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무더위가 찾아오기 전, 털 관리가 시급하다. 겨드랑이 제모는 기본, 팔다리 제모는 선택, 브라질리언 제모는 옵션이 아니던가. 고통은 순간이지만 개운함과 청결함은 오래가도록 병원의 레이저 제모 시술부터 홈 레이저 제모 디바이스, 셀프 제모 제품까지 꼼꼼하게 준비했다.

 

본격적으로 여름이 다가오면 자연스레 고통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조금은 성가시고 두렵지만 필수처럼 자리 잡아버린 그것, 제모 때문이다. 미의 기준을 획일화할 순 없다지만 가벼운 옷차림 속에 비치는 수북한 털과 작별하는 건 남의 시선을 의식해서가 아닌, 오로지 나 자신의 만족을 위해서다. 순간의 아픔을 견뎌내면 마침내 뽀얀 속살을 마주하게 되니 땀과 습기의 공격이 거세지는 여름에는 이보다 개운할 수가 없다. 한여름이면 샤워 때마다 겨드랑이에 면도기를 대는 게 하나의 루틴이 됐고(레이저 제모를 했음에도 고개를 내미는 여린 친구들이 있어 정리하는 편), 다리는 스커트를 입어도 괜찮을 때쯤 셀프 제모 디바이스를 사용하기 시작한다. 계절에 상관없이 꾸준히 하는 브라질리언 제모는 몇 년 전 왁싱 숍에서 처음 경험한 이후 신세계를 맛보고 셀프로 관리 중이다. 지금은 웬만한 전문가 못지않게 빠른 시간 내에 적은 고통으로 거사를 끝내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최근에는 제모를 할 수 있는 방법도 다양하고 금액이 저렴해져 제모를 하는 이들이 한층 늘어난 추세다. 병원에서 레이저를 조사해 모근이 자리 잡고 있는 모낭을 파괴하는 레이저 제모 시술을 받거나, 홈 제모 디바이스로 집에서 시술과 비슷한 효과를 내거나, 면도기, 왁싱 크림, 하드 왁스 등 셀프 제모 제품을 사용하거나! 예전에는 각 부위별로 적합한 제모 도구가 모범 답안처럼 정해져 있는 듯했지만 요즘은 그것도 아니다(브라질리언 제모를 병원에서 레이저 시술로 받는 걸 상상이나 했겠는가). 털 관리를 위한 선택의 폭이 훨씬 넓어졌고, 그만큼 제모에 대한 우리의 고민은 더욱 깊고 다양해졌다. 병원 레이저, 레이저 디바이스, 셀프 제모 제품 등 보다 섬세해진 제모법부터 안전한 제모를 위한 궁금증, 최신의 제품들까지 제모의 모든 것을 파헤쳐보자.

 

털의 뿌리를 파괴하는 레이저 제모

아무리 뽑고 밀고 뜯어도 고개를 돌리면 다시 존재감을 드러내는 털의 성장 속도를 따라잡기 힘들 때가 있다. 주기적으로 피부를 괴롭혀야 하는 셀프 제모가 자극적이었다면, 모낭염, 홍반 등 감염의 위험이 걱정된다면 병원에서 받는 레이저 제모에 주목해보자. 병원 레이저 제모는 털이 자라나는 부위에 강한 열에너지를 조사해 모근이 자리 잡고 있는 모낭을 파괴하는 방식이다. 털의 뿌리를 손상시켜 재성장이 억제되며 결과적으로 털이 자라나는 속도가 현저히 더뎌진다.

제모 부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겨드랑이, 팔, 다리는 보통 4~6주 간격으로 5회 이상 받으면 영구 제모 효과를 볼 수 있고, 비교적 연약한 솜털이 많은 인중 등 얼굴 주변은 2~4주 간격으로 10회 정도 시술해야 한다. 레이저 제모 시술을 받기 4~8주 전에 해당 부위의 털을 뽑는 행동은 절대 금물! 레이저가 검은 털의 멜라닌 색소에 반응해 열을 전달하기 때문에 제모를 한 상태에서 레이저를 조사하면 열을 전달할 수 있는 매개체가 사라져 털의 뿌리를 파괴하기가 힘들다. 그렇다고 해서 털을 계속 기른 상태에서 시술을 받는 것도 안된다. 레이저 열이 길게 자란 털을 타고 내려오면서 피부 표면까지 전달되어 화상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가장 이상적인 건 시술 1~2일 전에 면도기를 사용해 털을 밀고 오는 것. 시술 부위에 따라 레이저 기기의 종류가 달라지진 않지만 부위별 털의 밀도, 굵기 등에 따라 레이저 조사 시간과 에너지 세기를 조절한다.

간혹 레이저 제모 시술 이후 털이 더 굵게 자랄까봐 걱정하기도 하는데, 반대로 털은 점점 얇고 훌렁훌렁해진다. 피부톤이 어두울 경우 레이저가 털을 포함해 피부에까지 영향을 주어 시술 부위가 얼룩덜룩해지기도 하나, 꼼꼼한 보습만 이뤄진다면 문제없다. 제모 시술 후 당일 샤워는 가능하지만 3일간 사우나, 수영장과 같이 물에 오래 들어가는 장소는 피해야 하며 가려움증이 생길 땐 냉찜질로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수시로 자외선 차단제를 발라 해당 부위의 색소 침착을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다.

 

브라질리언 제모도 레이저로?

병원에서 받는 레이저 시술 중 가장 궁금증을 자아내는 건 브라질리언 제모가 아닐까? 몇 년 사이 왁싱 숍에서 브라질리언 제모를 하는 이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면서 주기적으로 하드 왁스를 이용한 브라질리언 제모를 받다가 결국 레이저 제모로 넘어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한번 경험하면 특유의 개운함, 그날의 청결함 때문에 끊을 수가 없기에 레이저 시술을 통해 영구 제모를 한다는 것. 일반적으로 우리가 브라질리언 제모를 위생적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털이 세균 번식을 부르는 환경을 만들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습해서 세균이 번식하기 쉬운 음부에 털이 많으면 남아 있는 세균이 악취까지 유발할 가능성이 있으니까.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많은 전문가가 건강상의 측면만 봤을 때 브라질리언 제모는 득보다 실이 더 크다고 말한다. “음부에 있는 털은 여러 가지 기능을 해요. 주변 조직을 보호하고 몸의 쿠션 역할을 하죠. 먼지와 세균이 질로 유입되는 걸 막고 물리적인 마찰로부터 피부를 지켜줘요. 특히 음부는 피부가 약하기 때문에 이러한 보호막인 털을 제거하면 물리적 자극이나 외부 노출로 인해 다른 질환이 생기기 쉬워요.” 와인피부과성형외과 김홍석 원장의 설명이다. 브라질리언 제모로 질염을 예방할 수 있다고 증명된 내용은 없으며 오히려 외부 세균 감염이 쉬워져 질염이 생길 수는 있다는 얘기. 다만 음부에 털이 과도하게 많아 월경 혈, 질 분비물 등이 엉키고 위생 관리가 어려운 경우엔 브라질리언 레이저 제모가 도움이 되기도 한다.

음부는 다른 부위에 비해 털이 굵어서 레이저 시술 시 통증이 있는 편이긴 하나, 최근에는 통증을 줄인 에어쿨링 시스템 레이저 장비가 있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마취 크림을 바르지 않고 시술해도 충분하지만, 요청에 따라 마취 크림을 바르기도 한다. 브라질리언 레이저 제모 역시 시술 전 왁싱을 하지 않아야 하고, 4~6주 간격으로 최소 5회 이상 받아야 영구적인 효과가 나타난다. 회음부 안쪽까지도 레이저를 조사할 수 있으나 점막 부위는 피해야 한다. 시술과 시술 사이의 텀 동안 각 털의 성장 속도가 달라 부분적으로 털이 자라기도 하는데, 외관상 좋지 않다면 면도는 해도 된다. 하지만 털을 뽑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 올누드 제모가 부담스럽다면 충분한 상담을 통해 왁싱 숍에서 하는 브라질리언 왁싱처럼 디자인도 가능하다. 시술 후 주의사항은 다른 부위와 같지만 아무래도 음부의 피부가 더욱 민감하므로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모근을 퇴화시키는 레이저 제모 디바이스

병원에서 받는 레이저 제모 시술과 비슷한 원리의 홈 기기로, 털이 있는 부위에 레이저를 조사하면 모근이 서서히 퇴화된다. 의료기관에서 사용하는 장비보다 열이 약하기 때문에 효과는 떨어지지만, 그만큼 피부에 가해지는 자극이 적다. 털이 자라는 속도를 늦추고 원하는 부위를 집중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오시카의 SIPL- 2000 PLUS
카트리지의 깊이가 깊고, 피부에 완전히 닿아야 작동하는 피부 인식 센서를 내장해 안전하다. 좁은 카트리지로 교체해 손가락, 인중 등 정교한 부위를 관리할 수 있고 글라이딩 모드를 통해 쉽고 빠른 연속 조사가 가능하다. 200g 35만원.

 

라피타의 IPL 쿨링 레이저 제모기 SO COOL-500K
오토샷 기능으로 피부에 닿으면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레이저가 자동 조사된다. 출력창을 미끄러지듯 움직이면 연속으로 조사할 수 있으며, 쿨링 기능이 자극받은 피부를 달랜다. 350g 39만8천원.

 

유라이크의 사파이어쿨링 제모 의료기기 UI04M_딥그린
레이저 조사 창의 쿨링 기능이 열감을 줄여 피부를 진정시킨다. 연속 조사로 팔, 다리 등 넓은 부위를 한번에 제모할 수 있고, 추가 카트리지 구매가 필요 없도록 반영구 카트리지를 장착했다. 280g 48만9천원.

 

트리아의 미니 제모기
한 손에 쏙 들어오는 미니 사이즈에 충전 방식이라 언제 어디서든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카트리지를 추가로 구매하지 않아도 사용 횟수에 제한이 없고, 표시등을 통해 출력 단계, 배터리 충전 상태 등을 표시한다. 200g 37만원.

 

실큰의 인피니티
피부색을 측정하는 피부톤 센서를 장착해 어두운 피부더라도 마음 놓고 사용할 수 있다. 연속으로 조사되는 글라이딩 기능을 갖췄고, 블루 라이트를 이용해 살균하는 클렌징 박스가 위생적인 보관을 돕는다. 225g 49만원.

 

레이저 제모 디바이스 사용 시 주의할 점

패키지에 반드시 ‘의료기기’라는 표시와 함께 허가번호가 기재되어 있는 안전한 제품을 고르자.
제품별로 허가받은 신체 부위에만 사용해야 한다. 레이저 빛이 눈썹 등 눈 주변에 닿지 않도록 주의하고 제모 시 보안경을 착용하는 것도 좋다.
만족할 만큼 제모가 되지 않는다고 해서 사용 시간을 과하게 늘리면 주변 피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적당한 텀을 정해두고 규칙적으로 사용할 것.
생리 기간에는 호르몬 변화로 피부가 예민한 상태이므로 사용을 삼가야 한다.

 

빠르고 간편한 셀프 제모 아이템

면도기, 제모 크림, 하드 왁스, 왁스 스트립 등 다양한 셀프 제모 아이템들이 있어 취향에 맞게 선택하면 된다. 각각의 원리는 다르지만 집에서 쉽고 빠르게 제모가 가능하고, 비교적 비용이 저렴하다.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 익힌다면 통증을 줄일 수도 있다.

1 모레모의 핑크 클레이 헤어 리무벌 크림
굵은 털도 빠르게 융해시키며 핑크 클레이 성분을 함유해 거뭇거뭇한 부위를 환하게 가꾼다. 100g 1만3천원.

2 바디네이처의 헤어리무버 왁스스트립 페이스 스위트 아몬드 오일
건조하고 민감한 얼굴 및 인중 부위에 붙이는 미니 사이즈로, 피부결을 부드럽게 하는 스위트 아몬드 추출물을 담았다. 12매 9천원.

3 바디네이처의 헤어리무버 왁스스트립 바디 센스티브 스킨 로터스플라워
팔, 다리 등 넓은 부위에 적합하고 로터스플라워 추출물이 들어 있어 피부 손상을 예방한다. 16매 1만2천원.

4 알롱의 셀프 하드 왁싱 키트
전자레인지에 넣어 왁스를 녹일 수 있는 접이식 실리콘 용기와 짧은 털까지 제거해주는 비즈 타입 왁스 등 초보자에게 꼭 필요한 셀프 제모 용품만을 모았다. 히터컵 1개+비즈왁스 100g+스패츌러 6개 3만1천원.

5 쉬크의 인튜이션 리뉴잉 모이스춰 석류
제모 날에 장착된 석류 추출물의 바 덕분에 풍부한 거품이 생성되어 따로 셰이빙 폼을 바를 필요가 없다. 1만1천2백원.

6 바나다왁싱의 릴리프 샌달우드 하드왁스 고급형
밀착력이 높아 모근을 탄탄하게 잡아주고, 체온과 유사한 온도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저온왁스라 초보자에게 추천한다. 500g 2만7천9백원.

7 네어의 슈가왁스 캔디애플
털의 끊김이 적어 한번에 깔끔한 제모가 가능하며 끈적임이 없어 제모 후 물에 잘 세정된다. 300g 1만9천9백원.

8 바디포뮬라의 쉐어버터 제모크림
높은 제모력은 물론 시어버터, 해바라기씨 오일, 녹차 추출물 등 진정과 보습에 탁월한 자연유래 성분이 피부 자극을 최소화한다. 110ml 1만2천9백원.

 

셀프 제모 노하우

면도기
샤워 중에 털이 수분을 완전히 머금었을 때 셰이빙 폼을 바르고 사용해야 피부 자극이 적다. 면도 후에는 피부가 민감해진 만큼 보디 크림을 충분히 발라 유수분 밸런스를 맞춰줄 것.

제모 크림
팔, 다리 등 털이 가늘고 길게 자라는 넓은 부위에 유용하다. 해당 부위에 도톰하게 바른 뒤 물로 씻어내면 털의 케라틴 성분이 녹아 통증 없이 매끄럽게 제모할 수 있다.

하드 왁스 & 왁스 스트립
모근까지 제거하는 방식이라 제모 상태가 길게는 4주간 오래도록 유지된다. 털이 난 방향으로 바르고 떼어낼 때는 털이 난 반대 방향으로 한 번에 떼어낸다. 제모 후 인그로운 헤어가 생기기 쉬우니 주기적인 각질 제거가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