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내일을 위한 친환경 다운 재킷들

지속 가능한 내일을 위해 기억해야 할 오늘날의 친환경 다운 재킷들. 올겨울, 따뜻하게 세상을 구하자.

무스너클 2021 F/W 캠페인.

친환경 소재로 만든 아르켓의 다운 재킷.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만들어진 패딩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최근의 일이다. 2년 전 즈음이려나. 어쩌면 남들보다 조금 늦었을지도 모르겠다. 당시 환경에 관심이 많았던 지인에게 우연히 판가이아라는 브랜드를 소개받았는데, 야생화를 말려 충전재로 사용한 낭만적인 다운 재킷에 대해 이야기하며 적잖이 놀랐던 기억이 난다. 이 패딩은 오리나 거위 털 대신 야생화를 건조해 만든 소재와 토양 속 박테리아에 의해 쉽게 분해되는 바이오폴리머, 지구에서 가장 가벼운 고체로 불리는 에어로겔 등을 조합해 충전재로 사용한다. 덕분에 판가이아의 플라워다운 패딩은 기존 패딩 아우터처럼 윤리적인 이슈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이후로도 판가이아는 혁신적인 친환경 소재를 선보여 관심을 가지기에 충분했다. 세탁을 줄이기 위해 열 번 입어도 냄새가 나지 않게 제작했다는 신개념 티셔츠, 야생쐐기풀을 소재로 한 데님 컬렉션 등 친환경 소재에 대한 파이를 넓힌 다양한 컬렉션은 선보였기 때문이다. 이렇듯 판가이아는 자연에서 나고 자란 소재에 최첨단 기술을 접목해, 지구를 지켜내는 세계적인 브랜드로 활약하는 중이다. 환경 오염을 걱정하는 수준이 아니라 사는 동안 마주하는 모든 선택에 환경이 최우선시되는 것,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지금 살아가는 필 환경 시대에 필요한 마음가짐이 아닐까.

지속 가능한 문화 정립에 앞장서고 있는 몽클레르의 이번 시즌 캠페인.

매년 겨울마다 구스 다운 재킷 열풍을 일으키는 몽클레르도 지속 가능한 가치를 우선시하는 패션 하우스 중 하나다. 몽클레르는 2020년, 다섯 가지 전략으로 세분화한 ‘몽클레르 본 투 프로텍트’를 발표했다. 이것은 사람을 보호하고 우리 모두가 직면한 급박한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며 여기에는 옷을 만들고 유통하고 판매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을 줄이고, 폐기물을 재활용해 신소재를 개발하고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인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포함되어 있다. 이렇듯 순환 경제에 집중한 몽클레르는 현재 생산설비에서 물 사용을 약 70% 줄였고 동물 복지를 고려한 혁신적인 DIST 인증 다운 소재를 고집해 우리가 열광하는 몽클레르만의 다운 재킷 컬렉션을 만들어내는 중이다.

무스너클 캐나다 역시 2022년 말까지 천연 모피 사용을 전면 중지하고 환경 및 사회적 의무를 다하겠다는 글로벌 장기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기후 변화, 지속 가능한 소재 개발, 환경과 사람, 지역 사회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6가지 친환경 전략을 내세웠고, 올해 겨울엔 클라우드 9 컬렉션을 면과 재활용 폴리에스테르로 제작해 실천에 옮겼다. 또한 내년 봄여름 시즌에는 고급 면 소재인 프렌치 테리와 자체 개발한 친환경 면 소재를 혼합한 컬렉션을 소개할 예정이다.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만들어진 에르노의 2021 F/W 다운 재킷.

에르노의 친환경 사상을 콘셉트로 한 글로브 컬렉션.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에르노 역시 ‘How Cool is Sustainability?’라는 콘셉트로 2021 가을/겨울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다. 에르노는 지난해, 폴리아미드 원사로 만든 나일론 개발에 성공했다. 매립 후 분해되기까지 50여 년이 걸리던 시간을 5년으로 단축시켰고 완전 분해가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또한 바다에서 떠도는 폐어망을 수거하고 매립지로 향할 카펫 등을 재활용한 에코닐과 리사이클 나일론 새틴, 100% 바이오닉 메리노 울, 화학 물질을 사용하지 않고 제작된 100% 재활용 이탈리아 울 등 친환경 소재를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세이브더덕의 캠페인.

너도나도 지속 가능한 가치를 외칠 때 온전히 지속 가능한 관점으로 브랜드를 설립한 아우터 웨어 브랜드도 있다. 이탈리아에서 탄생한 세이브더덕인데 ‘오리를 구하자’는 단순한 이름처럼 동물 복지에 주력하는 것이 특징이며 100% 애니멀 프리, 100% 크루얼티 프리를 선언해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번 시즌 세이브더덕은 재활용 니트 웨어와 에코 퍼 등을 활용해 보온성이 우수한 아우터를 다양하게 출시했고 그중에는 브랜드 슬로건을 프린트한 ‘애니멀 프리(Animal Free)’ 패딩 재킷도 포함된다.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Don’t Buy This Jacket)’라는 파격적인 캠페인을 실시하며 지속 가능한 브랜드의 표본으로 불리는 파타고니아도 빠질 수 없다. 파타고니아는 1996년부터 유기농 목화에서 추출한 면 소재만을 사용하고 폐그물망을 재활용한 넷플러스, 견고한 천연 소재 헴프, 친환경 네오프랜 소재의 일종인 율렉스, 재활용 폴리에스테르와 울, 나일론, 염색하지 않은 캐시미어를 사용하며 창립자 이본 쉬나드의 건강한 가치관을 이어간다. 이번 가을/겨울 시즌, 파타고니아는 ‘플라스틱은 영원하다(Plastic is Forever)’ 캠페인을 선보이며 100% 폐그물로 만든 넷플러스 컬렉션을 출시한다. 폐그물은 해양 쓰레기의 약 10%를 차지할 만큼 유해한 플라스틱으로 꼽힌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년간 칠레, 아르헨티나 해안을 떠돌며 버려진 그물망을 수거했고 연구 개발 끝에 넷플러스라는 신소재를 개발한 것. 다운 재킷의 겉과 안감, 보온재까지 100% 리사이클 소재로 제작했고 덕분에 매년 버려지는 35톤 이상의 폐그물을 효율적으로 소비할 수 있게 되었다.

리나일론 소재를 활용한 프라다의 2021 F/W 시즌의 아우터.

프라다 역시 브랜드 시그니처 소재인 나일론을 신소재 에코닐로 대체하며 리나일론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있다. 에코닐은 섬유 생산 업체 아쿠아필과의 협업으로 만들었고 해양 플라스틱 폐기물을 재활용한 신소재. 프라다의 이러한 노력은 이번 겨울 컬렉션 속 다운 재킷을 통해 여실히 드러난다. 겨울이 돌아왔다. 어쩌면 지난해보다 춥고 혹독할지 모를 겨울이지만 이왕이면 세상에 덜 해를 끼치는 다운 재킷을 입고 싶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가진 이들이 에디터뿐만은 아니길. 몸은 따뜻하고 마음은 편한 착한 겨울을 품고 싶다.

환경 친화적인 소재의 화이트 다운 재킷. 1백60만원, 무스너클 캐나다(Moose Knuckles Canada).

지속 가능한 프로젝트를 선보이는 몽클레르의 핑크 컬러 구스 다운 재킷. 가격미정, 8 몽클레르 팜 엔젤스(8 Moncler Palm Angels).

친환경 소재 사용에 앞장서는 에르노의 롱 패딩 코트. 2백35만원, 에르노(Herno).

베스트와 재킷으로 활용 가능한 실용적인 구스 다운 재킷. 가격미정, 캘빈클라인 진(Calvin Klein Jeans).

말린 야생화를 충전재로 사용한 플라워 다운 패딩 재킷. 가격미정, 판가이아(Pangaia).

리나일론 소재의 점퍼. 가격미정, 프라다(Prada).

100% 애니멀 프리를 선언한 세이브더덕의 패딩 코트. 가격미정, 세이브더덕(Save the Duck).

폐그물을 재생한 넷플러스 소재로 만든 우먼즈 다운드리프트 재킷 49만9천원. 파타고니아(Patagonia).

    에디터
    이선화(프리랜스 에디터)
    포토그래퍼
    COURTESY OF MOOSE KNUCKLES CANADA, MONCLER, HERNO, CALVIN KLEIN JEANS, PANGAIA, PRADA, SAVE THE DUCK, PATAGO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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