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안 변해도 보는 취향은 변할 수 있으니까. 변치 않길 바라며 새긴 타투를 지우고 싶어진 이들에게.

 

지우고 싶은 흔적이 되다

타투는 ‘그린다’가 아니라 ‘새긴다’고 말한다. 처음 타투를 할 때는 오래도록, 가능하면 영원히 몸에 그대로 새겨 있길 바랐겠지만, 시간이 지나고 그 마음이 변하는 경우도 있다. ‘지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괴로움이 시작된다. 과연 깨끗하게 타투를 하기 전으로 되돌릴 수 있을까? “반영구 화장이든 타투든 모두 깨끗이 지울 수 있어요. 문제는 시간이죠.” 아우름클리닉 정해원 대표원장이 대답한다. 컬러 타투는 지우기 힘들다는 것도 이젠 옛말이다. 최근 피코 레이저 기기의 도입으로 예전에는 파괴할 수 없었던 타투 색소도 말끔히 지울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숙련된 의사의 노하우가 더해져야 가능한 일이지만. 타투 제거는 레이저의 빛을 이용해 색소를 파괴하는 과정인 만큼 빛을 잘 흡수하는 검은색의 타투를 가장 쉽게 지울 수 있긴 하다. 반면 파랑이나 빨강 등의 컬러 타투는 보색 레이저를 활용해 제거한다. 문제는 흰빛을 띠는 컬러의 타투일 경우다. 분홍이나 하늘색, 스킨 컬러가 대표적인데, 이는 흰색 잉크 안에 들어간 티타늄과 같은 금속성 원료 때문에 레이저를 흡수하지 않고 산란시키는 특성이 있어, 일반적인 레이저 시술 공식으로는 제거하기 힘들다고 한다.

그렇다고 제거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시술이 까다롭고 오랜 시간이 걸릴 뿐이다. 완벽하게 지우려면 최소 5회에서 최대 20회 정도의 시술이 필요하다. 그리고 각 시술 간격은 기본 6주. 이 말은 즉, 손톱만 한 미니 타투라도 제거하려면 최소 8개월 이상 걸린다는 말이다. 견뎌야 하는 건 긴 시간뿐만 아니다. 타투 제거 시술은 아프기로도 유명하다.

에디터는 대학 시절 친구들과 함께 아이라인 반영구 문신을 했었다. 15년 전, 아이라인을 그리지 않고도 또렷한 눈매를 장착하고 싶어 새긴 아이라인 문신은 아직까지도 남아 있다. 그것도 바로 어제 한 듯 짙게! 꽤 오랜 시간을 만족하며 지냈지만 최근 들어 이 아이라인이 답답하게 느껴져 제거 시술을 결심했다. 시술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편인데도 눈가를, 그것도 점막에 레이저를 쏜다고 생각하니 마취 크림을 바를 때부터 심장이 마구 뛰어댔다. 마취 크림과 국소 마취 주사 덕에 통증은 그리 심하진 않았다. 조금 따끔한 피부과 레이저 시술 정도. 물론 이도 참을 수 없이 아파 중간에 제거를 포기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당연히 면적이 넓어질수록 감내해야 하는 통증은 커질 수밖에 없다. 시술 후 3주가 지났다. 안타깝게도 아직 에디터의 아이라인은 짱짱하게 살아 있다. 타투 크기에 따라 새기는 건 단 몇 분, 몇 시간이었겠지만 지우는 데는 생각보다 더 긴 세월이 걸릴 수도 있다. 타투 색소는 레이저 조사를 기점으로 피부 대사를 통해 아주 천천히 몸 밖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차라리 제거 시술을 받았다는 걸 잊고 지내는 편이 정신 건강에 좋을 정도다. 조급한 마음으로 색소가 어느 정도 지워졌는지 확인하다 보면 중간에 포기하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그래도 타투를 꼭 해야겠다면 믿을 만한 타투이스트를 찾아갈 것. “의외로 제거가 쉬운 타투도 있어요. 타투의 모양과 색의 차이가 아니라, 숙련된 타투이스트가 시술한 타투죠. 표현은 제대로 하되, 피부의 적당한 깊이에 적당한 양의 색소를 넣어 피부 손상을 최소화한 경우입니다.” 아우름클리닉 정해원 대표원장이 말한다. 일정하고 잘 새겨진 타투는 제거하기도 좋다는 이야기다.

 

타투, 꼭 영원할 필요는 없잖아?

타투는 트렌드다. 아이돌은 물론 멋 좀 안다 하는 배우라면 타투 한두 개는 기본이다. 연예인들만의 문화가 아니다. 에디터가 아는 20대 중 작은 타투가 없는 이들을 찾기 힘들 정도다. 타투에 부정적이던 에디터마저 ‘발목에 미니 타투라도 하나 할까?’라는 생각까지 했으니. 타투는 이제 메이크업처럼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그래서 최근 주목받는 것이 ‘지울 수 있는 타투’다. 유난히 타투 러버가 많은 미국에서는 ‘Temporary Tattoo’라 불리며 고통 없이 실제 타투보다 더 리얼한 타투를 즐길 수 있다는 이유로 급부상 중이다. 여기에 타투 숍을 찾기 힘든 코로나 시국이 이 흐름을 더 거세게 밀어붙였다. 대안은 일명 타투 스티커. 실제 타투로는 표현하기 힘든 섬세한 표현까지 가능할 수 있게 하는 타틀리(Tattly)와 무려 2주나 지속되는 스티커를 선보이는 잉크박스(Inkbox)가 대표 브랜드다. 한국에서도 타투 스티커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다. 타티스트와 인스턴트 타투가 가장 유명한데, 이 브랜드들은 타투이스트와 협업한 고퀄리티 디자인을 선보인다. “타티스트가 타투 큐레이션 브랜드로 비치길 바랍니다. 타투 관련 전시를 열기도 하고, 타투이스트, 타투 마니아, 의사, 변호사 등 다양한 분들이 타투에 관한 정보와 생각을 전하는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있거든요.” 제품뿐 아니라 타투 문화를 공유하고자 하는 타티스트 공지호 브랜드 매니저의 말이다. 단순히 치장하고 싶어서, 화려해 보이고 싶어서가 아니라 타투이스트라는 작가의 작품을 일시적이지만 몸에 간직하고 싶은 욕망도 타투 스티커 구매 이유가 된다. 타투는 스티커는 처음이라 어느 부위에 어떤 스티커를 매치해야 할지 감이 없다면 한예슬, 현아, 경리, 유튜버 free지아의 타투 스티커 스타일링을 참고해보면 좋겠다. 특히 타투 사랑이 남다른 한예슬이 2019년 한 페스티벌에서 선보인 화려한 플라워 타투 스티커 룩은 아직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타투를 즐기는 또 다른 방법, 바로 타투 프린터 기기다. 프링커는 종이에 그림을 인쇄하듯 피부에 타투를 프린트한다. 세계 최초의 일회용 타투 디바이스로 CES, MWC 등 세계적인 최신 기기 박람회에서 이미 그 기술과 가치를 인정받았다. 앱을 통해 디자인을 선택하거나, 사용자가 그린 디자인을 활용할 수도 있는데, 가장 돋보이는 점은 간편하고 안전하다는 것. 아무리 복잡한 디자인이라도 단 몇 초 만에 완성된다. 또 화장품에 사용하는 색소를 사용해 피부에도 안전하다. 결과물은 괜찮냐고? 스티커처럼 광이 나지도 않고 다양한 컬러도 순식간에 표현이 돼, 한번 사용해보면 기기 소장 욕구가 폭발한다(이 기사의 이미지 컷에도 프링커 기기를 활용해 타투를 연출했다). 지우는 것도 어렵지 않다. 비누를 사용해 살살 문지르면 끝. 픽서만 잘 사용하면 물에는 꿈쩍도 하지 않아 수영장에서 지워질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 타투, 꼭 영원할 필요가 없다면 대안은 이렇게 충분하다.

 

DIGITAL TATTOO

프링커의 프링커 S
기기에 블랙 또는 컬러 카트리지를 끼우고 앱을 통해 원하는 이미지를 고르거나, 직접 그린 도안을 전송해 사용한다. 아무리 복잡한 디자인이어도 순식간에 완성되는 것이 가장 큰 매력. 사용 전후 프린트할 부위에 픽서를 뿌리면 지속력을 높일 수 있다. 블랙 앤 컬러 종합세트는 49만5천원. 퓨어블랙 세트는 34만9천원.

 

타티스트의 베이직 – 타케미뮤즈 4천9백원.

 

인스턴트타투의 BTS 1만9백원.

 

타티스트 프로 – 홈보이 9천6백원.

 

인스턴트타투의 송오브에이프릴 1만4천9백원.

 

타티스트 프로 – 아랑사 9천6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