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스럽게 열린 여름 과일을 한 잔에 담아냈다. 과실의 향이 뾰족하게 올라오는가 하면 달콤한 맛이 은근하게 맴돈다. 낮 시간이 조금이라도 더 긴 계절에 맛보기 좋은 7캔의 술을 소개한다.

 

칠곱번째 주시박스

특색 있는 크래프트 비어로 유명한 맥파이 브루잉은 매년 여름마다 계절 한정 메뉴인 ‘주시박스’를 선보인다. 해마다 새로운 과일 조합으로 돌아오는데 올해는 메이어 레몬과 키 라임을 사용한 사워 에일이 그 주인공이다. 향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레몬과 라임을 갓 짜낸 듯한 생동감 넘치는 산미가 특징이다. 한 모금만 마셔도 입에 침이 잔뜩 고이고, 무기력에 젖어 늘어져 있던 몸도 번쩍 정신을 차린다. 해산물과 마시면 서로의 풍미를 돋우고, 기름진 음식과의 궁합도 좋다. 모든 맥주가 그러하겠지만, 차가울수록 제 매력을 한껏 뽐낸다.
단맛 ★  신맛 ★★★★★
탄산 ★★★★  도수 4.5%

 

에델바이스 피치

오스트리아의 밀맥주 브랜드 에델바이스에 복숭아 과즙을 더했다. 캔을 따자마자 복숭아의 진한 내음이 느껴져 복숭아 주스에 가까울 거라 예상한 것과 달리, 홉의 향 또한 뚜렷하다. 기존 에델바이스에 비하면 청량하기보다 부드러움에 가까운 목넘김이 특징으로, 효모가 함유되어 특유의 쿰쿰한 느낌이 과일과 잘 어우러진다. 효모가 가라앉아 있기에 캔을 따기 전에 아래위로 천천히 흔들어야 균형적인 맛을 느낄 수 있다. 최근 복숭아 과즙 함량을 높이고, 도수를 낮추어 새롭게 출시해 호로록 마시기에 더욱 좋다.
단맛 ★★  신맛 ★
탄산 ★★★  도수 4.5%

호기스 페어 헤븐 사이더

사과와인을 베이스로 배주스와 사과주스를 더한 과실주다. 사과주스와 배주스가 각각 20% 이상 함유된 만큼, 과실의 향과 맛이 물씬 피어오른다. 은은하게 여운을 남기며 감도는 정도의 단맛이라 어떤 음식에 곁들여도 제법 잘 어울린다. 깔끔한 단맛과 달콤한 향, 가볍게 톡톡 쏘는 탄산 덕분에 캐주얼한 샴페인을 맛보는 듯한 재미도 있다. 차가울 때는 청량감이 돋보이는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과실의 풍미도 다르게 느껴진다. 애플 사이더를 좋아한다면 비슷하되 한 끗 다른 분위기의 페어 사이더를 맛보길 추천한다.
단맛 ★★★  신맛 ★★
탄산 ★★★  도수 4.5%

 

트롤브루 자몽

독일 만하임의 최대 규모 브루어리인 아이쉬바움에서 건너온 과일맥주다. 라거 맥주를 베이스로 자몽주스 농축액을 더했는데 기존의 과일맥주가 새콤달콤함을 전면에 세운 것과 달리, 트롤브루는 맥주의 존재감을 굳건히 지켰다. 홉 특유의 구수함이 처음부터 끝까지 단단하게 자리 잡고, 자몽의 향은 산뜻하게 스쳐 지나간다. 밀도 높은 기포에 입술이 맞닿을 때, 과일맥주의 기본은 곧 맛있는 맥주라는 것을 알게 된다. 캔째 마시기보다 자몽의 과육을 그대로 옮긴 듯한 크리미한 레드 컬러가 잘 보이는 유리잔에 따라 마시길 추천한다.
단맛 ★★  신맛 ★
탄산 ★★★  도수 2.6%

 

호가든 보타닉

계절의 냄새가 바뀔 때마다 호가든의 새로운 맛을 기다리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이전의 유자, 레몬, 그린 그레이프에 이어 올봄에는 호가든 보타닉이 등장했다. 과일 대신 허브를 사용한 것이 특징으로 레몬그라스와 시트러스 제스트 허브 향을 더했다. 맥주로는 접해본 적 없는 싱그러움이 입안 가득히 퍼져 가벼운 칵테일을 마시는 듯하다. 향신료가 듬뿍 들어간 태국 음식에 곁들이면 흡사 향의 축제가 벌어진다. 2.5도의 낮은 도수 또한 기분전환으로 가볍게 마시기에 적절하다.
단맛 ★★★★  신맛 ★★
탄산 ★★★  도수 2.5%

 

오늘

‘오렌지는 늘 옳다’라는 뜻의 오늘은 충북 증평에 위치한 플래티넘 크래프트 맥주에서 생산하는 밀맥주다. 벨기에식 밀맥주로 오렌지 껍질 분말과 고수 씨앗을 넣었다. 산뜻한 향으로 시작해 살짝 쌉쌀한 뒷맛이 남는다. 오렌지 향료를 추가해 기존의 벨기에 스타일 맥주에서 시트러스함을 더욱 살린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단맛을 더 첨가하지는 않았고 탄산 또한 부드러운 편으로 맥주 본연의 맛에 더 집중할 수 있다. 맥주 코너에서 호가든과 블랑부터 집어드는 취향이라면 오늘은 ‘오늘’로 잔을 채워보는 것도 좋겠다.
단맛 ★★  신맛 ★
탄산 ★★  도수 4.7%

 

타이거 라들러 레몬

레몬맛 맥주를 상상할 때 떠오르는 정석의 새콤달콤함이다. 약간 탁한 노란빛으로 레몬주스 농축액과 레몬추출 농축액으로 낸 레몬맛은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을 정도다. 알코올 함유량이 낮고 단맛이 강한 편이라, 누군가는 맥주가 아닌 음료라고 착각할지 모른다. 탄산감도 부드러워 레모네이드를 마시듯 단숨에 벌컥벌컥 마시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본래도 가벼운 느낌이기 때문에 아예 얼음을 퐁당 넣어 즐기는 것도 잘 어울린다. 얼음이 너무 녹아 밍밍해지기 전에 잔을 비우는 것은 당연!
단맛 ★★★★  신맛 ★★
탄산 ★★★  도수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