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텀싱어3> 우승 이후 라포엠은 자신들만이 노래할 수 있는 시를 써나가고 있다. 상징과 은유를 담아내는 목소리를 겹치며.

 

성훈의 니트는 STU. 블랙 팬츠는 하시엔다(Hacienda). 벨트는 와이 프로젝트(Y/Project). 몽크 스트랩 슈즈는 레드미티어(Red Meteor). 반지는 우브(Oov). 민성의 니트는 STU. 화이트 팬츠는 피어리스니스(Peerlessness). 스니커즈는 컨버스(Converse). 반지는 우브. 기훈의 블랙 재킷은 하시엔다. 화이트 레터링 티셔츠는 쎄르페(Sserpe). 데님 팬츠는 플렉서블(Flxbl). 스니커즈는 글림퍼(Grimper). 채훈의 재킷은 피어리스니스. 데님 팬츠는 플렉서블. 슈즈는 팀버랜드(Timberland). 반지는 우고 카치아토리(Ugo Cacciatori).

2022년 1월호지만 지금은 아직 12월이죠. 연말을 어떻게 보내고 있나요?
기훈 크리스마스에 팬콘서트가 있어 준비 중이에요. 연말을 맞아 더 아늑한 느낌을 내보려고요.
성훈 평소 규모가 큰 곳에서 공연을 해왔는데 이번에는 조금 더 편안한 분위기가 될 거예요. 어쩌면 크리스마스인 만큼 라포엠의 캐럴을 듣게 되실 수도 있고요.

7개 지역에 걸쳐 콘서트를 하기도 했어요. 첫 단독 콘서트였죠?
기훈 원래는 4월부터였는데, 연기되어 6월에 시작하게 됐어요. 코로나19로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 울산에서 오랜만에 팬분들을 만나서 떨리면서도 감사했어요.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각자의 개성을 살린 솔로 무대, 함께하는 무대 등 여러 가지 구성을 기획했어요.
성훈 첫 미니앨범 타이틀이 <SCENE#1>이었는데 공연도 이 제목과 어우러지길 바랐어요. 라포엠이 한 곡의 시 같은 노래를 하고 싶다는 뜻을 갖고 있듯 콘서트에 드라마적인 요소를 넣고 싶었죠. 경연 결승곡부터 지금의 라포엠이 하는 음악까지, 서사가 그려질 수 있도록 흐름을 짰어요.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였나요?
민성 마지막 공연이었던 서울이 기억에 남아요. 두어 달의 여정을 무사히 마무리했다는 안도감이 들었거든요. 코로나 상황이라 관객들의 환호가 금지되어 있는데 박수와 눈빛만으로도 큰 응원을 받았어요. ‘라봉’이라고 전용 응원봉이 있는데 다 같이 흔들어주시던 모습도 생생해요.

미니 앨범 외에도 최근 완성된 달 시리즈나 트릴로지처럼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게 인상적이에요.
채훈 <SCENE#1>이 첫 앨범인 만큼 새로운 모습을 담기 위해 다양한 음악을 작업하게 됐어요. 라포엠의 색을 잡아가던 시기였기에 여러 가지 스타일을 해보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죠. 그래서 한 앨범에 다 담기보다 번외 프로젝트로 길게 가져가보자 얘기하게 됐어요. 그중 달 시리즈는 1년 동안 이어졌고 최근 ‘만월’을 발표하며 완결했습니다. 생각보다 일이 커졌죠.(웃음)
민성 트릴로지는 차례대로 고통, 희망, 극복의 스토리텔링을 담은 3부작 시리즈예요. 삶을 살다보면 누구나 겪게 되는 감정이기도 하고, 특히 올해는 모두가 힘들었잖아요. 바뀌는 해와 함께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고 싶었어요.

서로 다른 장르가 만나고, 장르를 뛰어넘는 걸 크로스오버라고 하죠. 다른 것들을 잇다 보면 균형 찾기가 어렵지는 않나요?
성훈 흔히들 말하는 대중성에 관한 고민은 계속해나가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의도적으로 장르의 비중을 고려하면서 균형을 맞추려고 하지는 않아요. 일단 우리 네 명이서 개개인의 개성이 살아 있는, 라포엠만이 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어가는 것에 집중하고 있어요.

지금까지의 음악 중 라포엠을 잘 드러낸 곡을 고른다면요?
민성 최근 발매한 ‘만월’을 꼽고 싶어요. 각자의 개성과 합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느낌이 들어서 모든 파트를 들을 때마다 좋거든요. 라포엠의 음색과 창법, 분위기가 잘 묻어나는 곡이에요.

파트는 어떤 식으로 나누나요?
성훈 경연 초반에는 파트 분배에 있어서도 회의를 많이 했어요. 여러 작업을 함께 하다 보니 이제는 자연스럽게 감이 와요. 일단 들으면 이건 누구에게 어울린다, 딱 떠오르는 편이죠. 해보고 어색하면 바꾸면 되니 큰 어려움은 없어요.

‘성악돌’이라는 수식어도 있을 만큼 팬덤이 대단해요. 실감하고 있나요?
기훈 ‘돌’이라는 표현은 역시 익숙해지지 않아요. 그만큼 과분한 사랑을 주신다는 게 감사해요.
채훈 일찍 결혼했으면 아이가 ‘돌’이지 않았을까.(웃음) 아무래도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만들어진 그룹이다 보니 더 큰 애정을 가지시는 것 같아요. 내가 직접 투표해서 만든 내 가수인 거잖아요. 보통 결승무대에서는 관객 앞에서 라이브를 하는데 저흰 코로나19로 인해 그러지 못했어요. 프로그램 종영 후 갈라 콘서트에서 팬분들을 처음 만났어요. 경희대 평화의 전당이 굉장히 큰데 며칠 내내 그곳이 꽉 차더라고요. 그때 비로소 실감했어요.

<팬텀싱어3> 무대를 다시 보기도 하나요?
기훈 전 많이 보는 편이에요. 서로의 예전 무대를 보다가 웃긴 포인트를 잡아서 놀리기도 하고요. 저희끼리 장난을 많이 쳐요.
채훈 1차 결승 두 번째 무대에서 ‘샤이닝’을 불렀는데 저희만 아는 비밀이 있어요. 민성이가 진지하게 눈을 감고 부르다가 스탠드 마이크에 입을 부딪히고 깜짝 놀라거든요. 아주 잠깐이라 저희만 보이는 건데 그런 걸 캡처해서 놀리는 식이죠.
민성 사실 전 잘 안 봐요. 그때가 가장 뚱뚱했거든요.(웃음)

서로의 첫인상, 기억해요?
채훈 처음에 기훈이 봤을 때, 쟤랑은 절대 팀 안 하고 싶었어요.(웃음) 인상이 너무 셌어요. 화가 났나 싶을 정도로 잘 웃지도 않고 자꾸 혼자 동떨어져 있어서 팀을 하면 지내기 어려울 것 같았어요. 그런데 같이 지내다 보니 점점 밝아지더라고요? 알고 보니 원래는 밝고 애교도 많은 친구인데 긴장을 많이 해서 그랬던 거죠. 팀을 한 후로는 무조건 원픽! 테너는 박기훈!
기훈 그땐 눈꼬리가 관자놀이에 걸려 있던 때였으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요.(웃음) 그것도 많이 내려간 거였죠. 하지만 역시 사람은 겉모습으로 알 수 없는 거니까요.

<팬텀싱어> 시리즈 최초로 전원이 성악 전공자로 이루어진 팀이죠. 활동을 해보니 그 장점이 더 느껴지나요?
채훈 일단 사용하는 용어가 같아서 편해요. 멤버 모두 오랫동안 소리 내는 걸 훈련했던 사람들이라 서로의 상태를 파악하는 것도 빠르고요. 소리가 흔들릴 때 어떤 포인트가 문제인지 조언을 해주기도 하죠. 따로 도사님을 찾아갈 필요가 없답니다.(웃음)
성훈 작업할 때 외에도 공통의 추억을 곱씹을 수 있어서 즐거워요. 음대 시절, 성악과 엠티처럼 비슷한 경험을 갖고 있으니 이게 팀으로서 자연스러운 케미로 이어지는 것 같아요.

공통으로 성악을 해도 취향이 다른가요?
민성 클래식 안에서도 종류가 다양하고, 실제로 넷 다 좋아하는 음악이 달라요. 기훈이는 클래식 성악곡을 자주 듣고 성훈 형은 기악곡, 채훈 형은 팝을 듣는 편이죠. 저는 싸이월드 세대라서 요즘 추억의 가요를 듣고 있고요.
성훈 선곡 회의할 때 나오는 리스트도 굉장히 다양해요. 서로 달라서 거슬리기보다는 생각지 못한 새로움을 만나 움찔하게 돼요. 좋은 의미로요. 각자 그려온 그림을 공유하다 보면 처음에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새로운 그림이 완성되거든요. 라포엠의 확장성은 개개인의 다른 취향에 바탕을 두고 있어요.

라포엠은 자유로운 예술가인 보헤미안에서 따온 이름이기도 해요. 가장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멤버는 누구인가요?
성훈 한 명을 고른다면 채훈 형이요. 함께 지낼수록 모든 것에 열려 있는 사람이라고 느껴요. 자기 자신의 관점을 갖고 있으면서 다른 사람의 관점으로도 볼 줄 아는 사람이에요. 수용력과 상상력이 뛰어난데 마침 형이 리더라서 라포엠이 다양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큰 힘이 돼요. 우리의 의견을 잘 펼치게끔 하는 동시에 잘 모아주기도 하거든요.
채훈 전 듣자마자 민성이를 떠올렸어요. 스트레스를 긍정적으로 해소할 줄 아는 것 같아요. 둥글둥글한 성정이 부러울 때가 많죠.

작년에는 드라마 <빈센조> OST, 에이티즈 ‘Answer’ 피처링에도 참여했어요. 더 도전하고 싶은 장르가 있나요?
민성 사실 저희가 ‘개뱀양용’이라고 각자 부캐가 있거든요. 띠를 따서 지은 이름인데 개뱀양용으로 즐겁고 편한 무대를 꾸미는 것도 막연히 생각해봤어요. 레트로한 가요나 트로트를 가미할 수도 있겠죠?
기훈 저는 장르보다는 다가오는 올림픽, 월드컵의 무대와 주제곡이 욕심나네요.
성훈 거기에 욕심을 더 보태자면, 라포엠 자체가 장르로 자리 잡는 거요. 다른 장르 아티스트가 우리를 궁금해하고, 어떤 아티스트와 함께해도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는 그룹이 되고 싶어요.

크로스오버를 통해 클래식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켰다는 평도 많아요. 실제로 신경 쓰는 부분인가요?
기훈 성악하는 사람으로서 꾸준히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최근 개인 독창회를 했는데, 어떻게 하면 조금 더 대중적으로 다가갈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일반적인 성악 독창회와 달리 곡마다의 설명을 덧붙이고 제가 가지고 있는 추억도 공유했어요. 관객분들이 조금 더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생겼길 바라요.
채훈 평소 잘 안 먹는 음식을 자꾸 맛있다고 먹이면 거부감이 들잖아요. 음악도 마찬가지예요. 무조건 들어보라고 하는 것보다 익숙해지고 편해지도록 연주자와 전공자가 많은 무대를 보여주는 게 제일 좋다고 생각해요. 클래식하시는 분들 중에 정통성이 변질될까봐, 전달하려는 음악이 오해될까봐 두려워하는 분들이 많아요. 하지만 조금 더 마음을 열 필요가 있어요. 듣는 사람도 제목이 어렵고 외국어가 많다고 어려운 음악일 거라는 선입견을 잠시 넣어두고, 편하게 들어주세요.

라포엠의 음악에 가장 많은 반응은 위로가 된다는 거예요. 그럼 라포엠을 위로해주는 건 뭔가요?
채훈 저희가 공감할 수 있는 가사를 부르는 걸 중요하게 생각해서 그렇게 느끼시나봐요. 뭔가 내 이야기 같지 않다고 생각되면 아예 가사를 수정하는 편이거든요. 그래서인지 가사를 따라가며 감정을 토해내듯 부르면 뭔가 해소되는 느낌이 있어요. 그렇게 무대를 마치면 공허함과 허무함이 한번에 밀려오는데, 이걸 해결하려면 또 다른 무대가 필요하더라고요. 결국 노래와 무대에서 기운과 위로를 모두 받는 것 같아요.
민성 저희에게도 라포엠의 존재가 위로가 되죠. 아니, 왜 다들 기겁하는 거야?

연말콘서트를 마무리한 후에야 쉴 수 있겠네요. 쉴 때는 주로 뭘 하나요?
기훈 집밖으로 한 발걸음도 안 나갑니다. 역사에 관심이 많아서 사극을 좋아하는데 하루 종일 볼 수도 있어요.
민성 제가 아빠라고 놀린 적도 있어요. 연개소문을 보고 있더라고요. 전 요즘 디즈니플러스에 가입해서 마블을 정주행했어요. 저도 어디 나가기보다는 TV를 많이 보는 편이에요.
채훈 요즘엔 너무 못 쉬고 있는데 원래는 사진을 좋아해서 찍으러 돌아다니는 편이에요. 아날로그 카메라 모으는 것도 좋아하고 멤버들도 자주 찍어요. 예전엔 사진 계정도 따로 있었는데 좀 오버인가 싶어서 닫아두고 블로그를 하고 있어요.

1월 1일 처음 듣는 음악대로 한 해를 보내게 된다는 이야기가 있죠. 어떤 곡을 들을 예정인가요?
민성 라포엠의 선샤인.(웃음) 저희 음악이어서도 그렇지만 새로운 해가 떠오르는 날 희망을 노래하는 곡만큼 좋은 게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