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먹던 경구피임약을 버리고 제이디스 시술을 받았다.

 

매일 밤 10시 알람이 울리면 탁상이나 파우치 안에 든 작은 알약을 톡 꺼내 먹는다. 피임약을 복용한 후부터는 생리통뿐 아니라 생리전 증후군도 줄었고, 원하는 때에 맞추어 주기를 조절할 수도 있게 됐다. 하지만 복용법을 어길 시 부정출혈을 경험하거나 운이 안 좋으면 한 달에도 두 번 생리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피임 확률마저 위태로워진다. 피임약이 인류의 위대한 발명품으로 꼽히는 것은 사실이나, 나는 여전히 반복되는 복용이 귀찮고, 돌아오는 생리가 짜증난다. 뻐근하게 아픈 허리와 아랫배도 신경 쓰였지만 자도 자도 쏟아지는 졸음, 미묘하게 늘어나는 짜증, 짜고 맵고 단것이 당기는 식욕처럼 생리 때만 되면 다른 자아가 발현되는 듯했으니 아예 생리를 안 할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몇 달 동안 망설여왔던 시술을 시도해볼 때라고 직감했다.

3cm의 마법

미레나와 카일리나, 제이디스는 모두 호르몬을 함유한 자궁 내 피임장치다. 가로세로 3cm 내외의 T자 형태의 갈고리로 이 작은 기구를 넣는 것만으로 3년간(미레나와 카일리나의 경우 5년) 피임이 가능하다. 이전에 복용한 경구 피임약 또한 호르몬을 이용하지만, 그와는 성분과 피임 원리도 다르다. “여성의 몸은 배란 시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을 급격히 분비하게 되는데요, 경구피임약은 두 호르몬 모두를 함유해 신체의 호르몬 분비가 억제됩니다. 결과적으로 배란 자체를 하지 않아요. 반면 자궁 내 피임장치는 프로게스테론만 함유해요. 난소에 영향을 주지 않아 호르몬이 정상적으로 분비되며, 배란 또한 일어나게 되죠.” 예다여성의원 박유나 원장의 설명이다. 배란은 배란대로 되는데, 어떻게 피임이 되는 걸까? “장치가 함유한 호르몬은 매일 조금씩 분비되어 자궁 내에 국소적으로 영향을 끼쳐요. 우선 자궁경부 쪽의 점액 점도를 높여 끈적하게 만드는데, 이러면 정자가 이동을 하지 못하고 제 기능을 잃게 되죠. 결국 수정을 하지 못해요. 둘째로는 에스트로겐의 내막증식작용을 막는 거예요. 쉽게 말해 자궁 벽이 두꺼워지지 않도록 유지하는 겁니다. 그러면 착상을 예방할 수 있죠.” 여성이 할 수 있는 피임법 중 자궁 내 피임장치의 피임률은 98% 이상으로 상당히 높다. 제이디스의 비용도 3년간 구매하는 경구피임약 값과 거의 같기에 설명을 들을수록 합리적인 시술이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공짜는 없다

그동안 시술을 망설였던 이유에는 시술 중 통증과 해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부작용에 대한 걱정이 컸다. 그래서 호르몬 함량이 미레나의 1/3도 되지 않아 부작용 확률 또한 상대적으로 낮은 제이디스를 선택했다. 시술은 자궁벽이 얇아져 있는 생리가 끝날 무렵에 받게 된다. 진통제 주사를 맞고 약이 돌기까지 조금 대기했는데 정작 시술은 약 5분 만에 끝났다. 기다란 낚싯대 같은 장치가 자궁까지 쑥 들어오는데 날 선 무언가가 닿는 듯한 통증이 느껴진다. 날카로운 생리통이 5분 동안 지속되는 것과 비슷했다. 생리통 때와 달리 핫팩을 댈 수도 없고 온몸을 웅크릴 수도 없으니 발가락만 꼼지락댈 뿐이다. 아, 이제 아프다고 말해야겠다라고 생각하기가 무섭게 시술이 끝났다. 정말 딱 버틸 만한 고통이었다. 시술 직후 어지러움이나 메스꺼움을 느껴 바로 일어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니 의자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당일 먹는 것은 상관없지만, 격한 운동은 삼가야 하며, 삽입 후 2~3일간은 간간이 통증이 지속되기에 진통제를 복용할 수 있다.

무월경을 꿈꾸며

이제부터는 몸이 호르몬 장치에 적응하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부작용이 발생하는 기간이기도 하다. “가장 흔한 부작용은 부정출혈입니다. 이외에도 분비량이 증가할 수도 있고 사람에 따라 트러블이 나고 체중이 증가할 수도 있어요. 평균 3개월에서 길게는 6개월까지 적응기간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박유나 원장의 말이다. 그 기간을 지나 몸이 호르몬에 적응하면 부작용은 사라지고 고대하던 보상을 받게 된다. 약 20%는 거의 생리를 하지 않게 되거나, 팬티라이너만 해도 충분할 정도로 생리량이 감소한다. 자궁내벽 자체가 얇게 유지되기에 생리통, 생리전증후군도 함께 줄어든다. 누군가는 이런 몸의 변화가 자연스럽지 않은 것 아니냐고 묻기도 한다. 이에 박유나 원장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호르몬의 작용이기 때문에 오히려 자연스러운 변화입니다. 장치를 제거하면 시술 전의 상태로 다시 돌아가고, 임신 또한 다음 배란부터 바로 가능합니다. 다만 적응기간 중 부작용의 불편함이 너무 크다면 내원 후 상담을 권장합니다. 누구에게나 맞는 피임법은 없어요. 몸에 맞지 않는다면 기구를 제거하는 것이 맞습니다.” 박유나 원장은 이어서 부작용은 예상할 수 없지만, 시술 전 자신이 호르몬에 얼마나 민감한지 체크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경구피임약을 먹을 때도 부작용을 겪은 사람이라면 장치의 호르몬이 소량이더라도 부작용이 일어날 확률이 높다. 시술 일주일 후 초음파를 통해 제이디스가 잘 자리 잡은 것을 확인했고 시술 한 달 차인 지금, 배란기와 생리 주기에 묵직한 복통이 반복적으로 느껴진 것 외에 불편함은 없다. 무엇보다 매일 신경 써서 피임약을 챙겨먹지 않아도 되기에 한결 홀가분하다. 생리 또한 이틀 정도 라이너를 사용하는 것으로 끝났으니 이만하면 성공적이다. 피임과 생리에 시달리며 아무리 내 몸이라지만 자궁과는 도저히 친해지기 어려웠다. 불편을 조금이라도 없애기 위해 이것저것 시도하다 보니 점점 내 몸에 대해 알게 됐고, 결과적으로 불편을 어떻게든 살살 덜어내며 지내왔다. 이제 내 자궁이 제이디스에 익숙해질 그날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