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되면 더욱 생각나는 케이프

겨울이 되면 더욱 생각나는 낭만적 아이템. 이토록 다양한 케이프의 면면.

그러니까 이건 살짝 걸치는 멋이다. 황야의 무법자의 주인공처럼 무심한 듯 터프하게 하지만 관대하고 우아하게 쓱 말이다. 소매가 없어 팔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으며 움직일 때마다 흘러내릴 듯이 몸을 감싸는 것. 바로 케이프(Cape)다. 케이프의 사전적인 의미는 몸과 팔을 덮는 다양한 길이의 풍성한 코트. 프랑스어로 망토(Manteau), 영어로 클록(Cloak)이라고도 하며 판초(Pancho)와 로브(Robe)도 케이프의 한 종류다. 케이프의 역사를 보면 이렇다. 고대 로마시대 군대의 필수품으로, ‘망토를 입는다’는 것은 곧 전쟁터에 나간다는 의미로 사용했을 정도. 거친 울 소재의 이것은 야전에서는 담요로, 전투에서는 방패로 쓰기도 했다고. 그래서일까? 잘 만들어진 케이프 코트에서 밀리터리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밀리터리 무드를 강력하게 뿜어내는 이번 시즌 케이프는 알베르타 페레티에서 찾을 수 있었는데, 넉넉하게 블랙이나 짙은 블루 컬러의 긴 코트는 우아하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스타일을 선보였다. 밀리터리 스타일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승마 모티프. 이 분야에 일가견이 있는 구찌의 케이프는 컬렉션의 전반을 신비롭고 우아하게 열어주는 무게중심 역할을 하기에 충분했다. ‘GG’ 로고로 가득 찬 케이프라니 어딘가 모르게 판타지스러운 이 룩에서 그 진가를 느낄 수 있다.

조금 더 간결한 스타일을 원한다면 절제의 미학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질 샌더를 참고하자. 깨끗한 화이트 컬러 케이프는 미니멀하고 정돈된 실루엣에서 뿜어내는 고혹적인 여성미를 표현했다. 어딘가 차려입어야 할 자리에 포인트 세트업 아이템으로 이만한 게 또 있을까. 또한 말쑥한 테일러드 룩을 고집하던 보스의 새로운 애슬레저 스타일도 마찬가지다. 프레피 느낌 물씬 풍기는 케이프는 보스에서 평소 볼 수 없었던 캐주얼한 면모를 뽐내기에 충분했다.

케이프가 몸과 팔을 풍성하게 덮는 이불 같은 느낌이라면 모포나 천에 구멍을 뚫어 입은 듯한, 그래서 조금 더 에스닉하고 자연스러운 실루엣을 뽐내는 것은 판초에 가깝다. 가브리엘 허스트라는 새로운 수장을 맞이한 끌로에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그녀의 아이덴티티와 고민을 담아 클린한 실루엣의 드레스부터 에스닉하고 자유분방한 룩까지 다양한 룩을 선보였다. 그중 얇은 패딩과 매치한 판초 스타일의 케이프는 우아하면서도 스포티한 느낌을 연출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또 여행과 자유라는 브랜드 정신을 토대로 전설적인 발레리노 루돌프 누레예프와 록 스타 지미 헨드릭스를 뮤즈 삼아 구성한 에트로는 브랜드의 시그니처가 담긴 화려한 디테일에 인디 감성을 한 스푼 더한 느낌. 브랜드를 상징하는 페이즐리 패턴에 슬쩍 걸친 망토 스타일의 케이프는 보헤미안 감성이 가득한 스타일로 룩을 완성했다. 또 미쏘니에서 찾은 케이프는 지금 당장 일상 속에서 입어도 무방한 웨어러블하고 편안한 니트 웨어로 지금 가장 각광받고 있는 원 마일 웨어로 연출하기에 딱!

그런가 하면 스포티한 감성은 오랜 시간 패션 신의 주류로 자리 잡으면서 케이프의 영역에까지 이르렀다. 베이스볼 재킷을 변형한 듯한 캐주얼한 케이프로 신선한 레이어드를 보여준 루이 비통의 룩도 눈여겨볼 만하다. 드라마틱한 실루엣의 패딩 케이프를 선보인 마르니의 컬렉션도 이 같은 시류에 동참한 듯 보였다. 금방 찾아올 겨울을 위해서라면 참고해야 할 룩이 가득하다.

이처럼 하늘을 날게 해주는 슈퍼맨의 망토는 아니지만 내 스타일에 날개를 달아줄 이번 시즌 케이프의 다채로운 면면. 겨울이 더욱 기다려지는 건 이토록 시크하고 낭만적인 외투를 쓱 둘러멜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은 아닐까.

단정한 카멜 컬러 케이프는 7백 87만원대, 생 로랑 프롬 네타포르테(Saint Laurent from Net-A-Porter).

가죽으로 라이닝 마무리를 한 케이프는 2백89만원, 버버리 바이 매치스패션(Burberry by Matchesfashion).

따뜻한 니트 판초는 1백66만원대, 에트로(Etro).

청키한 스키 부츠는 88만원대, 끌로에×문 부츠(Chloe×Moon Boot).

에스닉한 스터드 장식 가방은 90만원대, 이자벨 마랑(Isabel Marant).

    에디터
    이하얀
    포토그래퍼
    GORUINWAY, COUTESY OF CHLOE, ETRO, ISABEL MARANT, MATCHES FASHION, NET-A-POR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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