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보다 치열한 예매 전쟁을 치르고 있는 전시 4

팬데믹 속에서도 예술은 계속된다. 인원 제한과 사전 예약의 조건하에 여느 때보다 치열한 예매 전쟁을 치르고 있는 전시도 있다.

Miami, Florida, USA (2019)

그라운드시소 서촌
<요시고 사진전: 따뜻한 휴일의 기록>

지난여름 내내 SNS에서 숱하게 보였던 영롱한 에메랄드빛의 바다가 서촌에 펼쳐져 있다. 킨포크, 비트라 등 감각적인 이미지로 사랑받는 글로벌 브랜드의 러브콜을 받아온 스페인의 포토그래퍼 요시고의 국내 첫 개인전이 그것이다. 푸른 지중해에 맞닿아 있는 유럽의 휴양지부터 마이애미의 도심, 두바이의 붉은 사막까지 세계의 여러 여행지를 기록한 350여 점의 사진이 전시되었다. 언뜻 일상적인 풍경이지만 맑고 따뜻한 색감, 영화 스틸컷을 연상시키는 극적인 구도를 응시하고 있자면 팬데믹 속에서 잊고 있던 여행의 기억이 피어오른다. 하지만 휴일의 기록을 보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쉽지 않다. 온라인으로 티켓 예매가 가능하지만 날짜 선택 없이 표만 구매할 수 있으며, 현장에서 티켓을 발급받는 동시에 만만치 않은 입장 대기 시간을 감수해야 한다. 사람이 가장 많은 주말 오후의 경우 평균 2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하기에 입장 자체가 일찍 마감될 정도다. 카카오톡을 통해 대기 인원을 수시로 확인할 수 있으니 전시 입장 예약을 먼저 걸어놓은 후, 여유롭게 서촌 주변을 둘러보고 오길 추천한다.
전시기간 12월 5일까지 관람료 성인 1만5천원

김환기(1913-1974), 3-X-69#120, 1969, oil on canvas, 160×129cm

유영국, 작품, 1972, 캔버스에 유채, 133×133cm

이중섭, 황소, 1950년대, 종이에 유채, 26.5×36.7cm

국립현대미술관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

떠들썩했던 ‘세기의 기증’이 베일을 벗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고 이건희 회장의 유족이 기증한 한국미술 작품 1488점 중 20세기 초중반의 한국 근현대미술 대표작 58점을 최초로 공개한 것이다. 개관 이래 역대 최대 기록의 기증이자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유영국, 권진규 등 이름만 들어도 한데 모이기 힘든 한국 미술사 거장의 작품이 대거 포함된 컬렉션은 온라인 사전예약만 가능하다. 극악의 난이도를 기록한 전시 예약은 방탄소년단 콘서트 티케팅에 비교되는가 하면, 본래 무료인 표에 10만원의 웃돈을 얹은 암표가 거래되기도 했다. 이에 미술관은 월 2매로 인당 관람 회차를 제한하고 티켓에 대한 현금 교환 유통이 적발될 시 예약 취소가 가능함을 명시하고 있다. 회차당 30명이 60분씩, 일 8~11회 관람하는 일정인데 모두가 어찌나 진심인지 그토록 흔한 ‘노쇼’나 취소표도 극히 드물다고. 아쉬운 마음에 도록이라도 사가는 사람이 급증했다. 전시는 내년까지 이어지지만 그 열기는 겨울이 지나도 좀체 식지 않을 듯 보인다.
전시기간 2022년 3월 13일까지 관람료 무료

상설전시 <장인, 세상을 이롭게 하다>

기획전시 <공예, 시간과 경계를 넘다>

송석 이택균 책가도

국가민속문화재41호, 운봉수향낭

청동은입사향완

서울공예박물관

곳곳에 남겨진 서울의 지난날을 따라 걷기만 해도 만 보쯤 훌쩍 넘기는 북촌과 인사동, 경복궁을 잇는 자리에 국내 유일의 공예 공립박물관이 들어섰다. 1940년대부터 이곳을 지키던 풍문여고의 5개 동을 리모델링하고 박물관 안내동과 한옥을 추가로 지어 총 일곱 개의 공간으로 새로이 탄생했다. 지난 7월 15일 예정이었던 개관식이 잠정 연기됨에 따라 사전예약제로만 전시 관람이 가능하며 일 6회 차로, 회차당 최대 90명씩 진행된다. 개관하자마자 한 달간 1만2000여 명이 넘는 관람객이 다녀갔고, 여전히 한 달 후의 표도 잡기 힘들 정도로 인기가 높다. 국가 지정문화재를 포함해 시대와 분야를 아우르는 2만 점 이상의 공예품과 자료는 회당 제한된 80분의 관람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방대하다. 운 좋게 예약에 성공했다면 둘러보고 싶은 공간을 미리 정해 전략적으로 동선을 짜는 것을 추천한다. 높은 담 없이 개방된 공간이기에 누구나 외관과 공예마당을 둘러볼 수 있다. 곳곳에 공예 예술품으로 조성한 휴식공간이 넉넉하니 서울 산책의 새로운 코스로 저장해놓는 것도 좋겠다.
전시기간 상설 관람료 무료

Tree with Two Windows, Rome #16, 2016, Oil on canvas, 50.8×71.1 cm

Capitoline Museums, Rome, #2, 2015, Pastel on sennelier sanded cardboard, 29.2×39.4 cm

마이아트뮤지엄
<앨리스 달튼 브라운, 빛이 머무는 자리>

뉴욕 기반의 화가 앨리스 달튼 브라운은 뛰어난 리얼리즘 기법을 구사한다. 그의 그림은 금세라도 바람이 불고, 실제로 눈이 부셔 미간을 찡그릴 정도로 생동감이 넘친다. 이번 전시는 해외에서 진행되는 그의 회고전 중 최대 규모로 신작 3점과 파스텔화 등 총 80여 점을 관람할 수 있다. 2~3미터 크기의 대형 유화작품은 캔버스 바깥으로까지 빛과 물이 어우러진 풍경이 확장되는 듯 압도적이다.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 평화로운 ‘물멍’ 시간을 가질 수 있으니 멀리 떠나지 못하는 관람객의 걸음이 몰리는 것도 자연스럽다. 관람인원 제한으로 인해 회당 25명씩만 입장이 가능하며 주말에는 1시간 이상 대기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 효율적인 관람을 위해 입장 알림을 확인할 수 있는 오픈 카카오톡과 10프로 할인을 제공하는 온라인 예매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전시기간 10월 24일까지 관람료 성인 1만8천원

    에디터
    정지원
    포토그래퍼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SEOUL MUSEUM OF CRAFT ART, GROUNDSEESAW, MY ART MUSEUM,WHANKI FOUNDATION·WHANKI MUS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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