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한 편씩 작품을 하는 것.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도, 오직 그거면 된다고 배우 김서형이 말했다.

 

은은한 유광 소재와 다이아몬드 퀼팅 포인트, 다양한 실루엣으로 연출이 가능한 허리벨트가 특징인 하이칼라 다운 재킷은 듀베티카(Duvetica).

1년에 한 번은 꼭 작품으로 만나게 되는데, 그 작품들이 심상치 않아요. <스카이 캐슬>, <아무도 모른다>, <마인>… 어떻게 매번 그런 작품을 선택하나요? 이건 감탄입니다.
기획자분들이 저를 선택해주시는 거니까요.(웃음) 보시는 분들은 어떨지 모르지만, 개인적으로 저는 제 자신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역할들을 맡는다고 생각하거든요. 항상 ‘이걸 할 수 있을까?’ 하는 출발점에서 시작해요. 그럴 때 할 수 있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럼 짐을 나누는 것처럼 편안해져요. 주변 분들과 대화하면서 잘 풀어나가면 <마인>과 같은 시너지가 나는 것 같아요.

<스카이 캐슬>의 김주영은 강한 캐릭터였고, 그때의 아이콘이었어요. 캐릭터가 배우를 압도할까 싶으면 매번 다른 캐릭터가 생겨나요. <마인> 정서현을 볼 때 <스카이 캐슬>의 김주영이 생각나지는 않거든요. 
<스카이 캐슬> 이후로 김서형이 다음 작품에서 김주영 캐릭터처럼 할 수 있을지 혹은 그것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저보다 더 걱정하시고 지켜보시는 분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제겐 김주영을 깰 수 있냐 아니냐는 문제가 아니었어요. 내가 할 수 있는 걸 잘 선택하는 게 문제지, 제 자신은 그것에 연연하지는 않았어요. 연기할 때는 인물에게 초점을 맞추려고 하거든요. 그 이후 작품에서도 똑같이 공부하고 연기할 것이기 때문에 저는 부담이 없었어요. 작품이 잘되든 안 되든, 시청률이 잘 나오든 안 나오든 그 마음, 그 결대로 하고 있었으니까요.

작년 <얼루어> 200호 화보로 만났을 때는 <아무도 모른다> 방송을 앞두고 있었어요. 인상적인 드라마였고 이후에 드라마를 쓴 김은향 작가를 인터뷰했어요. 당신에게 정말 고마워하더라고요. 이제야 전해드립니다. 
작가님들은 자기 작품에 나온 배우들에게는 누구나 그래요.(웃음)

“당연히 김서형 배우를 생각했다. 다른 배우의 차영진은 상상을 못하겠다. 외형적으로도, 내형적으로도 완벽하다.” 김은향 작가가 한 말이죠. 이처럼 당신이 아니면 안 된다는 말, 캐스팅할 때 자주 듣죠?
<스카이 캐슬> 같은 경우에도 저의 대답을 기다리고 다음을 진행하기는 했어요. <아무도 모른다>도 처음엔 거절도 해봤어요. 제가 못 이룰까봐…. 그분들이 붙잡아주셔서 좋은 작품을 하게 됐어요. 절 놓지 않으시고 좋은 의미로 붙잡아주셨으니까 가능했던 것 같아요.

은은한 광택과 부드러운 터치감의 시그니처 풀 집업 후드 반소매 다운 재킷은 듀베티카.

작품을 결정하는 건 여전히 어려운 일인가요? 
인터뷰를 하면 다음 행보가 궁금하다는 말이 나오잖아요? 저도 그 다음의 행보가 궁금해서, 연기 생활이 현재진행형이에요. <아무도 모른다>의 ‘차영진’은 명쾌한 역할은 아니었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선의로 끝나는 사람인지 계속 물었어요. ‘차영진’은 정형화된 역할이 아니었거든요. 끝날 때 계속 감독님한테 물었죠. ‘이게 맞나요? 차영진은 어떤 어른일까요? 이런 어른을 제가 연기해도 될까요?’라는 고민을 하면서 찍었거든요. 그게 너무 어려웠거든요. 그런 저를 붙잡아주셨을 때 힘들어도 그만한 책임감과 성실함이 와요. ‘김서형만이 할 수 있어, 이만큼이 우리가 원하는 바야’라고 하시면 유독 잘해내게 되고요. 저한테 믿음을 주고, 나도 믿게 되면서 시너지가 생기는 것 같아요.

붙잡아야 되는군요.(웃음) 어떻게 하면 배우 김서형을 붙잡을 수 있나요? 
물론 대본이 주는 촉이 있죠. 배우마다 같은 대본을 줘도 어떤 대본은 ‘나는 이걸 나에게 왜 줬는지 알아’라고 느껴지는 게 있어요. 그럴 땐 분명 놓치고 싶지 않죠.

따지고 보면 작품이 잘되든, 잘 안 되든 김서형은 돋보였어요. <어셈블리>에서도 여성 정치인으로 인상적인 캐릭터를 보여주었고요. 
저도 국회에서 작품을 찍어보리라곤 상상도 못했어요. <어셈블리>는 너무 빨리 나온 것 같아요. 그 이후에 나왔다면 훨씬 더 잘되었을 드라마라고 생각해요. ‘홍찬미’를 연기할 때는 우리가 아는 여성 정치인이 다 대입이 되었고, 누구와 가장 가깝냐는 말도 있었기에 조심스럽기도 했죠. 나중에 실제로 필리버스터 같은 생소한 일이 일어나니까 정말 의미 있는 작품이었다는 것을 새삼 기억하게 되더라고요.

작품을 고르는 눈이 뛰어나다고 자평하나요? 
<어셈블리> 같은 경우는 그때는 그것밖에 안 들어왔을 거예요. 하하. 솔직히 제가 작품을 선택할 만큼 그렇게 작품이 많이 들어오지 않았어요. 생각보다 저에게 오는 작품 수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작품 하나하나에 공들이며 보여주리라는 마음이 더 큰 것 같아요.

시그니처 풀 집업 후드 스타일에 사이드 지퍼 슬릿 로고 테이프 디테일을 결합한 롱 다운 재킷은 듀베티카.

작품 속에서 당신은 그 인물이 된 것처럼 시청자에게 근사한 몰입감을 줍니다. 인물과 가까워지는 방법이 있나요? 
인간 김서형은 정말 특별할 것이 없어요. 무료하고 평이해요. 김서형을 지우려고 해요. 작품을 할 때는 ‘홍찬미’든 ‘김주영’이든 인물의 숨결을 보고 싶어 하시는 것 같아요. 다 도움이 되죠. 오늘처럼 화보를 찍는 것도 저한테는 비주얼에 대한 데이터로 쌓이거든요. 외형을 신경 쓰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호흡까지 어떻게 넣을 수 있는지 고민해요. 소리를 지르는 연기를 하면 <아내의 유혹>의 ‘신애리’가 나올 수도 있다는 강박관념도 있어요. 제가 해온 패턴이나 성향, 그리고 딕션이 있을 테고, 어떻게 하면 제 자신을 들키지 않을 수 있을지 방법을 찾다 보면 결국은 사람인 것 같아요. ‘인물이 왜?’라는 질문을 하면서 이런 사람이 실제로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거예요. <어셈블리>를 한다면 저도 <어셈블리>의 ‘홍찬미’ 같은 정치인을 보고 싶은 마음인 거죠.

되고 싶은 인물이 되어가는 과정이군요. 
이 인물이 어떤 사람인지 보고 싶어서 만들어갈 때도 있어요. 장르물을 할 때는 다른 메시지를 전하려고 하기보다 ‘홍찬미’ 같은 사람이 이제는 나타나주었으면 하는 의미 하나만으로 연기할 때도 있어요. <아무도 모른다>는 ‘나도 어렸을 때 이런 누군가가 있었다면 내 연기 생활은 어땠을까, 내 삶은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찍었어요. 끝내 저한테는 너무나 숙제 같은 역할이었어요.

숙제로 성장하기도 하잖아요, 사람은. 
제가 뭘 했는지 잘 모르겠다고 감독님께 그랬어요. 저 덕분에 잘 나왔다고 했을 때 안 믿었어요. 감독님과 작가님 두 분이 다 하신 거예요. 두 분이 대단한 거죠.

<마인>도 김서형이 정서현 같고, 정서현이 김서형 같고 하더라고요. 서현, 서형 이름도 비슷하고요. 종영 후 세 달 정도 흘렀는데 어떤 작품으로 남았나요? 
저는 하나만 보고 갔어요.

볼륨감이 살아 있는 가로 퀼팅 패턴과 소매 슬릿 로고 디테일이 특징인 하이넥 다운 재킷은 듀베티카.

뭐였나요? 
제가 <마인>에 꽂힌 포인트는 ‘멜로다!’ 그거 하나를 봤어요. 그 포인트를 하나 정해놓으면 연기할 때 다음 것이 힘들어도 하나의 봉오리가 잎이 되는 건 문제가 아니더라고요.

그만큼 간절히 기다려온 멜로였군요. 
저한테는 <마인>은 멜로다운 멜로였어요. 그래서 어떤 작품보다 끝나고 행복해요. 매해 한 작품을 만나기가 쉽지 않았거든요. 한 해 한 작품을 하면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죠. 올해엔 안 해봤던, 그리고 목말랐던 것을 그래도 하게 됐으니까 행복한 한 해예요. 배우 생활을 하면서 기대한 것이 크지 않았어요. 그런데도 멜로가 나한테 오는 게 그렇게 어려웠나? 이런 생각도 들고요.(웃음) 그래서 작품 끝난 후에도 기분이 좋아요.

그 안의 여성들이 그려내는 세계는 어떤 유토피아 같기도 해요. 
동서-형님 간뿐만 아니라 가족도 점 하나 찍으면 남이 되잖아요. 가족 내 좋은 관계도 있지만 아이러니하게 애증 관계도 많잖아요. 평소에도 연대라는 관계를 정말 좋아해요. 물론 저한테는 멜로를 할 수 있었다는 점이 더 컸죠.

성정체성을 숨기고 있었는데 <마인>을 보니 세상으로 나가서 사랑하고 싶어진다는 글을 저도 본 적이 있습니다. 
저한테도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셨어요. 어떤 분은 성소수자라는 걸 어머니는 모르시는데, 어머니와 <마인>을 볼 때 채널을 안 돌리고 보시는 것에 왠지 용기가 생긴다고 하시더라고요. 어떤 작품에서 연기할 때에는 캐릭터로서 내가 얼마나 성실하게 했나 나 자신한테 비춰볼 때가 있어요. <마인>을 끝내고서는 책임감을 느꼈어요.

미니 드레스는 H&M. 세련된 다이아몬드 퀼팅과 허리 벨트로 아워 글래스 실루엣을 강조한 롱 다운 베스트는 듀베티카.

 

은은한 광택과 부드러운 터치감의 시그니처 풀 집업 후드 반소매 다운 재킷은 듀베티카.

 

시그니처 풀 집업 후드 스타일의 미드 반소매 다운 재킷은 듀베티카.

 

슬림한 실루엣의 시그니처 풀 집업 후드 롱 다운 재킷은 듀베티카.

*본 기사에는 협찬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 전체 인터뷰와 화보는 <얼루어 코리아> 10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