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bert Mapplethorpe, , 1978, Silver gelatin, 50.8×40.64cm

Robert Mapplethorpe, , 1984, Silver gelatin, 50.8×40.64cm

Robert Mapplethorpe, , 1984, Silver gelatin, 40.64×50.8cm

아름다운 악마

로버트 메이플소프는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예술가다. 1970~80년대 뉴욕에서 누드와 사도마조히즘, 게이 서브컬처 등 포르노그래피적인 퀴어 미학을 스펙터클로 전유하며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한편, 섬세한 빛과 구성, 농도가 하염없이 아름다운 꽃과 과일 등 정물 연작과 패션 광고까지 사진 매체의 경계를 넘나들며 스스로의 욕망을 해방한다. 나아가 다양한 소수자의 얼굴을 작업에 투영하며 사회적 규범에 도전한 시대의 아이콘이다. 그의 국내 첫 개인전 <Robert Mapplethorpe: More Life>가 서울과 부산에서 동시에 열린다. 상징적인 흑백사진을 중심으로 친밀함과 경이로움, 강인함과 세속적 욕망이라는 양면의 미학을 펼쳐 보인다. 국제갤러리 서울의 K2 1층에는 메이플소프의 뮤즈인 패티 스미스의 사진을 비롯한 포트레이트가, 2층에서는 에로스와 타나토스, 죽음과 섹슈얼리티를 담은 작업이 가감 없이 버티고 있다. 부산점에서는 사진적 실험을 보여주는 포트레이트와 정물, 풍경을 비롯해 인생 마지막에 천착했던 아름다운 꽃 사진까지 세상을 떠나기 전 그가 남긴 사진을 만날 수 있다. 어떤 이에게 그의 사진은 찬란함 그 자체일 것이고, 누구에겐 불쾌한 폭력일지도 모른다. 로버트 메이플소프는 그런 사진가다. 2월 18일부터 3월 28일까지. 국제갤러리 서울점 K2와 부산점.

 

Cecilia Vicuna, , 1975–2021, Photo lithograph on mulberry paper with bamboo and red thread, 76.2×50.8cm

매듭의 기록

세실리아 비큐냐는 작가이자 영화 제작자, 시인, 그리고 운동가다. 그의 작업은 환경파괴와 인권, 문화 동질화 현상 등 현대 사회가 당면한 문제에 접근하는 퍼포먼스와 회화, 시, 대형 설치 작업을 아우른다. 전시 제목 <키푸 기록>은 고대 안데스어와 한국어를 조합한 것으로 ‘키푸’는 매듭을 뜻한다. ‘매듭의 기록’인 셈이다. 단서는 역사다. 역사는 소실된 작업을 다시 제작하는 작가 자신의 역사이자 고대의 직조, 미술, 기록 보관 방식을 아우른다. 전시장에 설치된 복잡하고 덧없는 시는 역사와 직조의 촉각적 의식, 아상블라주, 시구, 퍼포먼스를 결합한다. 고대와 현재의 기억, 다양한 언어가 직물이라는 캔버스에 한데 모여 너그럽고 애정이 어린 매듭으로 기록한다. 2월 18일부터 4월 24일까지. 리만머핀 서울.

 

Lee Bul, , 1990, Performance, Space Theater, Seoul

오늘의 시작

작가 이불은 한국미술의 전복적 경향을 대표하는 미술가다. 1989년 도발적인 퍼포먼스로 미술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 1997년 시퀸 장식을 단 날 생선을 뉴욕현대미술관에 설치하여 부패하도록 내버려두거나 사이보그와 촉수가 뻗어 있는 몬스터 작업을 통해 국내를 넘어 세계적인 슈퍼스타가 됐다. <이불-시작>은 그의 초기 활동 10여 년 동안 집중적으로 발표했던 ‘소프트 조각’과 ‘퍼포먼스 기록’을 재조명한다.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라는 시대적 맥락 안에서 퍼포먼스를 중심으로 조각, 드로잉은 물론 작가의 사유와 탐구의 과정이 담긴 초기 작품과 자료를 다양하게 만날 수 있다. 이것은 단순한 회고전이 아니다. 그의 시작점을 되돌아보며 과거와 현재라는 두 시점 사이의 빈 곳을 다시 보게 하는 귀환이다. 이를 통해 현재 진행형인 작가의 작품 세계를 보다 예리하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나아가 지금의 세상을 다시 투영하며 우리에게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그날 이후 얼마큼 변했는지. 3월 2일부터 5월 16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NEW EXHIBITION 

<Filtering>

정고요나 작가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필터링’이라는 행위를 통해 사회적 네트워킹에 집착하는 현상을 시각화한다. 고민과 실천을 기반으로, 비접촉 시대의 자기 최면화된 모호한 관계와 욕망을 드러낸다.
장소 씨알콜렉티브 기간 3월 27일까지

 

<Fyka Foretold…>

배헤윰 작가는 허구의 인물 ‘파이카’가 현재의 대기질을 본인의 방식으로 예언한 내용을 전시로 선보인다. 미세먼지를 견뎌내는 일상과 대비되는 맑은 하늘을 허구적 이미지로 제시한다.
장소 Sema창고 기간 3월 7일까지

 

<레퓨지아>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11인의 여성 아티스트가 사운드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자연을 인류의 어머니로 호명하거나 여성과 자연을 동일시하는 서구 주류적 가치에 당당하게 정색하며 거리를 둔다.
장소 대안공간 루프 기간 3월 14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