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겨울,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우아하고 멋스럽게 추위를 피하는 방법뿐이다.

 

누군가 2020년은 생존 자체가 기적이라고 말했다. 영 우스갯소리는 아니었다. 이토록 잡히지 않는 바이러스는 수십 년간 처음이었고, 마스크 쓰기와 손 소독 등 ‘개인 방역’이라는 말을 달고 산 한 해다. 심지어 이 바이러스는 겨울에 더 창궐하는데 면역 체계와 맞닿아 있어 개인 방역 더하기 감기와 같은 호흡기 질환에 주의하기가 추가로 요구되었다. 요지경 같은 세상, 몇 년째 예보를 빗나가는 날씨 패턴, 우리는 당장 남은 겨울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는 없지만 단 한 가지, 추위에 맹렬히 맞서보기로 한다. 보기에도 멋스러운 모피 코트와 함께. 이왕이면 지속가능한 공정으로 만든 그것이거나 최신 발명으로 만든 인조 모피라면 더 좋겠다. 다행히 카테고리를 막론하고 지속가능성이 지상 최대의 화두라 패션하우스도 이 같은 흐름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많은 브랜드가 퍼 프리 선언에 그치지 않고 그럴싸한,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환상적인 가짜 모피를 소개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가장 먼저 아주 오래전부터 모피 안 쓰기를 선언했던 스텔라 매카트니를 빼놓을 수 없다. 모피와 비슷한 느낌을 내는 인조 모피를 만들어내는 데 도가 튼 그녀는 급기야 2020년 여름 최초로 식물성 섬유로 만든 재활용 가능한 인조 모피를 소개했다. 부드러운 촉감까지 그대로 재현한 창작물은 인조 모피 아이템의 품질을 높인 것은 물론 디자인을 더욱 다채롭게 업그레이드했다. 2020 가을/겨울 쇼에서 선보인 지속가능한 비스코스와 오가닉 코튼 등으로 만든 퍼 프리 퍼 코트 역시 스텔라 매카트니가 오랜 시간 공들여 발전시킨 소재로 만든 것들이다. ‘테디베어 코트’의 대명사인 막스마라는 이번 시즌 역시 코쿤 소재의 볼륨 있는 울 혼방 코트를 대거 선보였다. 기존에 사랑받았던 캐멀 컬러 외에도 그레이, 블랙 등 다양한 컬러 팔레트를 더해 다채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지속가능한 공정으로 만드는 시어링 코트 역시 퍼 프리를 지향하는 이들이 선호하는 선택지. 이자벨 마랑의 시어링 코트는 소매 부분을 탈착할 수 있게 디자인해 하나의 아이템으로 다양한 스타일링이 가능하고, 보테가 베네타의 시어링 코트는 같은 시어링 소재의 프린지를 더해 볼륨을 더 크게 확장했다. 발렌티노와 미우미우, 조르지오 아르마니 등은 캐시미어나 울 소재를 깃털처럼 잘라 부풀게 해 모피 코트와 같은 실루엣을 완성하기도 했다.
지속가능한 화두에 합당한 아이템을 지속적으로 주시하고 적극적으로 선택할 때 더 나은 삶을 위한 모두의 노력이 빛을 발하게 될 것. 부디 퍼 프리 퍼와 함께 따뜻하고 안전한 겨울을 보내시길.

 

재활용한 인조섬유로 만든 코트는 2백만원대, 스텔라 매카트니(Stella McCartney).

 

코쿤 실루엣의 테디베어 코트는 4백만원대, 막스마라(Max Mara).

 

탈착 가능한 소매 덕에 베스트로도 활용할 수 있는 시어링 코트는 5백만원대, 이자벨 마랑(Isabel Marant).

 

풍성하고 화려한 인조 모피 코트는 4백만원대, 지방시 바이 매치스패션(Givenchy by Matchesfash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