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라는 바람을 타는 우아한 서퍼, 문숙
배우 문숙은 현재를 놓치지 말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 순간에 집중하고, 매일의 작은 결정을 신중히 하면 결국 위대한 변화가 올 거라고. 그럼 우리는 변화의 바람을 타고 유유히 서핑하면 그만이라고.
OCN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 촬영 중이죠? 현장 분위기는 어떤가요?
촬영장 분위기는 정말 최고예요. 사람들이 다 능숙하고 유쾌해서 덩달아 저도 연기하기 편해요.
드라마에서 ‘위겐’이라는 역을 맡으셨어요. 원작 웹툰의 그림과 싱크로율 100%라는 반응이 많았는데 알고 있나요?
네, 제가 봐도 그랬어요. ‘아, 이건 그냥 나다. 내가 잘할 수 있는 역할이겠다’ 싶었죠.
캐릭터의 성격도 실제 본인과 닮았던가요?
주변에서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닮았다고 이야기해요.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어떤 일을 하세요?
이부터 닦아요. 그 다음에 포트에 물을 올리죠. 따뜻한 물로 연한 차를 우려요. 어떤 차인지는 그 전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지금 분위기가 어떤지에 따라 달라져요. 홍차든 녹차든 크게 상관없어요. 몸을 천천히 깨우기 위해 연하게 우리는 게 중요하죠.
물과의 만남이 하나의 의식처럼 느껴지는데요.
의식 맞아요. 우리의 몸은 3/4이 물로 만들어져 있어요. 약 70% 이상을 차지하죠. 물만 건강하게 마셔도 우리 몸의 3/4이 해결되는 것과 같아요. 물은 나를 씻기기도 하고, 내 몸의 일부가 되기도 하고, 나를 보호하기도 하죠.
힘든 시기를 요가와 명상을 통해 극복했다고 들었어요. 본인에게 요가와 명상은 어떤 의미인가요?
삶이에요. 이루어야 하는 어떤 목표가 아니라 삶 그 자체죠. 몸이 있으니 움직여야 하고, 의식이 있으니 깨어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해요.
명상, 저에겐 여전히 멀게 느껴져요. 쉽게 접근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명상은 아주 오랜 시간 수련한 사람만 할 수 있어요. 앉아서 눈 감는다고 곧장 고요해지는 게 아니거든요. 오히려 머릿속이 더 복잡해지죠. 물론 성향에 따라 다 다르겠지만 보통의 초보자가 명상부터 하면 힘들어요. 조언을 하자면 대신 하타 요가부터 시작하세요. 하타 요가는 몸을 먼저 쓰게 되는 카르마 요가의 기본이 되는 수련 방법이에요. 하타 요가를 통해 마음을 가라앉히고 집중하는 연습을 하는 거죠.
움직이는 명상 같은 느낌인데요?
맞아요. 그런 의미에서 차를 마시는 행위를 비롯해 몸을 움직일 때 의식이 깨어 있는 모든 것이 명상이에요. 그게 쌓이다 보면 앉아서 하는 명상도 가능해지죠. 하나씩 차근차근 계단식으로 하는 게 좋아요.
몸과 마음이 건강하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요?
몸과 마음, 정신, 에너지체의 균형이 잘 맞았을 때라고 봐요. 보통 삶이 고통이라고 말하잖아요? 그 반대는 편안함이겠죠? 편안함의 상태가 유지되는 것이 건강이라고 생각해요.
굳이 따지자면 건강한 몸이 먼저일까요? 건강한 마음이 먼저일까요?
구분하기 어려워요. 몸이 아프면 나도 모르게 짜증이 나고 슬프죠. 또 어떤 날 마음이 편치 않으면 꼭 몸이 아파요. 그러나 치유와 회복이 필요한 사람은 몸부터 접근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마음은 만질 수 없어서 미세한 변화를 알아차리기가 어렵잖아요. 그래서 마음을 고치려고 하는 건 기술적으로 어렵고 시간도 더 걸려요. 그동안 몸 상태가 받쳐주지 않으면 더 힘들 거예요. 그래서 하타 요가가 중요해요. 신체적 단련을 통해 의식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어요.
건강에 음식이 빠질 수 없겠죠. 평소 어떻게 드시는지도 궁금해요. 특별하게 지키는 식이요법이나 식습관이 있나요?
저는 조건부 비건이에요. 동물성 식품을 직접 사거나 해 먹는 일은 없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 예를 들어 누군가에게 귀하게 대접받았을 때 손사래치지는 않아요.
먹는 게 중요하죠?
물론이에요. 내 입을 통해 내 몸으로 들어오는 건 내가 책임져야 해요. 다른 사람한테 물어볼 것도 없어요. 내 몸에게 물어보면 돼요. ‘이 음식 내 안으로 받아들일까, 말까?’ 사실 이미 답은 알고 있죠. 찬찬히 물어보면 의지대로 행동하게 돼요.
매 순간이 선택의 연속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내일 당장 위대한 걸 기대하지 말아요. 오늘 하는 작은 선택들이 결국 큰 변화를 일으켜요. 사실 내일은 없어요. 내일도, 그날의 오늘일 뿐이거든요. 지금 나의 선택이 중요해요.
살다 보면 힘든 일이 생겨요. 애써 만든 삶의 질서가 뒤엉키거나 마음이 어지러울 때요.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마음을 다스릴 수 있을까요?
아주 조금 머리가 어지러울 때는 하던 일을 멈추고 숨만 크게 쉬어도 좋아져요. 힘들고 긴장할 때는 숨을 제대로 안 쉬거든요. 서너 번 크게 들이마시고 깊게 내뱉고 나면 자 이제 됐다. 싶어져요. 하지만 그 어지러움의 강도가 너무 세다면 다른 사람을 만나지 말고 나만의 공간에서 오로지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요. 그리고 중요하지 않은 아주 간단한 행위를 하죠. 설거지, 그릇 닦기, 나무에 물 주기, 빨래하고 목욕하고 손톱 깎기 등등. 그리고 밥을 지어 채소와 함께 간단히 먹고 따뜻한 차를 마시며 나를 토닥여줘요. 여기에 낮잠까지 한잠 자고 나면 그야말로 다시 달릴 힘이 생기죠. 중요한 건 이런 간단한 일을 할 때 오로지 그 행위에 집중하는 거예요. 그게 바로 명상이죠.
코로나 블루를 앓고 있는 이들, 우울함을 긍정의 힘으로 애써 누르고 사는 친구들에게 해줄 말이 있을까요?
엄청나게 힘든 일을 인류가 함께 경험하고 있어요. 우리가 오래 잘못하고 살았기에 이런 결과가 나온 걸 거예요. 지금은 알아차리고 변화해야 하는 시기예요. 지금까지 알고 있던 것들을 다 놓고,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야 해요. 빨리 비우고 빨리 변화해야 해요. 다시 되돌려야 한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하면 더 힘들어져요. 몸이 아픈 사람들이 디톡스를 하듯, 지금은 비우는 것이 필요해요. 오히려 아주 기본으로 돌아가면 어떨까요. ‘그래도 지금 살아 있잖아.’ ‘숨 쉬고 있잖아.’ ‘물 마실 수 있잖아.’
현재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겠네요.
맞아요. 코로나19 이후로 모든 것이 변했어요.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던 상식들이 이제는 맞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해요.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정확히 모른다고 시인하고 다시 시작해요. 변화를 빨리 받아들이는 사람이 빨리 가벼워질 거예요.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꿈이나 목표가 있나요?
저는 다가올 날을 생각하지 않아요. 희망을 가지고 있는 건 좋아요. 하지만 목표를 정해놓았을 경우 이뤄졌을 땐 쉽게 교만해지고, 이뤄지지 않았을 때는 불행하다고 느끼죠. 대신 현재를 놓치지 않는 연습을 해요. 나름대로 ‘일이 이렇게 흘러가면 좋겠다’ 생각할 때도 있지만, 세상은 생각보다 더 크고, 비밀스럽고, 신비하고 아름다워요. 내가 알지 못하는 게 훨씬 더 많기에 내 의지까지 더하기보다 이 흐름을, 이 바람을 잘 타는 서퍼가 되고 싶어요.
바람을 타는 서퍼라. 거센 파도를 마주할 때도 생기겠죠?
그럼요. 어렸을 때는 파도에 밀려 물 먹을 때도 많았죠. 그럴 때마다 생각한 건 ‘나에겐 이 순간밖에 없구나’라는 거였어요. 아까 말한 것처럼 내일은 영원히 오지 않아요. 이 순간만을 우아하고 편안하게 받아들이길 바라요. 미래에 꽂혀 있으면 지금의 많은 것이 마음에 안 들어요. 빨리 달리고만 싶어져요. 그건 삶을 놓치는 거라고 생각해요.
<얼루어 코리아> 오디언스들이 이 순간에 충실하기 위해 자신에게 어떤 질문을 하면 좋을까요?
지금 이 순간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인가? 나는 어디에 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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