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 비통의 수석 조향사와의 만남

루이 비통의 수석 조향사 자크 카발리에 벨투뤼는 루이 비통의 새로운 향수 ‘레 렉스트레 컬렉시옹’이 루이 비통을 대표하는 향수가 될 것이라 말한다. 무겁거나 지나치게 달콤하거나, 어두운 향조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도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는, 당신의 기대를 넘어서는 향수로서 말이다.

루이 비통의 수석 조향사 자크 카발리에 벨투뤼.

만나서 반갑습니다. 줌을 통한 인터뷰라니 팬데믹 상황이라는 게 다시금 실감이 나네요. 당신이 지금 있는 곳은 어디인가요?
프랑스 그라스 지방에 위치한 제 아틀리에입니다. 서울은 저녁이죠? 여긴 아침이 되었답니다. 재스민과 장미, 나무, 그리고 다양한 열매의 향이 느껴지고 있어요.

인터뷰 전 당신이 보내준 셀프 카메라에서 이미 그곳을 보았지요. 혼자 보기 아까워 <얼루어 코리아>의 SNS 계정에도 소개했어요. 언젠가 그곳에서 만날 수 있으면 좋겠네요. 루이 비통의 수석 조향사로서의 본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볼까요. 이미 9살에 조향사가 되겠다고 결심했다고 들었어요. 9살인 제 아들이 마냥 천진난만하기만 한 걸 생각하면 무척 놀랍더군요. 9살 소년에게 어떠한 계기가 있었을까요? 
하하. 제가 조향사가 된 건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었어요. 향의 도시 그라스에서 태어났고, 나의 증조할아버지부터, 할아버지, 그리고 아버지까지 모두 조향사였거든요. 아버지의 작업실은 늘 많은 향으로 가득했죠. 공장에 가면 신기한 기계들과 다양한 시료도 구경할 수 있었어요. 그 당시에도 조향사는 흔치 않은 직업이었고 그래서 모든 일이 더 흥미로웠죠. 아버지가 천재처럼 느껴졌을 정도로요.

프랑스 프로방스 지방의 그라스에 위치한 아틀리에 레 퐁텐느 파르퓌메. 향기로운 분수라는 뜻을 지닌 그곳의 정원에는 향긋한 감귤과 레몬, 베르가모트에서부터 수천 송이의 재스민, 센티폴리아 로즈 덤불 등으로 가득 메워져 있어, 계절마다의 다양한 향기를 맡을 수 있다.

당신이 조향사가 된 건 숙명과도 같은 일이었겠네요. 호기심이 가득한 소년 자크가 만들고 싶었던 향수는 어떠한 것들이었을까요? 
조향사라는 직업을 동경했지만 하는 일에 대해서는 잘 몰랐던 것 같아요. 막연히 샴푸에서 나는 향기 같은 것들을 만들고 싶어 했던 것 같아요.

그 소년이 자라서 루이 비통의 수석 조향사가 되었군요. 그리고 루이 비통을 위한 향수 컬렉션 ‘레 렉스트레 컬렉시옹’을 선보였죠. 이번 향수는 루이 비통을 상징하는 향수가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어요. 
이 향수를 만들기 위해서 5년 동안 제 모든 것을 쏟아부었어요. 정말 이 프로젝트가 마음에 들었거든요. 아무도 더 이상 가지 않는 곳을 탐험해보고 싶었습니다. 향수의 기본적인 구조를 해체하기로 한 거죠. 다행히 현대적인 기술이 이러한 것들을 가능케 도와줬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 재료의 본질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플로럴, 시프레, 앰버 등 향료를 분류한 뒤 찬찬히 다시 살펴보았고, 오래도록 지속되는 신선함을 상상하기 시작했죠. 무겁지 않으면서도 관능적인 느낌이 공존하는 그런 향 말이죠.

인터뷰를 위해 저도 ‘레 렉스트레 컬렉시옹’의 다섯 가지 향을 맡아보았어요. 아직 한국에는 론칭 전일 때라 영광스럽게도 제가 국내 최초로 시향을 해본 사람이라고 하더라고요. 보도자료로 읽었을 때는 훨씬 묵직하고 클래식한 분위기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향을 맡고는 좀 놀랐어요. 의외로 매우 친숙하고 순수한 느낌이었거든요. 정말 마음에 쏙 들었어요! 
오, 그렇게 생각했다니 기쁘네요. 제가 이 향수를 만들 때 특히 아시아 시장을 많이 고려했거든요. 특히 한국 여성들이요. 하하. 당신이 생각한 것이 맞아요. 이 향수는 꼭 무겁거나 지나치게 달콤하거나, 어두운 향조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도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는 그런 향수죠. 마치 어린 시절의 기억처럼 말이에요. 우리가 잊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기억 저편에 남아 있는 유년의 감정은 그 어떤 기억보다 강한 인상을 가지고 있죠.

이 향수 컬렉션은 오드 퍼퓸보다 더 부향률이 높은 엑스트레 드 퍼퓸 타입이고, 톱 노트, 미들 노트, 베이스 노트 없이 하나의 노트가 처음부터 끝까지 향을 이끌고 있죠. 이는 여느 향수들과는 좀 다르잖아요. 왜 이러한 방식을 택했죠? 
그것이 바로 ‘럭셔리’이기 때문이죠. 향수는 사치품이에요. 하지만 많은 브랜드가 그것을 잊고 ‘상품’에 지나지 않는 향수를 찍어내고 있죠. 특히 이건 루이 비통 향수라고요! 루이 비통은 패션에서부터 신발, 시계 등 모든 분야에서 최고의 퀄리티에 주력하고 있죠. 그래서 저 역시 루이 비통 향수를 위해서는 특별한 재료를 선택했어요. 향수 한 병을 위해 많은 투자를 하고, 향수의 일반적인 규칙에서 벗어나는 모험을 택했죠. 고객들에게 그동안 접해보지 못한 전혀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서요.

2층에 위치한 작업 공방과 실험실은 다양한 향수 원료로 채워져 있다.

새로운 것, 기존과는 다른 것이 더 좋다고 느껴지나요? 
물론 다르다고 해서 꼭 더 낫다고는 할 수 없어요. 특히 자기 자신의 캐릭터를 뒤덮어버리는 그런 향수는 정말 싫어해요. 나에게 어울리는 향수는 나 자신과 친밀감이 느껴져야 해요. 마치 향수를 뿌렸을 때 공기를 입고 있는 것과 같이 자연스러워야 하죠.

이번 향수 컬렉션의 보틀을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맡아서 해주었어요. 그와의 작업은 어땠나요? 
그러고 보니 그와의 첫 만남도 오늘처럼 줌을 통해서 이뤄졌었네요. 저는 그 당시 프랭크에게 이렇게 이야기했어요.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조향사는 제가 아닙니다. 바람입니다.” 그는 호탕하게 웃고는 제 이야기에 귀 기울였어요. 바람은 꽃과 뒤섞인 잎사귀의 향, 비 온 뒤 땅의 냄새, 갖가지 향신료 등 일상의 모든 향을 조화롭게 섞고 이를 세상 구석구석 실어 나르죠. 그 당시가 5월 즈음이었는데, 아침마다 제 아틀리에 정원 한가운데 서 있으면, 칸의 바다에서부터 불어온 꽃향기를 머금은 바람이 느껴졌어요, 그 향기의 농도는 완벽 그 자체거든요. 한동안 매일 아침마다 그 바람에 따라 그날의 기분이 좌우되기도 했습니다. 프랭크 역시 저의 생각에 동의했어요. 우리는 자연적인 아름다움을 향수병에 담기로 했죠. 우리의 바람은 나무를 넘고, 빌딩을 가로지를 수 있기를 바랐어요.

루이 비통의 ‘레 렉스트레 컬렉시옹’의 보틀 디자인을 맡은 건축계의 거장 프랭크 게리. 그는 이번 향수 보틀 디자인을 ‘항해하는 배’에서 영감을 얻었다. 알루미늄판을 마치 천 조각처럼 구긴 듯한 형태의 뚜껑을 만들고, 향수병은 유연한 라인으로 재해석했다. 그렇게 해서 완성한 새로운 보틀 디자인은 투명한 돛과 세찬 바람, 파도의 물거품을 떠올리게 한다.

그렇게 해서 아름다운 향수병이 탄생했군요. 매우 유연하고 반짝임이 느껴져요. 조각상 같기도 하고요. 
처음 향수병을 보고 명확히 알았습니다. 이것이 저에게 많은 영감을 주리라는 것을요. 병의 바닥에서부터 뚜껑으로 피어오르는 하나의 예술 작품 같았죠. 특히 그는 움직임을 담는 법을 잘 알고 있습니다. 뚜껑에서 많은 에너지가 폭발하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이는 움직이는 꽃을 형상화하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요즘 마스크 때문에 세계 최고의 조향사인 바람이 가져다주는 향을 마음껏 느끼지 못하고 있네요. 현재 한국은 팬데믹으로 인해 매장에서 시향도 못해보고 있어요. 향을 맡아보지 못한 채 제품을 구매하게 될 고객들에게 ‘레 렉스트레 컬렉시옹’ 다섯 가지의 향수를 각각 한 단어로 표현해줄 수 있을까요? 
이 향수들은 향수 원료의 본질을 담고 있어요. 저에게 대신 이 향수를 맡고 하나의 단어로 표현해보라면… 머스크를 담은 코스믹 클라우드는 ‘하늘’, 댄싱 블라썸은 ‘로맨틱’, 시프레 향조를 지닌 랩소디는 ‘프렌치 시크’, 신선한 심포니는 ‘열정’, 그리고 스텔라 타임즈는 ‘관능’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하네요.

다섯손가락처럼 뭐 하나 빼놓을 수 없겠지만, 그중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향을 꼽으라면요? 전 코스믹 클라우드가 제일 마음에 들더라고요! 제 살냄새와 매우 잘 어우러지는 느낌이에요. 
저도 코스믹 클라우드를 좋아해요. 음. 하지만 하나만 선택하는 건 너무 어려워요. 왜냐하면 그날 그날 좋아하는 향이 다르거든요. 캐주얼한 날에는 심포니를, 와이프와 함께 데이트를 할 때는 코스믹 클라우드를 뿌리는 것처럼요. 아, 코스믹 클라우드와 심포니를 레이어링해서 사용하는 것도 제가 좋아하는 방법이에요.

두 향을 섞으면 어떠한 일이 벌어지죠? 
마냥 부드러운 코스믹 클라우드의 머스크 향이 심포니 향을 만나 좀 더 신선해지죠. 물론 매일 이 두 향을 섞어서 사용하는 건 아니에요. 그날 아침 기분에 따라 선택하죠.

팬데믹 시대에 향수를 만드는 일이 어렵지는 않았나요? 
생각보다 어렵지는 않았어요. 락다운 기간이라고 해도 영감이 사라지지는 않았기 때문이죠. 루이 비통이라는 브랜드의 깊은 뿌리 또한 영감의 원천이기 때문이죠. 이는 너무 강력하기에 한계란 존재하지 않죠. 방역을 철저하게 하고, 오로지 새로운 향에만 집중했어요. 이렇게 모두가 힘들고 우울할 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바로 그런 것이요. 마스크로 인해 향을 잘 맡지 못하게 되었을지라도, 사람들은 향수를 뿌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어요. 이것이 바로 향수가 주는 영향력이에요. 향수는 자기 자신을 위해 입는 것이죠.

마지막으로 ‘레 렉스트레 컬렉시옹’은 어떤 사람을 위한 향수인가요? 
루이 비통을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향수죠. 그 말은 자기 자신을 아끼고, 독창적이며, 편안하고 자유를 느낄 수 있는 모든 사람을 뜻하죠. 나이는 상관없어요. 나의 89세 어머니도 랩소디를 즐겨 사용하는 걸요. 남자와 여자, 성별의 구분도 필요 없습니다. 그저 자신의 느낌에 따라 향을 즐겨보세요.

    에디터
    서혜원
    포토그래퍼
    COURTESY OF LOUIS VUIT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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