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오셨는지

기존의 가치체계와 시스템이 완전히 멈추거나 오작동을 일으키는 ‘불확실성의 시대’를 두 눈 똑바로 뜬 채 목격하는 ‘뉴노멀’이 일상이다. 물질적, 정신적 불안 속에 길을 잃은 개개인은 자기 존재에 대해 확인하고 확인받고 싶어 한다. 지속해서 나와 타인의 연결고리를 찾는다. 점 보는 앱이나 소셜미디어를 도배하는 다양한 심리테스트는 우리의 불안정한 세태를 여지없이 반영한다. 전시 <Fortune Telling: 운명상담소>는 샤머니즘과 우주론적 세계관의 요소들을 재해석하여 ‘운명’의 의미를 고찰하고 ‘상담’을 통해 내면세계를 깨달아간다. 전시장의 관객들은 자신의 무의식을 들여다보고 인생을 상담하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 운을 시험해보기도 하고, 타인과 자신의 운을 교환해보기도 하며 운명에 순응하는 대신, 자신의 운명에 맞서는 경험을 하게 된다. 동시대 예술가 17팀(명)이 과학적 세계관의 관점에서 볼 때 그저 열등한 미신이라 여겨지던 샤머니즘, 명리학, 타로, 점술 등 우주론적 세계관을 ‘예술적 도구’로 재발견한다. ‘불안’이라는 감정과 ‘미래’에 대해 알고 싶은 욕구는 인간의 의식과 영원히 함께할 본성일 테니. 7월 11일까지. 일민미술관.

 

Thief of the Tree, Pigment print, 81.3×101.7cm, 2017

사막의 신비

로드 무비에 등장하는 미국 서부의 광활한 사막을 마주할 때마다 아름다움과 공포와 슬픔을 동시에 느낀다. 마이클 런드그렌은 그 풍경에 매료되어 세계 각지의 사막을 기록하는 사진가다. 그는 자연을 초월적 존재로 바라보는 풍경 사진의 전통에서 벗어나, 사진의 시적 잠재력을 탐구한다. 예술가와 과학자, 역사학자, 작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력해 사막을 단순한 풍경이 아닌 역사적, 사회적 맥락으로 해석한다. 그러니까 그가 담아내는 사막은 태초의 원시적 공간부터 초현실적 공간, 인간의 흔적과 대자연이 교차하는 경계의 공간까지 모두 아우른다. 마이클 런드그렌의 국내 첫 개인전 <Geomancy>는 그의 최근작 39점을 총망라한다. 사막을 가로지르는 로드 무비 속 주인공은 모든 걸 포기한 채 사라져버리거나, 자연의 아름다움과 공포, 경외와 기적을 경험한 다음 새로이 태어난다. 사막은 그런 ‘땅’이다. 6월 26일까지. 한미사진미술관.

 

사소한 사건, 브론즈에 금박, 40×40×21cm, 1999

사소한 것의 이면

한국 현대미술계의 중추적 작가 안규철이 교직생활을 끝내고 다시 작가로 돌아온다. 개인전 <사물의 뒷모습>은 작가의 주요 작품세계를 조명한다. 구두, 솔 등의 일상적 사물을 활용한 오브제 작업과 손수건이 바닥에 떨어지는 찰나의 사건을 거대한 기념비와 대조시킨 ‘사소한 사건’ 등 그간의 핵심 작업을 모았다. 강력한 자극과 난생처음 보는 괴상한 감각만 판치는 오늘날 그는 여전히 미술 안팎의 세상을 다양하게 만드는 것에 의미를 둔 채 사소한 일상과 사물, 언어를 섬세하게 관찰한다. 세계의 부조리와 모순과 대면할 수 있도록 이끈다. 어른의 얼굴로. 5월 13일부터 7월 4일까지. 국제갤러리 부산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