빈곤 노인을 파트타임으로 모시고 있다. 그중 한 분은 4년 동안 같이 일하시다가 작년쯤 정규직 전환을 해서 시니어 구성원으로 함께 일하고 있다. 

폐지 줍는 노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조금 복잡한 것 같다. 신이어마켙이 직접 만나본 어르신들은 어떤가?
다양한 분들이 있다고 알고 있다. 그중에서도 우리는 취약한 계층에 계시는 어르신들을 모시고 있다. 복지관을 통해서 매칭하기 때문이다. 진행할 때도 사회복지사와 함께 직접 대면해서 인터뷰도 하고, 실제로 일자리가 필요하시거나 생활비가 필요하신 분들을 먼저 매칭할 수 있는 과정을 만들었다. 지금은 강동구에서 활동하고 있다. 

현실화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나 장애물은 없었나?
우선 어르신들의 반응을 예상하기가 어렵다. 어르신들은 예술가가 아니고 살아오신 발자취가 각자 너무 다르기 때문에 하나의 주제를 놓고 이야기를 해도 말씀하시는 관점이 다 다르다. 어떤 분들은 차분하게 말씀하시고 그림도 차분히 그리시는 반면에, 어떤 어르신들은 엄청 거칠게 하신다. 그런 것들이 큰 변수이긴 한데, 한편으로는 그게 우리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작품이 무척 과감하지 않나.

굿즈를 보면 예쁘다. 제각기 예쁜 걸 만들어내려는 마음이 있는 것 같다.
어르신들의 책임감 때문인 것 같다. 우리가 어르신들께 꽃을 그려보자고 제안하고, 그리시기 시작하면 당신들께서 이건 예쁘다, 안 예쁘다, 어디를 좀 더 바꿨으면 좋겠다 같은 생각을 계속 말씀하신다. 그러는 과정에서 발전되는 것도 있다. 시간이 쌓이고, 경험이 쌓이다 보면 어르신들의 실력도 같이 쌓이는 것 같다. 

어르신들의 그림을 상품으로 만들 거라고 하니, 어떤 반응을 보였나?
초반에는 젊은 청년이 무슨 소리를 하나, 내가 그리는 게 무슨 제품이 되나 이런 반응이셨다. 그 과정을 이해시켜드리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완성된 작품이 나오면 뿌듯해하시고, 신기해하신다. 작년 12월에 만든 달력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발생한 판매 수익금을 어르신들과 나누는 시간도 따로 만들어 직접 전달해드리기도 했는데, 그런 부분들을 굉장히 신기해하셨다. 그림을 그렸는데, 그게 제품이 되고, 본인의 소득이 될 수 있다는 것 자체를 신기한 구조로 받아들이셨다.

가장 먼저 제작된 굿즈는 뭐였나?
2018년에 엽서, 메모지, 마스킹 테이프를 만들었다. 추가적으로 노트도 만들고 있다. 노트를 쓰다 보면 여러 페이지가 있는데, 나는 각 페이지가 한 명의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되더라. 예를 들면, 내가 올해 서른두 살이니까 32페이지에 서 있다면, 시니어 구성원은 77페이지에 서 있는 거다. 각자의 오늘을 살아가고, 각자의 페이지를 기록해가는 게 인생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매개체로 노트를 선택했다. 

굿즈로 선택하는 기준이 따로 있나?
작년까지는 어르신들과 이야기하면서 기획하는 과정을 거쳐왔었다. 노트나 마스킹 테이프에 하늘, 무지개, 비 같은 것들이 표현되어 있다. 청년들에 대해 어르신들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를 여쭤본 거였다. 인생이 처음 태어날 때는 해가 뜨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비가 오는 날도 있고 다시 날이 개서 맑다가 무지개도 있고 나중에 노을이 지는 것과 비슷하다는 얘기를 어르신들과 나눴다. 그게 콘텐츠가 된 거다. 그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가는 걸 기본으로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러다 보니 기획 단계에서 시간이 많이 소요되어, 올해는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고민 중이다.

인생의 격언 같은 문구도 소재가 된다. 직접 일하면서 감동한 문구는?
‘정신차려!’ 이런 것도 스티커 중에 있었고, ‘조급해하지 마렴’이라고 쓰인 것도 좋았다. 소비자들이 우리 제품을 보고 대부분 좋아했던 건 ‘밥 잘 챙겨 먹어’라는 이야기였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계신다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얘기들이다.
그렇다. 나의 친할머니는 나와 15분 정도 거리에 살고 계신다. 평소에 자주 뵙는데 그럴 때마다 하시는 말씀이 밥은 먹고 다니냐는 거다. 청년들이 우리 브랜드를 보면서 우리 할머니라면 이런 말씀하셨겠지? 하면서 공감할 수 있었으면 한다. 

신이어마켙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첫 목표는 어르신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드리는 것이다. 이건 우리 법인의 비전과도 같은데, 폐지 수거 노인이나 빈곤 노인을 봤을 때, 중위 소득 50%가 안 된다는 말들을 한다. 그게 뭘 의미하는지 나도 몰랐는데, 쉽게 풀어보면 하루에 삼시세끼를 먹는 게 어려운 분들이다. 어르신들께 조금이라도 더 괜찮은 일자리를 드려서 삶의 질이 나아졌으면 한다. 노인들의 연령도 계속 높아지고 평균 수명이 길어진다. 살아가시는 동안 사회 안에서 참여할 수 있고, 성취감과 만족감을 느끼실 수 있게 하는 게 첫 번째 목표다. 두 번째는 청년들과 노인들 간의 보이지 않는 벽을 조금씩 허물어가는 역할을 하는 거다. 

어르신들과 함께 일하는 노하우가 있나?
노하우는 없지만 서로 익숙함이 생긴 것 같다. 사회적 기업뿐만 아니라 보통의 기업에서는 임팩트를 내려고 할 때 두 가지 방법을 사용한다. 하나는 정량적인 것으로 늘려내는 것이다. 예를 들어 프로젝트마다 10명씩 고용해 5번을 진행하면 50명의 어르신을 만날 수 있다. 우리는 5명이든 10명이든 그분들을 지속적으로, 꾸준히 만난다. 인원이 늘어나지 않는 대신 만나는 시간이 늘어나는 거다. 그런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우리와 만나는 어르신들이라도 책임을 지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낯설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는지에 대해 알게 된다. 

복지관과의 파트너십은 어떤가?
지금은 너무 좋아하지만 우리가 접근하면 처음에는 꺼려한다. 사실 사회복지사 입장에서는 일이 계속 늘어나는 거니까. 실제로 진행하고 나면 만족스러워하신다. 복지관에서 도움을 받는 건 복지관의 공간을 제공하는 일, 어르신들께 연락해주시는 일 두 개다. 그것만 해주시면 당일 프로그램은 처음부터 끝까지 나와 우리 팀원들이 알아서 진행한다. 필요하면 외부 강사를 초청하는데, 그것도 다 우리 비용을 들여서 하고 있다. 

현재 함께하고 있는 강동구 외에 다른 지역에서 연락이 오지는 않나?
많이 온다. 우리가 일부러 복지관을 먼저 노출하려고 하지 않고 있는데, 어쩌다 티가 나면 다른 지역에서 연락이 온다. 한 번은 경상남도 진주에서 연락이 온 적도 있고, 서울에 있는 다른 자치 구에서도 연락이 왔다. 제안도 많이 받고 있지만 아직 역량이나 인원 충당에 대한 부분들을 생각 해야 해서 고민 중에 있다. 

수익 배분 같은 부분들은 어떻게 진행 되나?
크게 세 가지 정도로 말할 수 있다. 첫째로 그림 그리는 활동을 무상으로 지원한다. 그건 정서지 원활동이라는 명목으로 복지관에서 함께 지원한 다. 어르신들 중에 독거노인이 많으시다 보니까 참여 자체가 의미가 있다. 그 창작물 중에 괜찮은 것들을 고르면 그에 대해 저작권료를 드리고 구 매를 해서 제품에 사용한다. 그럼 거기에서 첫 번 째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그럼 그걸 굿즈화시킨 후에 제품을 포장하는 과정에서 일자리를 한 번 더 창출한다. 두 번째 일자리다. 그리고 이 부분 은 올해부터 내부적으로 개정된 부분인데, 분기 별로 발생하는 판매 수익을 가져와서 그 수익에 서 비용 등을 제한 순수익의 10%를 참여하신 어 르신들과 나눈다. 그렇게 하면 또 하나의 수익이 생기는 거다. 

수익이 많아야 많이 나눌 수 있다. 수익 극대화에 대한 고민은?
많이 팔아야 한다. 사실 생각보다 마케팅에 들이 는 비용은 없음에도 함께 공감해주시는 분들이 많다. 이번 기회로 <얼루어> 오디언스들을 만날 수 있게 된 것처럼. 인스타그램에 올려주시면 리 그램도 하겠다.(웃음) 

신이어마켙의 취지에 공감하는 소비 자들이 신이어마켙을 더 지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브랜드에 많은 관심과 애정을 보여주시면 된다. 사실 우리 제품을 많이 사달라는 얘기를 하고 싶 지는 않다. 그런 말을 하긴 하는데,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다.(웃음) 그것보다 우리의 활동을 계속 지켜봐주시는 분들이 많아지면 상품을 소비하는 일 등의 행위는 그 이후에 소비자들께서 알아서 하실 부분이다. 그보다 우리의 활동을 계속 알려 야 보시고, 공감해야 그들의 주변에 또 알릴 수 있는 거니까. 그래서 관심을 가져주시는 게 가장 필요한 것 같다. 

신이어마켙 이름으로 앞으로 펼쳐나 가고 싶은 것들이 있나?
하고 싶은 일은 매우 많다. 회사 장표에 들어가 있는 것들 중에는 의류, 식품 사업 등이 있다. 앞 으로 다양하게 해보고 싶다. 그렇지만 아직 현실 적인 문제들도 있고, 코로나19 상황도 있다 보니 단계적으로 천천히 고민해보려고 한다. 예를 들 어 기업에서의 컬래버레이션 제안이 들어오는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서 함께하 자는 제안이 들어온다. 아주 좋은 신호라고 본다 . 하지만 신중하게 생각하고 있다. 우리는 우리 나 름의 속도가 있기 때문이다. 그 속도를 잘 맞춰가 야 한다는 생각과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 우리를 많이 봐주시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