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bert Mapplethorpe, 1984, Silver gelatin, 40.64×50.8cm

#인증 #인산인해

‘야 너두? 야 나두!’ 소셜미디어를 점령한 전시.

<따뜻한 휴일의 기록> 
사진가 요시고의 개인전이 그라운드시소 서촌에서 열렸다. 지중해에 맞닿아 있는 유럽 휴양지부터 마이애미 도심, 두바이의 붉은 사막까지 따뜻한 빛을 품은 사진을 보러 가는 일은 한 계절 가장 ‘힙한’ 행위처럼 보였다. 여름은 떠났지만 요시고의 사진 속 여름은 여전하다. 올해 12월까지였던 전시도 내년 3월까지 이어진다.

<Robert Mapplethorpe: More Life> 
언제나 늘 아름다움을 갈망한 사진가 로버트 메이플소프의 국내 첫 개인전이 열린 국제갤러리에 적힌 문구. ‘전시장에는 성적 표현의 수위가 높은 작품이 포함되어 있으니 관람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갤러리는 사회적 인습을 의식하지 않는 용기를 냈고, 관객은 취향과 상관없이 예술과 전시의 맥락을 이해하고 있었다.

<앨리스 달튼, 빛이 머무는 자리> 
그림 같기도 하고 사진 같기도 하다. 앨리스 달튼 브라운은 리얼리즘 기법으로 그림을 그린다. 자연과 인공적인 소재의 대비를 섬세하게 그려내는 그의 작품은 비와 물, 바람이 어우러져 청량하고 평화로운 기분을 자아낸다. 푸른 풍경을 통해 고요한 명상을 하는 듯한 감상의 시간을 선물한다.

 

Ron Mueck, Mask II, 2002, Mixed media, 77×118×85cm, 개인 소장

귀환

휴관 1년 7개월 만에 돌아왔다. ‘리움’이라는 이름만 둔 채 공간과 작품과 로고까지 바꿨다. <인간, 일곱 개의 질문>은 인간이란 무엇인지, 인간다움을 규정짓는 조건은 무엇인지, 나와 타자와 세계 사이의 경계는 어떻게 변화하는지, 인간 너머의 낯선 존재와 함께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묻는다. 자칫 고전적이거나 난해할 수 있는 주제 아래 미술관을 찾은 관객은 리움의 귀환을 반갑게 맞는 듯 보인다. 소셜미디어에는 거대한 얼굴이 눈을 감고 있는 론 뮤익의 작품 <마스크 II>를 찍은 인증 사진이 쉴 새 없이 업데이트되고 있다.

 

Beeple, Everydays: The First 5000 Days, 2021, NFT (jpeg file)

새로운 판

NFT가 미술시장을 흔들고 있다. NFT란 ‘대체 불가능한 토큰(Non Fungible Token)’의 약자다. 디지털 파일과 구매자 정보를 블록체인으로 기록해, 특정 파일이 ‘원본’임을 증명하는 암호화 기술이다. 디지털 아트에 이 기술을 적용한 게 ‘NFT 아트’다. 지난 3월 NFT 아트 열풍에 불을 지핀 일이 있었다. 세계 최대 경매사 크리스티에서 비플의 NFT 아트 ‘Everydays: The First 5,000 Days’가 한화 약 785억원에 낙찰된 것. 전 세계 미술판이 뒤집혔다. 곧이어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코빗이 NFT 아트 마켓을 열었고, 전통적 방식의 미술품 경매 회사 서울옥션도 자회사 서울옥션 블루를 통해 NFT 콘텐츠 시장에 진출할 계획을 밝혔다.

 

프레임 전환

메타버스가 등장했다. 메타버스는 가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아바타를 이용해 업무, 소비, 소통, 놀이 등을 하는 3차원 가상세계를 의미한다. 기존 전시 관람의 시공간적 제약에서 벗어나 언제 어디서나 누구든 전시를 체험하고 동시에 체험한 내용을 공유할 수 있는 수단이다. 모두가 메타버스를 주목하고 있다.

아트+재테크 

국내 미술 시장이 후끈 달아올랐다. 미술품 경매와 아트 페어에 사람과 돈이 몰렸다.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의 낙찰총액은 급증했고 갤러리에는 컬렉터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미술품으로 재테크를 한다는 아트테크도 흔한 말이 됐다. 흐름을 주도하는 건 소위 MZ 세대로 불리는 젊은 층이다. 고가의 작품을 지분처럼 쪼개 판매하는 소액 투자 플랫폼도 등장했다. 아트 테크가 난리인 데는 올해 바뀐 소득세법으로 인한 세제 혜택의 영향도 크다. 취득세와 보유세를 내야 하는 부동산과 달리 예술품은 양도할 때만 세금을 내면 된다. 수익성과 안전성에 대한 고민은 필수다.

 

지금 그 도시에는 

막혔던 하늘길이 곧 다시 열릴 것 같은 희망. 지금 그곳에 가면 만날 수 있는 전시.

휴스턴 <포토그래퍼 조지아 오키프>
꽃 그림으로 알려진 조지아 오키프의 첫 사진전이다. 1950년대 중반 조지아 오키프의 눈으로 바라보고 기록한 사진을 통해 매체에 대한 작가의 접근 방식과 정체성을 엿볼 수 있다. 2022년 1월 17일까지. 텍사스 휴스턴 미술관.

 

파리 <마를렌 뒤마>
마를렌 뒤마가 보들레르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시집 <파리의 의기소침>에서 영감받은 그림을 완성했다. 기존 회화를 변형하고 제어하며 새로운 회화를 실험하는 그의 작업을 만날 수 있다. 2022년 1월 30일까지. 파리 오르세미술관.

 

시대의 초상

코로나19와 함께하는 삶과 시대를 반영하고 위로한 전시들.

<재난과 치유>
국립현대미술관은 팬데믹 상황을 동시대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 탐구와 성찰을 통해 미래를 모색하는 전시를 마련했다. 35명의 작가가 코로나19의 발생과 확산을 다양한 관점에서 고찰한다.

 

<38℃>
고열의 기준점인 38℃를 넘기면 공공장소의 출입이 제한된다. 학고재 갤러리는 팬데믹 전 동시대의 다양한 작품을 다시 꺼내 보며 인류와 세상의 관계를 새롭게 고민하고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토록 아름다운>
부산시립미술관은 예술과 함께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용기를 일깨우고자 했다. 참여 작가 11명은 구조적 모순을 포착하고, 구속된 신체를 해방하며, 외롭게 먼저 떠난 이들과 남겨진 이들을 애도한다.

 

개관전

팽창하는 한국 미술계를 풍성하게 채우는 새 공간들.

서울공예박물관
북촌의 풍문여고가 있던 자리에 우리의 공예품을 다루는 공립박물관인 서울공예박물관이 개관했다.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도심 속 개방 공간으로 골목길을 탐방하듯 친근하게 공예품을 둘러볼 수 있다.

타데우스 로팍 서울
잘츠부르크를 시작으로 파리와 런던에 지점을 둔 갤러리 타데우스 로팍이 아시아 최초의 분점으로 서울 한남동을 선택했다. 첫 전시로 독일 예술의 선구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는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신작을 선보인다.

송은 아트스페이스
강남 도산대로에 삼각형 건물이 솟아났다. 미술가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송은문화재단의 신사옥이다. 건축가 헤르조그&드뫼롱의 국내 첫 프로젝트. 독특한 외관만큼이나 실험적인 동시대 미술을 선보일 예정이다.

쾨닉 서울
베를린에 거점을 둔 갤러리 쾨닉이 청담동 MCM 하우스에 서울 지점을 개관했다. 패션브랜드 MCM과 쾨닉의 협업으로 탄생한 쾨닉 서울은 패션과 예술 등 다양한 분야와의 협업을 통해 미술 시장의 진입 장벽을 낮출 작정이다.

 

회장님의 컬렉션

세기의 기증으로 불릴 만하다. 이건희 유족이 정부에 기증한 문화재와 미술품은 2만3천여 점에 이른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등 국공립 미술관이 나눠 보관하기로 했지만 수장고가 부족할 지경이다. 규모도 규모지만 개별 작품의 가치는 놀라울 따름. 국립중앙박물관은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 단원 김홍도의 마지막 그림 ‘김홍도 필 추성부도’ 등 국보와 보물을 망라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또 어떤가. 김환기, 나혜석, 박수근 등 한국 대표 근대 미술품 460여 점과 모네, 고갱, 르누아르, 피사로, 샤갈, 달리 등 미술에 관심 없는 사람도 익숙한 거장의 작품이 잔뜩이다. 컬렉션의 극히 일부분을 공개한 전시에 구름 관객이 몰렸다. 뿔뿔이 흩어진 거대한 아카이브는 2027년을 목표로 서울 송현동에 들어설 가칭 ‘이건희 기증관’에 모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