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를 벗고 활짝 웃는 날을 고대한다. 때문인지 미백시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정말 효과가 있을까. 과연 안전할까.

 

솔직히 편했다. 식사 후 양치질을 하지 않아도 동료들과 대화가 자유로웠다. 고춧가루가 끼어 있어도 마스크 덕에 부끄럽지 않았다. 그렇게 2년간의 마스크 착용은 우리를 게으르게 만들었다. 11월 1일부터 위드 코로나 정책이 시행됐다. 미루고 미뤄왔던 지인과의 약속을 잡고, 삼삼오오 모여 신나게 대화를 나눈다. 자연스럽게 치아를 내보이는 시간이 늘었다. 에디터도 최근 식사 미팅이 잦아졌다. ‘나중에 발라야지’ 하고 쟁여뒀던 립스틱을 하나 둘 꺼내 바르고 미소도 지어봤다. ‘어? 치아가 좀 누래졌나?’ 사실 치아색에 변화가 없을지라도 집중해서 치아를 살펴보면 예전엔 더 희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 수도 있다. 뭐든 뜯어보면 단점이 보이기 마련이니까. 사람 심리가 그렇다.

꼬박꼬박 양치질을 해왔던 사람이라도 먹고 마시며 살다 보면 치아 색이 변한다. 그 정도와 속도의 차이만 있을 뿐. 치아를 누렇게 만드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내부적 요인은 노화다. 치아도 늙으면 피부처럼 변한다. 치아의 표면인 범랑질이 닳아 내부의 상아질(황색)이 비치기 때문. 신경치료 부작용, 약물로 인한 부작용 등도 원인일 수 있다. 외부적 요인은 음식물 섭취와 흡연. 사실 가장 흔한 원인은 음식물에 의한 착색이다. 치아 변색의 주범으로 알려진 건 커피, 홍차, 와인, 콜라, 카레다. “음식의 유기 색소 때문에 치아가 변색됩니다. 이러한 유기 색소는 높은 온도에서 더 강하게 착색되는 경향이 있어요. 색이 강하고 뜨거운 음식을 조심해야 하는 이유죠. 김치찌개나 라면이 대표적입니다. 또, 점성이 높은 음식도 착색되기 쉽습니다. 끈적끈적해서 치아에 잘 달라붙으면 색소 또한 쉽게 붙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돼요. 초콜릿, 홍삼이 대표적이겠네요.” 미니쉬치과병원의 곽해성 원장이 말한다. “발사믹 식초나 오렌지 주스 등 산성이 강한 음식도 치아 변색의 주범이라 할 수 있어요. 또, 사람들이 과일과 채소는 모든 면에서 이롭다고 생각하는데, 치아에는 그렇지 않기도 해요. 비트나 블루베리, 당근처럼 색이 진한 과채 역시 치아 변색을 유발합니다.” 녹색치과의원 전문의 김승우는 의외의 착색 유발 음식도 주의해야 함을 강조한다. 치아 변색에서 흡연도 빼놓을 수 없다. “타르에 의한 색소 침착도 매우 흔하죠. 하지만 이는 스케일링만으로도 제거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리고 색이 누렇다기보다 검게 변하는 양상을 보입니다.” 곽해성 원장의 설명이다. 누런 이는 결국 식습관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렇다고 평생 다양한 음식을 먹는 즐거움을 포기할 순 없다.

이미 누렇게 변색된 치아는 아무리 양치질을 열심히 해도 되돌릴 수 없다. 치아 성형을 제외한 유일한 대안은 치아 미백 시술. “음식물로 인한 변색은 꽤 만족스러운 미백 효과를 볼 수 있어요. 또 회빛, 푸른빛으로의 치아 변색보다는 붉은빛과 노란빛이 도는 치아 변색에 더 효과적입니다.” 곽해성 원장의 말이다. 누런 이로 고민 중이라면 일단 기뻐해도 좋다. 한 번 치아 미백 시술을 받으면 일반적으로 1~2년 정도 좀 더 밝아진 치아를 유지할 수 있다. ‘아 그럼 2년에 한 번씩 받아서 흰 치아를 유지해야지!’ 싶겠지만, 치아 미백 시술은 일정한 주기로 받을 수 있는 피부과 시술과는 다르다. 전문가 치아 미백 시술엔 과산화수소와 UV 라이트를 사용한다. 이런 화학 반응을 일으키는 시술이 치아 건강에 이로울 수는 없다. 피부 미백 시술이 타고난 피부색보다 더 밝게 만들 수 없듯 치아도 타고난 치아 이상으로 희게 만들 수는 없다. 모든 미백 시술은 결국 화이트닝이 아니라 브라이트닝이다.

모두가 치아 미백 시술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치아 표면이 깎여 누런 이는 색소가 붙은 것이 아니라 치아 속이 비치는 것이기에 시술 효과도 볼 수 없으며, 되레 치아가 더 상하게 된다. 이 시림이라는 부작용도 간과할 수 없다. 에디터는 가끔 이가 시린 편이라 치아 미백 시술에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듯 갑자기 치아가 노래 보여, 취재를 핑계 삼아 치아 미백 시술에 도전해봤다. 시술을 진행한 간호사의 설명처럼 시술 직후 치아가 밝아진 것을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치아 셰이드 가이드에서 3단계 정도 밝아졌다! 시술 전 꼼꼼히 잇몸과 파인 부위에 보호제를 발라준 덕인지 우려했던 이 시림은 전혀 없었다. “만약 이가 시리더라도 이는 부작용이 아니라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증상이에요. 보통 시술 후 24간 안에 사라지니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곽해성 원장의 설명이다. 결과는 만족스러웠지만, 과정은 고통스러웠다. 의외의 복병도 있었다. 내가 햇빛 알레르기가 심하다는 것.

15분 간 UV라이트를 쬐는 두 번의 시술 중 살짝 드러난 코 아래와 턱 부위가 따갑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는 더 꼼꼼히 피부를 가리는 것으로 금세 해결되긴 했지만. 아무튼 개구기를 낀 채로의 시간은 유난히 더디게 흐른다. 어려서나 지금이나 똑같다. 이렇게 고생해서 밝힌 치아를 유지하려면 생활 습관 개선이 병행되어야 한다. 앞서 이야기한 음식 섭취를 피하고 부득이하게 섭취하더라도 곧바로 입을 헹궈주는 것이 좋다. 치아 착색을 유발하는 물질에 오래 노출되는 것을 피하라는 이야기다. 또, 곽해성 원장은 미백 치약만으론 치아를 환하게 만들기는 어렵지만, 시술 후 치아가 더 이상 변색되지 않는 데는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반면, 연마제나 마모제가 많이 든 미백 치약은 미백 후 재착색을 앞당기는 원인이 되니 사용하는 치약의 성분을 확인해볼 것을 권했다.

치아는 살아 있지만 재생 능력이 없는 경조직이다. 우리가 음식을 먹고 살아가는 한 치아는 계속 닳고 변색된다. 치과에 가면 대부분 고칠 수 있긴 하다. 누런 이를 밝혀주고, 상한 부위는 도려내며, 새것 같은 치아를 심어주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치과 치료가 본래의 치아를 넘어설 수는 없다. 치아를 애지중지 아껴 써야 하는 이유다. 치아 하나를 돈으로 환산하면 3천5백만원이 넘는다고 한다. 치아 색보다 중요한 건 치아의 건강이다. 개인적인 경험으론 치아 미백 시술은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치아 변색 원인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고 치아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그리고 미백 시술을 받았다고 그 환함이 영원한 것도 아니다. 이후 관리를 위해 본인의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미백으로 환해진 치아가 뿌듯하다. 동시에 마라탕과 카레 대신 백짬뽕과 오므라이스를 먹으리라 다짐해본다. 그제 첫눈이 내렸다. 따뜻한 아메리카노가 절실하지만,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빨대로 마시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