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파니 영은 숨거나 숨길 생각이 없다. 보이는 게 전부라는 뜻은 아니다.

 

샴페인 좋아해요?
제가 또 샴페인 좋아하는 거로 유명해요.(웃음) 샴페인은 확실한 업드링크잖아요. 소녀시대 때 멤버들이랑 파티 분위기 내는 걸 즐겼는데 주도자는 늘 저였어요. 그 생각이 나네요. 샴페인은 좋은 추억이 많은 술인 것 같아요. 그래서 좋아요. 알아갈수록 더 친해질 수 있는 술이고, 모르고 마시면 큰일 난다는 것도 재미있고.

홀리듯 홀짝거리다 취하면 며칠은 괴롭죠. 촬영도 끝났으니 골든블랑 샴페인 딱 한잔하면서 인터뷰하는 거 어때요?
좋죠. 아까 촬영할 때 병째로 먼저 좀 마셨어요. 하하.

좋은 추억이 많은 술이라고 했는데, 주로 어떤 순간 샴페인이 생각나요?
30대가 되면서 기쁜 일이 있을 때만 술을 마시자는 룰을 정했어요. 어릴 땐 순간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술을 마셨거든요. 이건 좀 아니다 싶은 에피소드가 너무 많아요.(웃음) 올해, 특히 최근 6개월간 좋은 일이 많았어요. 그래서 자주 샴페인 생각이 났어요.

어떤 일이 있었는데요?
뮤지컬 <시카고>를 시작했고 얼마 전 메인 시즌을 잘 마무리했어요. 그게 정말 큰일이었거든요. <걸스플래닛999 : 소녀대전>을 비롯한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소녀들의 멘토로 나서게 된 것도 너무 큰 영광이에요. 유튜브 채널 <티파니에서 아침을>도 의미 있고요. <재벌집 막내아들>로 드라마 데뷔도 앞두고 있어요. 조연이지만 몇 번의 오디션을 통해 최종 합격한 거라 더 뿌듯해요.

그렇게 바쁜 덕분에 어렵게 만났네요. 촬영하면서 뭘 흥얼거리거나 흐느적거리는데 꼭 뮤지컬 같다고 생각했어요.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특별하게 생각해요?
맨 먼저 닿은 기회가 케이팝이었어요. 덕분에 진정한 가족이라고 할 수 있는 소녀시대를 만났죠. 어릴 때부터 음악, 퍼포먼스, 스토리텔링이 함께하는 뮤지컬을 좋아했어요. 제 버킷 리스트에는 늘 뮤지컬이 있었어요. <시카고>의 록시 하트라니. 너무 신나는 일이잖아요. 많은 걸 배우면서 즐겁게 하고 있어요.

서울 공연은 잘 마쳤지만, 지방 공연이 한창이네요. 컨디션은 괜찮아요?
투어링 아티스트의 템포는 운동선수와 비슷해요. 자신의 체력과 감정을 잘 관리하는 게 중요해요. 소녀 시대를 끝내고 미국에서 솔로 활동을 하면서 버스 투어를 했어요. 버스를 타고 수십 개의 주를 다니면서 무대에 섰어요. 일주일에 한 번꼴로 LA와 서울을 오가면서요. 저는 그렇게 단련이 된 상태였어요. 국내 여행 다닌다는 마음으로 즐겁게 하고 있어요.

온 마음을 다해 좋아하는 일이니까 가능한 거겠죠?
맞아요. 좋아하는 걸 할 때 나오는 에너지는 특별하니까요. 하기 싫은 것도 많이 해봐서 잘 알아요.(웃음) 늘 솔직하게 말하는데 소녀시대로 활동한 앨범 중 제 취향이 아닌 것도 많아요. 그 시간과 경험이 있어서 지금은 정말 좋아하는 걸 하고 있고요. 좋아하는 걸 하면 힘들어도 힘든 줄 모르잖아요. 더 잘하고 싶죠.

소녀시대의 ‘티파니’ 아닌 ‘티파니 영’의 이름으로 미국 활동에 나설 때부터 그 선택과 행보를 관심 있게 바라봤어요. 그 시도가 멋지다고 생각했거든요.
SM과의 계약이 끝났을 때, 그러니까 내게 완전한 선택권이 주어졌을 때 멤버들에게 말했어요. “우선 공부를 하고 싶다”라고요. 저는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에요. 열심히 노력해서 원하는 것을 갖게 되는 과정을 좋아하고요. 거저 얻는 건 싫어요. 나 자신에게 좀 더 투자하고 싶었어요. 2017년부터 미국에서 연기 학교를 다니며 오디션을 보러 다녔어요. 곡 작업도 하고요.

자기만의 노래를 부르고 싶었어요?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뭔지 스스로에게 물었어요. 연기와 음악 두 가지가 남더라고요. 겉으로 보이는 멋진 패키징은 완벽하게 배운 상태였어요. 문득 궁금했어요. 긴 시간 사람들에게 감동을 전하는 음악들이 있는데 그 힘은 과연 어디에서 나오는 건지. 전 노래밖에 몰랐거든요. 공부를 하고 보니까 음악에서 어떤 코드를 찍으면 그 코드가 자극하는 감정이 있어요. 그런 게 법칙처럼 존재해요. 노래뿐 아니라 음악을 통해 내가 원하는 기분과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는데 그걸 선택하지 않을 이유는 없죠.

그 과정과 노력으로 얻은 게 있다면요?
솔직함. 더는 두려워하지 말자, 솔직함이야말로 가장 멋지고 아름답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동안 저도 사회가 말하고 바라는 전형적인 여성성에 기대고 있었더라고요. 더는 그러지 않기로 했어요. 난 조용할 때도 있고 시끄러울 때도 있어요. 그게 무슨 상관이에요. 지난 3년간 잘 듣는 것과 학습이 제게는 가장 큰 모티브였어요. 자신의 말을 듣고 생각하지 않는데 어떻게 대화를 나누고 리액션을 하고 다른 사람의 마음에 공감할 수 있지? 저 자신과 많은 시간을 보냈어요.

2019년 미국에서 발매한 <Born Again>에 남아 있는 묘한 에너지를 좋아합니다. 모든 면에서 기존에 덧씌워진 이미지를 보기 좋게 거절한다는 발언처럼 보였거든요.
앞선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결과였어요. 그런 마음으로 곡에 참여했어요. ‘용기내서 내 감정의 깊숙한 곳까지 빠져보겠습니다. 그랬더니 다시 태어난 것 같네요?’라는 내용의 가사를 썼고요. “언니 때문에 살았어요. 누나 때문에 살았어요”라고 말해준 팬이 많거든요. 그 말을 들었을 때의 감정은 영영 잊히지 않을 거예요.

미국에서의 활동을 잠시 멈추고 다시 한국에 있는 지금은 어때요?
드디어 소녀시대 ‘티파니’와 ‘티파니 영’의 접점을 찾은 것 같아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3년 정도의 미국 활동에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제 안의 서클이 많이 정리됐어요. 누가, 무엇이 중요한지 정확히 알게 됐어요. 그걸 선택하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해요. 편안해졌어요. 마음과 몸, 영혼까지.

 

 

화이트 시스루 드레스는 발렌티노(Valentino).

 

오른손에 들고 있는 화려한 골드 보틀 샴페인은 골든블랑(Golden Blanc), 블랙 점프슈트는 메종웨스터(Masion Wester). 힐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 전체 인터뷰와 화보는 <얼루어 코리아> 11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본 기사에는 협찬이 포함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