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수거의 배신

친환경 뷰티 제품이라고 해서 믿고 구매했는데, 막상 분리배출이 불가능한 제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떨까? 이제는 화장품 성분뿐만 아니라, 쓰레기로 돌아갈 패키지까지 꼼꼼히 살펴보아야 한다.

플라스틱이라고 다 같은 플라스틱이 아니다

플라스틱 용기의 뒷면 혹은 아랫부분에 위치한 재활용 마크를 자세히 들여다보라. 플라스틱이라고 적힌 삼각형 마크 아래엔 몸체, 뚜껑, 라벨 등의 구체적인 소재를 표시해놓았다. 플라스틱 소재는 HDPE/LDPE/PP/PS/PVC/OTHER 총 여섯 가지로 구분되는데, HDPE/LDPE/PP/PS/PVC에 속하지 않는 플라스틱은 ‘OTHER’로 표기한다. 일단 평소 분리배출에 관심이 좀 있는 이라면, ‘OTHER’ 표시된 패키지는 재활용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OTHER’ 패키지는 복합 소재로 이뤄진 제품에 표기되는 것으로, 단일 소재가 아니기 때문에 재활용이 어렵다. 이러한 ‘OTHER’ 표기는 화장품 패키지에서 특히 자주 찾아볼 수 있다. 직접 화장대에 있는 눈앞의 몇몇 제품을 모아 그 뒤를 살폈다. 캔류라는 마크가 인쇄된 한 제품을 제외하고는 플라스틱 심벌 마크 아래 하나같이 ‘OTHER’라고 쓰여 있었다. ‘펌프: OTHER’, ‘뚜껑: OTHER’. ‘캡/펌프: OTHER’ 등등. 일부 제품은 뚜껑과 몸체를 분리하면 재활용이 가능하기도 하다. 하지만 결국 이 말은 어느 부분은 재활용이 불가능하다는 말과도 같다. 분리배출을 해야 하지만 재활용이 불가능한 ‘OTHER’ 쓰레기를 발견했을 때는 그동안의 노력이 헛되었다는 배신감과, 소비자를 기만하는 기업에 대한 분노가 치솟을지도 모른다. 제품 구매 단계에서부터 패키지의 재활용 여부를 확인하는 수고를 해야 하고, 화장품 업계를 향해 지속가능한 패키지에 대한 목소리를 높여야 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우리는 ‘OTHER’라고 쓰여진 제품만 구입하지 않으면 되는 것일까? 아쉽게도 그렇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여기서 플라스틱이 재활용되는 원리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OTHER’ 플라스틱을 재활용하기 어려운 이유는 복합 소재이기 때문이다. 플라스틱은 단일 소재일 때 재활용이 가능한데, 우리는 분리배출을 할 때 플라스틱을 다 같은 분리수거함에 넣는다는 것이 맹점이다. ‘OTHER’ 외에도 HDPE, LDPE, PP. PS, PVC 소재의 플라스틱은 다 같은 플라스틱 분리수거함에 담겨 재활용업체로 보내지는데, 그곳에서 이를 일일이 소재별로 분류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OTHER’와 마찬가지로 단일 소재로 분류되지 않은 플라스틱은 결국 소각의 대상이 된다. 그래서 지난 2020년 12월 25일부터 전국 아파트에서는 투명 페트병 별도 분리배출이 의무화되었다. 투명 페트는 분리수거 항목 중 재활용률이 높으며, 유색, 혼합 플라스틱보다 오염도가 낮아 세척 과정이 간편하기에 이를 별도로 모으기 시작한 것이다

분리배출 표기 읽기

재활용 마크 중앙에 표시된 글씨는 제품이 차지하는 가장 큰 보디 부분의 소재를 뜻한다. 소재는 페트, 플라스틱, 비닐류, 캔류, 종이, 유리 등으로 심벌 마크의 색채는 표시 소재에 따라 색상을 적용할 수 있다.

분리배출 표기는 심벌마크 아래 혹은 옆에 위치한다. 세 마크 모두 동일한 의미로 몸통은 페트, 펌프는 OTHER, 라벨은 PP로 분류하여 배출하라는 뜻. 대부분의 화장품은 위와 같이 주요 부분이 페트로 이루어져 있다.

가끔 외국 화장품의 분리배출 마크를 마주할 때가 있다. 1부터 7까지 숫자가 표기된 위의 마크는 국제 플라스틱 분류 기준이다.

WHAT’S FOR NEXT? 

⦁ 투명 플라스틱이라고 해도 PP와 PET로 소재가 다를 수 있다. 반드시 확인 후 PET 소재만 별도 분리해 배출할 것.
⦁ 일단 가장 재활용률이 높은 투명 페트는 내용물을 비우고 헹구어 라벨을 제거한 뒤 배출한다.
⦁ 씻어도 색이나 냄새가 빠지지 않는다면 일반 쓰레기로 버려야 한다.
⦁ 음식이 닿아 실질적으로 재활용이 어려운 용기는 애초에 땅에 버리기만 해도 분해되는 생분해성 용기로 만드는 것이 좋다.
⦁ 페트병은 찌그러트리고 뚜껑을 닫아 배출한다. 이는 페트병 안에 이물질이 들어갈 위험을 줄일 수 있기 때문. 페트가 재활용되는 과정에서 고리와 뚜껑은 분리가 되기 때문에 그대로 버려도 괜찮다.
⦁ 너무 작은 패키지 역시 재활용이 어려우니 구매 시 유의하도록 한다.
⦁ 무엇보다도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 근본적으로는 기업에서 플라스틱 소재를 단순화하는 것이 좋다. 꼭 복합 소재의 플라스틱을 써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한 가지 재료를 활용해 재활용이 쉬운 소재로 용기를 바꿀 필요가 있다.
⦁ 또한 법적으로 분리배출 체계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페트를 따로 모으는 것처럼 다른 플라스틱의 경우에도 분리수거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특히 생분해되는 바이오플라스틱의 경우에는 매립할 수 있도록 따로 배출할 필요가 있다.

    에디터
    김민지
    포토그래퍼
    HYUN KYUNG J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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