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가 피어오르고 불길이 치솟는다. 은은한 훈연부터, 과감한 직화까지 나무와 숯으로 빚어낸 섬세하고도 원초적인 여섯 개의 요리.

 

조각보 | 그릴 플래터

안다즈 서울 강남 2층에 위치한 조각보는 풍성한 구성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연말 모임에 제격이다. 메인디시가 큼직큼직하게 나와 서너 명이 여러 가지 메뉴를 셰어하기에도 좋다. 그릴 플래터느 사천식 양갈비와 바비큐 폭립, 호주산 쇠고기 안심 구성으로 두세 명이 나눠 먹을 수 있다. 구수한 맛이 일품인 구운 통마늘을 가니시로 곁들여지며 레드와인 소스, 치미추리 소스, 버섯 크림 소스가 제공된다. 부드러운 육질 사이사이 허브향과 참숯 그릴 향이 은은하게 배어 있는데 스페인에서 특별 주문 제작한 ‘피라 오븐’으로 구워 풍미가 뛰어나다. 전기 대신 참숯을 이용하는 오븐으로 두꺼운 스테이크도 육즙이 풍부하게 구워진다.
주소 서울 강남구 논현로 854 안다즈서울강남 2층 가격 12만8천원 문의 02-2193-1191

 

내추럴 하이 | 내추럴 하이 플래터

경리단길 입구에 자리 잡은 내추럴 와인바로 호주의 14개 와이너리에서 공수한 94개 종류의 내추럴 와인을 만날 수 있다. 오픈 주방 한켠에는 우드파이어 퀴진을 선보인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는 듯 장작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다. 귀한 와인에 집중하기 위해 무겁지 않고 다채로운 구성으로 담긴 내추럴 하이 플래터를 추천한다. 훈제한 홍합,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은 아프리카 스타일의 육포, 구운 파인애플과 아보카도, 브로콜리 등의 구성이다. 별도의 진한 소스를 곁들이지 않아 재료 본연의 맛을 고루 즐기기 좋다.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돌참나무를 태워 아주 강한 불로 입힌 향은 와인에 곁들일 때 빛을 발한다.
주소 서울 용산구 녹사평대로 248 가격 2만9천원 문의 0507-1326-3372

 

푸에고 | 관자

한남동에 위치한 푸에고는 스페인어로 ‘불’이라는 뜻의 상호명답게 우드파이어를 전문으로 내세운 레스토랑이다. 굽는 용으로는 ‘칠천사’의 2년 이상 말린 참나무를, 훈연용으로는 소량으로 생산되는 과일나무를 주로 사용한다. 메인을 먹기 전 입맛을 돋우고 싶다면 관자 요리로 시작하면 된다. 관자와 곁들여지는 엔다이브뿐 아니라 뿌려지는 레몬커드 소스, 파프리카 오일까지 모든 요소에 훈연향이 가득 깃들어 있다. 자칫 향으로 무거워질 수 있는 균형을 상큼한 레몬커드 소스와 아삭한 엔다이브의 식감이 절묘하게 잡아준다. 덩달아 오크향이 풍기는 미국 샤도네이에 페어링한다면 그야말로 향의 향연이 펼쳐진다.
주소 서울 용산구 유엔빌리지길 14 가격 2만1천원 문의 0507-1315-3454

 

와일드플라워 | 초코오징어

플라워차일드에 이은 조은빛 셰프의 두 번째 레스토랑으로 아궁이에서 모티브를 얻어 참나무를 이용한 제철 요리를 선보인다. 숯은 향이 깨끗한 참나무를 기본으로, 사과나무나 체리나무 훈연칩을 더해 다채로운 향을 입힌다고. 인기가 가장 많은 메뉴는 초코오징어다. 그릴에 구운 후 우드파이어 화덕에서 훈연한 오징어에 보리밥과 가니시를 곁들였다. 경쾌한 색감을 자랑하는 소스는 토마토와 당근으로 만든 퓨레다. 장시간 화덕에서 구운 후 갈아낸 것으로 기분 좋은 나무향이 올라온다. 몸통은 부드럽고 다리는 쫄깃한 오징어와 톡톡 씹히는 보리밥, 부드러운 퓨레의 조합은 맛으로도 식감으로도 완벽하다. 곁들이는 와인으로는 무르익은 과일향이 나되 가볍지만은 않은 샤도네이를 추천한다.
주소 서울 서초구 방배로26길 19 가격 2만원 문의 0507-1311-2574

 

차르 | 차르갈비찜

라이즈호텔 4층에 오픈한 차르는 사과나무 장작과 백탄 참숯을 이용한 그릴 메뉴를 메인으로 선보인다. 사용하고 있는 장작과 숯은 어떤 재료에도 잘 어울릴 향을 찾기 위해 고심한 조합이라고. 기본적으로 웨스턴 조리 방식에 한국적인 요소를 한두 방울 떨어트렸다. 대표적 메뉴인 갈비찜 또한 한국적인 맛을 조금 변형시켜 조리했다. 오랜 시간 익혀 야들야들해진 갈비를 수비드식으로 한 번 더 조리하고, 마지막에 그릴로 구워내며 향을 입힌다. 전복내장을 섞은 보리 리소토를 깔고 그릴에 구운 대파와 당근, 캐슈넛을 올린다. 처음엔 요소 하나하나의 맛을 보고, 즐기고 싶은 방식으로 자유롭게 먹는다. 따로 썰 필요가 없을 정도로 죽죽 찢기는 연한 갈비에 달고 짭조름한 양념이 깊숙이 배어 삼키고 나서도 그 맛이 진득하게 남는다.
주소 서울 마포구 양화로 120 라이즈호텔 4층 가격 9만원 문의 02-330-7800

 

SOOT 성수 | 캐롯 스큐어

신사에서 원초적인 우드파이어 요리를 선보이던 SOOT이 성수에 2호점을 오픈했다. 큼지막한 창으로 내다보이는 하늘과 경쾌한 라탄 가구의 조합으로 훨씬 캐주얼한 분위기다. 넓은 스펙트럼의 내추럴 와인을 소개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는데 여전히 모든 음식은 창의적이다. 당근 맛을 싫어하는 사람도 이게 당근인가 의심하게 될 새로운 맛과 향을 경험할 수 있다. 버터에 살짝 수비드한 당근을 숯 그릴에 바싹 구워내고 번트허니와 헤이즐넛으로 묵직한 고소함을 더했다. 페타치즈로 만든 딥소스에 찍어 먹으면 풍부한 참나무 향과 새콤하면서도 농후한 치즈가 어우러져 와인이 술술 넘어간다. 달큰한 맛이 나기 때문에 살짝 드라이한 화이트와인과 궁합이 좋다.
주소 서울 성동구 성덕정3길 8 2층 가격 1만2천원 문의 02-6368-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