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E JANE / 이재인
보여줄 게 이만큼 더 남은 이재인은 많이 배우고, 또 배우고 싶다.
2010년 <뽀뽀뽀>로 데뷔한 이재인은 2012년 <노란 복수초>를 통해 배우의 길을 걷는다. 2019년 <사바하>로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여자 신인 연기상을, 2021년 <라켓소년단>으로 SBS 연기대상 여자 청소년 연기상을 받았다. 적어 내리기 힘든 두툼한 필모그래피를 쌓아 올리고 있는 그의 차기작은 이미 여러 편이 대기 중이다. 이재인은 열아홉 살이다.
‘재인’이라는 이름, 좀 이국적인 데가 있다고 생각해요. 어때요?
‘있을 재(在)’에 ‘어질 인(仁)’을 써요. 영어 이름도 재인을 쓰고요. 표준 표기법이 아닌 ‘Jane’으로요.
2004년에 태어났죠? 2002년 월드컵 신화는 못 봤겠네요. 이런 질문은 좀 그래요?
이미 너무 많이 들은 말이라서 뭐.(웃음) 저도 나중에 2025년쯤 태어난 사람을 만난다면 신기한 얼굴로 말하겠죠. “세상에 코로나19를 모른다고?”
Z세대의 쿨한 태도란 이런 걸까? 혼자 생각했어요. 다들 무슨 신인류라도 발견한 듯 야단법석이잖아요. 어때요?
출생 연도에 따라 하나의 세대로 묶을 순 있지만, 그걸 개인의 특징으로 이해할 순 없다고 생각해요. 변화하는 환경을 반영한 하나의 기준 정도로 보면 될 것 같아요.
기성세대가 혹은 미디어가 해석하고 재현하는 Z세대의 이미지가 있죠. 그건 어때요?
말 그대로 이미지인 것 같아요. 너무 쉽게 규정해서 이미지를 만드는 느낌이 들긴 해요. Z세대로 불리는 저도 이 세대의 특징이 뭔지 잘 몰라요. 나만 그런 건가?
‘규정’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네요. 뭐든 쉽게 규정하지 않는 사람인가요?
한 가지 생각에 종속돼서 생각하는 편은 아니고요. 이런저런 다양한 방향에서 생각하려고 노력해요. 저는 배우고, 배우는 작품이나 캐릭터를 바라볼 때 하나의 방향이 아닌 여러 방향에서 바라봐야 하는 직업이니까요.
지금은 겨울방학이에요?
또래 친구들은 그런 시기죠. 저는 자퇴를 해서 지금은 학교에 다니고 있진 않아요. 작품을 끝냈고 다음 작품까지 시간이 남아서 자체적인 방학을 보내고 있어요.
자퇴의 이유를 물어도 될까요?
현실적인 이유가 컸어요. 작년에 촬영이 정말 많았어요. 도저히 학교에 남을 수 있는 여건이 안 될 정도로. 그래서 자퇴를 하게 됐어요. 공부가 싫었다거나 일찍 내 길을 정했으니까 학교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건 아니고요. 제가 선택했어요.
대학에 진학할 마음이 있어요?
또래 친구들과 커뮤니케이션할 기회가 없다는 게 많이 아쉬워요. 대학에 가서 같은 직업을 꿈꾸고 노력하고 공부하는 친구들이랑 어울리고 싶어요. 끊임없이 배우는 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욕심이 나요.
현장에서 이미 보고 배운 게 많을 것 같은데 뭘 더 배우고 싶어요?
다양한 걸 배우고 느낄 수 있겠죠. 학교는 그런 데잖아요. 영화에 대해 더 깊이 배우고 싶기도 해요. 기술적인 부분이요. 영화 좋아하는 친구들이랑 실컷 영화 이야기도 하고 싶어요. 사람은 사람이랑 계속 부딪히면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까 직업이 배우라고 했는데 그 말이 다시 생각나요. 이재인의 직업은 배우죠?
‘직업이 배우인가?’라는 물음에 대해 생각할 때가 있어요. 저는 직업의 의미를 알기도 전에 이미 배우로 살게 된 거잖아요. 그 질문 앞에 서면 ‘증명’이라는 단어를 생각하게 돼요. 배우라는 직업은 저 자신을 증명하는 수단인 것 같아요. 제 삶과 분리할 수 없는 일이 됐고요. 그게 좀 슬플 때도 있고 너무 행복할 때도 있고.
직업 만족도는 어때요?
직업 자체에 불만은 없는 편이에요. 이 일을 택해서 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지만 감당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해요. 삶과 일의 경계가 흐릿한 직업이에요. 자칫 힘들어질 수도 있어요. 그래서 연기는 일이자 취미라고 생각하기로 했어요. 어쩌면 일을 하면서도 삶을 살면서도 양쪽을 오가며 어떤 연기를 하고 있지 않나 싶기도 해요.
되게 흥미로운 말이네요. 워라밸은 어때요?
최근에 나는 어떤 사람인지 그런 생각을 많이 하고 있어요. 내가 나를 너무 몰라주는 건 아닐까? 그런 물음표를 가지고요. MBTI에 흥미를 느낀 것도 그런 이유예요.
MBTI가 뭐예요?
INTP요. 제가 볼 땐 뭔가 좋은 말이 없더라고요. 사회성이 발달한 INTP라고 혼자 해석하기로 했어요.(웃음) 저 꽤나 사회성이 있는 편이거든요.
필모그래피를 보는데 양도 양이지만 다양함에 놀랐어요. 그야말로 호화롭다고 생각했어요. 어때요?
잠깐 나온 것도 많아요.(웃음) 정말 많은 오디션을 통해서 기회를 얻게 된 작품들이에요. 기회를 주신 분들에게 감사해요.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차곡차곡 열심히 쌓아온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저도 막 뿌듯하고 그래요.
오디션을 아주 많이 봤어요?
어렸을 때는 오디션 정말 많이 봤어요. 일주일에 서너 번씩 볼 때도 있었어요. 친구들에게 농담 삼아 말하곤 했는데, 영화관에 걸려 있는 모든 한국 영화 오디션을 다 본 적도 있고요. 지나가면서 저건 2차까지 갔고, 저건 1차에서 떨어졌고 그러면서요. 늘 도전했던 것 같아요. 이건 해야지, 저건 안 해야지 그런 생각 안 하고요.
* 전체 인터뷰와 화보는 <얼루어 코리아> 2022년 3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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