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무게

천경우는 1990년대 이후부터 독일을 중심으로 활동해온 작가다. 참여자들과 교감하는 실험적인 인물사진과 퍼포먼스 프로젝트로 널리 알려져 있던 그가 사진전으로는 7년 만에 국내에서 전시를 연다. 특히 참여자와의 소통 도구로서 퍼포먼스, 공공미술과 결합한 흐릿한 초상 사진을 선보인 천경우 작업 중 국내에 조명될 기회가 없던 <Nine Editors>(2014), <The Weight>(2016) 그리고 신작 <Reminiscence>(2020) 세 연작을 한미사진미술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 중 <Nine Editors>는 패션 매거진에 소속된 9명의 에디터와 협업한 프로젝트다. 각 에디터들에게 자신이 가장 아끼는 옷 한 가지를 작업실로 받은 후, 스튜디오를 방문한 에디터는 자신의 옷을 제외한 나머지 옷을 입었다. 모델의 옷을 스타일링하던 이들의 기존 역할을 바꿔 직접 옷을 입고 카메라 앞에 참여자로 서는 과정, 9명의 인물들이 9분간 동료들과 다름의 무게감을 입은 모습을 담았다. MoPS 삼청별관, 10월 30일부터 2021년 1월 10일까지.

 

양아치의 우주

미디어의 가능성과 그 이면의 사회, 문화, 정치적인 영향력을 탐구해온 양아치. 그가 우주의 은하를 의미하는 ‘갤럭시’라는 주제로 개인전을 연다. 주체와 객체, 신체와 사물, 인공과 자연의 구분이 없는 대상들의 네트워크로 이루어진 세계를 담아낸 작품이 주를 이룬다. 작가는 현재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지각과 인식의 범위를 넘어서지만 먼 미래의 변화가 아닌 아주 가까운 미래에 다가올 변화를 감지하며, 자연과 인간, 사물, 기계가 다중적으로 영향을 미치며 존재하는 세계를 예상치 못한 사물들의 조합으로 구성한다. 눈에 보이지 않고 느낄 수 없지만 존재하는 세계와의 접점을 실험하는 그의 전시를 보고 뭘 꼭 느끼거나 해석할 필요는 없다. 그게 바로 양아치가 바라는 바다. 바라캇 컨템포러리, 12월 13일까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인도네시아에서 현대미술을 대변하고 국제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에코 누그로호가 미술대학을 다닐 당시 인도네시아는 정치 사회적으로 격변의 시기였다. 모든 작가의 작업에는 눈에 보이든 아니든 개인의 경험과 역사가 스미기 마련이다. 30여 년간 인도네시아를 집권한 수하르토 정권을 몰아낸 개혁 운동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던 작가는 민주주의를 얻기 위한 혁명, 그 과정에 수반된 개인의 의지와 집단의 폭력성을 모두 경험했다. 그는 벽화, 걸개 그림 등 대중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매체를 기반으로 조각, 퍼포먼스, 만화책 등을 소재로 삼아 예술의 영역을 확장시켰다. 이번 전시 <Lost in Parody>는 인도네시아 작은 마을의 전통 자수 기법 보유자들과의 협업을 통해 사라져가는 전통 산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다. 역사적 맥락을 이어나가는 ‘자수 회화’ 작품에는 새로운 공동체 사회에 대한 작가의 믿음과 의지가 씨실과 날실처럼 짜여 있다.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11월 14일까지.

 

NEW EXHIBITION

<모습 某濕 Wet Matter>

김주리는 호명할 수 없는 형상(모습)과 그것의 젖은 상태, 생명을 환기하는 물기에 관한 사유를 통해 흙과 물이 지닌 생명의 감각을 경험하고 이야기한다. 습지의 풍경을 전시장으로 들인다.
장소 송은 아트스페이스 기간 11월 21일까지

 

<Burn>

김시하는 그간 독특한 긴장감을 주는 풍경을 시각화해왔다. 아주 화려하게. 이번 전시에서는 과감하고 규모 있는 오브제를 사용하는 데 있어 전과는 다르게 무책색의 풍경을 등장시킨다. 다 대놓고 까발리고 싶지 않아서.
장소 씨알콜렉티브 기간 11월 21일까지

 

<Faith>

김홍식은 개인의 욕망을 내보이지 못하는 현대사회의 다양한 모순과 그 모습을 바라보는 작가의 고민을 담아낸다. 그래피티를 시작으로 옷칠, 자개 등의 전통 소재와 현대 자본주의 이슈까지 결합했다.
장소 서드 뮤지엄 기간 11월 8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