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중심을 유지하기 위해선 나만의 확실한 탈출구를 만들어놓는 것이 중요하다. 다사다난한 일이 벌어지는 사무실에서 <얼루어> 에디터들이 마음의 균형을 이룰 수 있게 도와주는 아이템을 모았다.

 

계절을 담은 꽃

어느 날, 꽃이 좋아진 것을 보니 나이를 먹은 것 같다고 푸념한 적이 있다. 함께 있던 언니가 “지은아, 나이 때문이 아니라 너에게 좋은 것을 보는 눈이 생긴 거야”라고 말했다. 그때는 그 말이 그렇게 멋있고 뭉클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좋은 것을 보는 눈이 생긴 이유가 나이를 먹어서인 것 같아 영 찝찝하다. 아무렴 어떤가, 그저 꽃만 보면 사르르 마음이 풀어지는 걸. – 김지은(패션 디렉터)

 

장범준의 반지하 노래방 라이브

요즘 내가 가장 꽂혀 있는 콘텐츠는 장범준의 ‘반지하 노래방 라이브’다. 영상을 보다 보면 마치 장범준과 함께 노래방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켜, 올해 단 한 번도 노래방을 못 간 아쉬움을 달래준다. 사무실에서 원고를 쓰거나 집중해야 할 때 커다란 헤드폰을 끼고 영상을 연속 재생해서 들으면 그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힐링의 순간을 누릴 수 있다. – 서혜원(뷰티&콘텐츠 디렉터)

 

컵과 소서

마감 때가 다가오면 카페인이 연료다. 카페인을 타고 올 ‘원고의 신’을 만나고자 커피를 들이붓는다. 지금은 회사를 떠난 후배가 이 컵과 소서를 선물하며 말했다. “예쁜 잔에 먹으면 기분이 다르잖아요.” 그런 전환이 필요할 때, 매일 쓰는 텀블러 대신 이 컵과 소서를 꺼낸다. 같은 내 자리, 같은 캡슐 커피지만, 역시 기분이 다르다. – 허윤선(피처 디렉터)

 

로즈 쿼츠 원석

‘돌을 믿습니까?’라는 크리스털 힐링에 관한 기사를 쓴 적이 있다. 그때 로즈 쿼츠, 즉 장미 수정은 감정 치료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우연히 들른 편집매장에서 귀여운 핑크빛 원석을 보았고, 크기보다 비싼 가격이었지만 망설임 없이 구매했다. 사무실 모니터 앞에 두고 감정이 요동칠 때마다 한 번씩 바라보기 위해. 내 엄지손가락 정도지만, 꽤 의지되는 돌 친구다. – 이정혜(뷰티 에디터)

 

알렉 소스의 사진집

사진이 아주 그냥 꼴도 보기 싫을 때가 있다. 그땐 알렉 소스의 사진집 <모아진 잎들>을 열어본다. 장엄한 미시시피, 번개가 요동치는 나이아가라, 광활한 황야, 이상한 신념이 가득 차 보이는 사람들이 찍혀 있다. 사진은 낱장으로 존재한다. 내키는 대로 섞어도 좋고 사진 뒷면에 편지를 적어 보내기도 한다. 모인 잎들이 흩어지는 순간, 그는 인간의 나약함을 가장 아름답다고 말한다. – 최지웅(피처 에디터)

 

내 사랑 펭수

설마 아직도 펭수의 유튜브 콘텐츠를 한 번도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지금 바로 자이언트 펭tv의 ‘봄밤의 캠핑’편을 보길 바란다. ‘가을 소풍 브이로그’도 괜찮고. 펭수의 그런 츤데레스럽고, 어린아이 같으면서 동시에 어른스러운 면면을 사랑한다. 떠나고 싶지만 떠나지 못하는, 위로받고 싶지만 위로받지 못하는 어른이들에게 펭수의 귀염뽀짝 짠한 위로를 추천한다. 펭빠. – 이하얀(패션 에디터)

 

자르딘의 괄사

스트레스가 차오를 때면 자르딘의 ‘크리스탈 웨이브 롤러’를 이용해 열심히 얼굴을 문지른다. 로즈쿼츠 괄사의 찬 기운에 열감이 내려가고 적당한 자극에 피로도 풀린다. 일반 롤러와는 달리 미세 진동 기능을 장착한 디바이스로 부기 제거에도 효과적이다. 책상 위에 올려두고 컴퓨터에 연결해 충전해서 사용한다. 은은한 아름다운 핑크빛을 내뿜어 기분도 한결 좋아진다. – 김민지(뷰티 에디터)

 

활활 타오르는 성냥

오만가지 잡생각이 떠오를 때면 성냥을 켠다. 성냥팔이 소녀는 성냥으로 환상을 켰지만 내 책상 위의 성냥은 가지를 치며 불어나는 생각들을 잠시 꺼준다. 머리에서 시작해 차차 몸통으로 번져가는 불씨를 보고 있으면 오직 타오르는 그것에만 집중할 수 있다. 흐르는 시간이 야속한 마감의 한창, 오늘도 성냥에 불을 붙이고 막간의 불멍 타임을 즐기며 나에게 심심한 위로를 건넨다. – 이다솔(패션 에디터)

 

늘보인형

불안할 땐 부드러운 걸 만져야 한다. 다이소에서 5천원에 데려온 늘보인형은 궁둥이에 당당히 Made in China를 달고 있음에도 여전히 부드러운 감촉을 자랑한다. 무릎에 앉히면 모니터와의 안전거리를 확보해주고 마음이 답답할 때 뭉개듯 끌어안으면 좀 나은 듯한 기분도 든다. 비록 털 몇 가닥이 애처롭게 빠져 있곤 하지만… 늘보야 탈모만은 안 된다. 내가 잘할게. – 정지원(피처 에디터)

 

HEM의 인센스 콘 향 더 문

마감 한복판, 가까스로 원고 하나를 마무리하고 나면 다음 원고 시작하기가 참 오래 걸린다. 생각을 환기할 시간이 필요한 것. 이때 인센스 콘을 코끝에 대고 잠시 눈을 감으면 온몸이 편안해지면서 집중할 힘을 얻는다. 인센스 스틱을 좋아하지만 사무실에서 피우기가 망설여져 찾아낸 힐링 아이템이다. 콘 타입 인센스는 따로 불 붙이지 않아도 은은한 향을 퍼뜨려 심신을 안정시킨다. – 황혜진(뷰티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