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으로 다 하지 못한 말을 건네는 9권의 책.

 

<존 레논 레터스>
헌터 데이비스 지음 | 북폴리오

일기, 그리고 편지는 직접 쓴 글이라는 점에서 한 사람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전한다. 전설로 남은 뮤지션 존 레논이 생전에 쓴 편지를 모은 이 책은 그래서 의미 있다. 비틀스 전기를 집필하기도 했던 헌터 데이비스는 존이 친척, 친구, 연인, 세탁소 앞으로 쓴 편지와 엽서 285통을 모았다. 오노 요코를 비롯한 지인들이 이 프로젝트를 도왔다. 10세였을 때 리버풀에 살던 이모에게 쓴 편지 등에는 존 레논의 당시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짧은 설명을 덧붙였다. 시인 김경주가 번역한 이 책은 현재 절판이지만, 온라인 중고 서점 등에서 구할 수 있다.

 

<상관없는 거 아닌가?>
장기하 지음 | 문학동네

뮤지션 장기하의 첫 산문집이다. 직접 쓴 솔직한 가사처럼 글은 일상의 사소한 순간에서 시작해 멀리 뻗어간다. 기억력이 감퇴하는 것에 한탄하기도 하고, 오랜만에 찾은 작업실에서 좌절감부터 느낄 때에는 웃음이 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진 대표곡 ‘싸구려 커피’, 아무리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려도 삶은 결국 증발하는 것임을 깨달을 때에는 더 이상 가볍지 않은 글이 된다. 특별할 것도 없다는 투로 적은 글이 오히려 담백해서 계속 먹고 싶은 두부 같다. 읽다 보면 다음 책이 궁금해지는 에세이다.

 

<마이클 잭슨 레전드 1958-2009>
체스 뉴키 버든 | 나무이야기

에이미 와인하우스, 패리스 힐튼의 전기를 쓴 전기 작가 체스 뉴키 버든이 마이클 잭슨 사후 출간한 일대기다. 이제 와서는 다소 흐릿해졌을 수도 있는, 이 지구상에 다시 없을 팝의 황제의 발자취는 놀라운 동시에 쓸쓸함을 안긴다. 잭슨 파이브의 멤버로 ‘Ben’을 부르던 시절, 전 세계의 사랑을, 또한 미움을 받던 시절을 지난 그의 여정이 입장권까지 생겨난 장례식으로 끝난다. 모든 것이 전설로 남은 남자의 일대기.

 

<M트레인>
패티 스미스 지음 | 마음산책

<저스트 키즈>가 패티 스미스가 회고한 로버트 메이플소프와의 한때를 담고 있다면, <M트레인>은 아티스트 패티 스미스의 내밀한 마음에 다가간다. 그는 이 책을 두고 ‘내 삶의 로드맵’이라고 설명한다. 멜랑콜리와 사랑은 본능과도 같고, 패티 스미스는 언제나 두려움 없이 이들이 인도하는 곳으로 나아간다. 끝나지 않는 고민과 상념은 비단 예술가의 것만은 아니다. 그의 말대로 인생은 어쩌면 어디로 가고 있는가가 아니라 그냥 간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다.

 

<Crying in H Mart>
미셸 자우너 지음 | Knopf

‘엄마가 떠난 후 H마트에 가면 눈물이 난다.’ 많은 사람을 사로잡은 ‘재패니즈 브렉퍼스트(Japanese Breakfast)’의 미셸 자우너는 자신이 한국인이라고 말하는 데 망설임이 없다.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서울에서 태어났고, 미국으로 이민을 간 한국계 미국인. 문화의 충동과 융화 속에서 자란 삶을 담은 <한인 마트에서 울다(Crying in H Mart: A Memoir)>는 미국 이민자 사이에 큰 반향을 일으키며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내년 문학동네에서 한국어판을 출간할 예정.

 

<생명의 차창에서>
호시노 겐 지음 | 민음사

‘니게하지’라는 별명까지 생겨난 드라마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에서 남자 주인공을 맡은 호시노 겐은 상대 배우였던 아라가키 유이와 실제로 결혼을 발표하며 화제를 모았다. 우리나라에서는 배우로 알려졌지만, 호시노 겐의 본업은 뮤지션. 자이언티와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OST에 실린 ‘Nomad’를 협업하기도 했다. <생명의 차창에서>는 그런 호시노 겐의 다재다능함을 엿볼 수 있는 에세이다. 인생을 바꿨다고도 할 수 있는 긴 투병 생활과 여러 작업 과정이 솔직하고 담백하게 담겨 있다.

 

<쳇 베이커>
제임스 개빈 지음 | 그책

문제 많은 인간. 그러나 재즈 역사 속에 영원히 남을 사람. 전미출판인 및 작곡가협회에서 그해 가장 뛰어난 음악 관련 서적에 수여하는 딤즈 테일러 상을 수상한 제임스 개빈은 때로는 냉혹하게 느껴질 정도로 쳇 베이커라는 사람의 면면을 기록한다. 동료와 연인, 자신까지 고통 속에 빠트린 그는 동시에 천부적 재능을 가진 트럼페터였고 음악에만큼은 충실했다. 모순과 아이러니 속에서 한 발짝 더 진실에 다가간다.

 

<고고! 대한 록 탐방기>
하세가와 요헤이 지음 | 북노마드

음악을 좋아했기 때문에 음악만 생각하며 살았다는 하세가와 요헤이는 이 책을 두고 ‘보너스’라고 말했다. 꿈 같은 이야기가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그런 그에게는 ‘양평이형’이라는 별명 또한 한국에서 음악을 한 것에서 온 보너스일지도 모른다. 1955년 신중현과 엽전들, 산울림이 녹음된 카세트를 들고 한국을 찾아온 그는 처음에는 한국 록의 빅 팬으로 시작해 한국 록의 일부가 된다. 20년간 모은 희귀한 한국 록 레코드 200여 매를 소개한 것에서도 그의 사랑을 느낄 수 있다.

 

<비트 주세요! – 2017 고등래퍼의 아이들>
나지언 지음 | 프로파간다

하온, 빈첸, 영지, 양홍원 등을 배출한 <고등래퍼>는 10대 뮤지션의 등용문이자 엠넷의 성공한 프랜차이즈 프로그램이 됐다. 다듬어지지 않은 그대로, 자신이 누구인가를 말하기 위해 마이크를 잡은 10대들을 보는 건 흥미로운 일이었다. ‘왜 이들은 음악에 몰두하는 걸까?’ 그 답을 듣기에 방송은 짧았고, <비트 주세요! – 2017 고등래퍼의 아이들>은 방송 후 이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그들이 하고 싶은 말, 방송에서 하지 못한 말을 담은 이 책은 다큐멘터리 같기도 하다. 음악 인생을 걸 수도 있지만 그런 건 나중에 생각하고 싶기도 한 이들은, 스스로 지금을 좋은 시절로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