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해마지 않는 따스한 겨울옷, 스키웨어의 다양한 변주.

 

코끝으로 겨울을 느낀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뒤덮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빠르게 퍼져나가는 백신 파워에 모두 다시 힘을 얻는 듯하다. 팬데믹으로 인해 가장 먼저 셔터를 내려야 했던 패션계도 올 시즌엔 바이러스 따위가 우리를 굴복시킬 수 없다는 듯 대자연과 유서 깊은 건축물, 길거리 등을 오가며 장대한 쇼 스케일을 뽐냈고, 당장 내년 여름엔 오프라인 쇼로의 컴백을 예고하고 있다.

이러한 염원을 담은 행보는 이번 시즌 스포티 트렌드에서 먼저 찾을 수 있었는데, 동계 스포츠의 꽃이라 불리는 스키 웨어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편안한 락다운 룩에 이별을 고하듯 당차게 설원을 횡보하던 낭만적인 미우미우 걸들의 차림새만 봐도 그렇다. 비키니 차림으로 스키를 탔었다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미우치아 프라다의 유년 시절 경험을 생생히 공유하는 듯했다. 당장 설산에 올라 점프하고 싶게끔 만드는 스포티 무드의 다양한 디테일과 여성스러운 포인트가 어우러져 전에 없던 ‘알파인 란제리’라는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킨 것. 머리와 귀를 덮어 보온에 이만한 것은 없겠다 싶은 니트 발라클라바가 쇼피스마다 소녀 감성을 더하며 등장했고, 패딩 뷔스티에에 매치한 새틴 슬립 드레스 룩과 크로셰 니트 슬립에 레이어드한 퀼팅 팬츠를 매치해 겨울 낭만을 한껏 강조했다.

리조트나 레이백 룩에서 진면목을 보이는 시즌 스포티 웨어의 청부사 샤넬은 또 어떤가. 설원 대신 파리의 한 클럽에서 만날 수 있었던 우아함 섞인 스키 웨어는 가히 압권이다. 퀼팅 소재치고 몸에 착 붙는 실루엣 위로 자유분방하게 로고를 그려 넣은 오버올부터, 묵직한 매력을 살린 패딩 혹은 양털 부츠 등에서 겨울 클래식 무드를 배가시키며 스키 마니아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또 겨울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샤넬의 ‘코코 네쥬(Coco Neige)’ 컬렉션이다. 샤넬 닉네임인 ‘코코’와 프랑스어로 눈을 의미하는 ‘네쥬(Neige)’를 조합한 브랜드 고유 미학이 깃든 동계 스포츠 아웃도어 라인이다.

특히 이번 캠페인에 ‘살아 있는 샤넬’, 블랙핑크 제니가 뮤즈로 함께해 우리에게 더욱 반갑고 뜻깊었는데, 그녀는 이번 작업을 통해 샤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버지니 비아르’가 다양한 매력을 지닌 여성들을 위해 늘 새로운 컬렉션을 창조하고 그녀의 손끝에서 탄생하는 컬렉션은 서로 다른 매력적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더블 C 로고를 수놓은 클래식한 재킷이나 샤넬 레터링 프린트가 더할 나위 없이 ‘힙’한 핑크 세트업 트레이닝, 중성적 매력을 더한 파카 등 버라이어티한 매력을 뽐낸 아이템 구성만 봐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여기에 슬로프를 활강하는 스키어의 두 손에 자유를 선사할 스몰백이나 카드홀더, 헤드폰 케이스 같은 액세서리로 경쾌한 위트를 첨가해 알파인 감성을 독보적으로 재해석해내기도 했다.

이외에도 슬로프에서 입으면 겨울 정취를 만끽할 수 있을 법한 쇼피스도 눈에 띄었다. 컬러풀하고 에너제틱한 니트 플레이를 선보인 겐조라든가, 낙낙하면서도 두툼한 니트가 줄을 이었던 에트로 등에서 스키 룩의 터치를 느낄 수 있었다. 심플한 룩을 선호하는 편이라면 MM6의 블랙 퍼를 덧댄 로브 스타일 패딩 코트를 눈여겨봐도 좋겠다. 모자나 고글 등 다양한 스키 액세서리 한 피스 얹어주면 눈 내리는 도심에서 즐기는 그럴싸한 스키 웨어 완성이다.

눈 예보가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요즘, 설혹 슬로프를 시원히 가로지를 수 없다 해도 스포츠 웨어의 모습을 한 겨울옷을 즐길 명분은 충분하다. 희망으로 가득 찬 런웨이만 봐도 마음이 따스해지고 벅차오른다. 그리고 올겨울에 꽤 잘 어우러질 것 같은 아리따운 스키 룩도 차고 넘친다!

 

고급스러움을 자아내는 플레어 팬츠 라인의 패딩 점프슈트는 1백30만3천원, 퍼펙트 모먼트 바이 파페치(Perfect Moment by Farfetch).

 

스포티한 무드의 발라클라바 머플러는 8만9천원, 엔조블루스(Enzoblues).

 

와이드한 로고 커프를 덧댄 레더 소재의 앵클 부츠는 1백4만6천원, JW앤더슨(JW Anderson).

 

강렬한 레드 컬러가 돋보이는 크롭트 패딩 재킷은 1백60만원대, 자크뮈스(Jacquemus).

 

화이트와 블루, 레드 컬러를 조합한 액티비티 무드의 스키 고글은 1백28만원, 디올(Dior).

 

송아지 가죽디테일을 더한 캔버스 소재 위켄드 백은 2백30만원대, 마이클 코어스 컬렉션(Michael Kors Collec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