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발의 발견
가발이 달라졌다. 4명의 뷰티 에디터가 직접 가발을 착용하고 변신에 나섰다.
기분 전환을 하고 싶지만 머릿결 손상이 두려울 때
핑크에이지의 코코C컬펌 단발 #그라데이션 카키브라운
어렸을 때 미처 시도해보지 못했기 때문일까? 100m 밖에서도 눈에 띄는 튀는 컬러 염색은 에디터의 로망 중 하나였다. 요즘에는 핑크 브라운에서부터 애시 컬러까지 어찌나 예쁘게 색을 뽑아내는지! 셀럽들의 사진을 보면 당장 미용실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하지만 이렇게 예쁜 헤어 컬러를 얻기 위해서는 수많은 희생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기에 마음을 꾹 누르고 있었다. 게다가 에디터의 가는 머리카락은 탈색은 꿈도 못 꾸는 상태. 그러던 차, 핑크에이지의 가발을 써볼 기회가 주어졌다. 매장 직원은 에디터의 머리 컬러와 비슷한 무난한 스타일의 단발 제품을 추천해주었다. 마침 단발로 자르고 싶던 터라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조금 용기가 생겨 더 과감한 컬러를 찾기 시작했다. “혹시 핑크빛이 도는 컬러는 없나요?” 40대 에디터의 요구에 직원은 살짝 당황한 듯했지만 에디터가 밝은 컬러의 가발을 써보자 의외로 잘 어울린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길거리에 쓰고 나갈 용기는 차마 나지 않았다. 좀 더 무난한 카키 브라운 컬러를 선택해보았다. 머리색이 밝아지자 얼굴이 한결 환해 보였다. “머리 컬러가 밝아졌으니, 눈썹도 좀 밝게 메이크업하는 것이 어울릴 거예요.” 이 가발은 인모와 유사한 모스트 원사를 사용해 내 머릿결처럼 자연스러운 것이 특징이다. 헤어 라인 역시 ‘누디 스킨’으로 대어져 있어 이마를 드러내도 어색함이 없다. 몇 시간이고 두피에 통증까지 느껴가며 미용실에 앉아 있는 수고 없이 단 10분 만에 이렇게 변신을 할 수 있다니! 가발은 특별한(?) 사람들만 찾을 것 같았는데. 왠지 계절이 바뀌고 기분 전환이 필요해지면 또다시 이곳을 찾을 것 같다.
– 서혜원(<얼루어> 뷰티&콘텐츠 디렉터)
헤어스타일 변화를 주기 전 테스트가 필요할 때
리네아스토리아의 엔젤스 매니쉬 숏 #초코 브라운
출산 후 머리카락이 엄청나게 빠졌다. 그렇게 약 8개월이 지나자 헤어 라인과 정수리에 보기 싫은 잔디 머리가 뾰족뾰족 올라오는 것이 아닌가. 그럼에도 긴 머리를 유지하고 싶었다. ‘아기 엄마 = 단발로 자름’의 공식을 따르고 싶지도 않았고. 문제는 머리를 말리는 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는 것. 워킹맘이라면 이해할 거다. 자기 관리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부족한지. 번개 같은 샤워를 마치고 보디 크림 바를 새도 없이 문을 열고 나오는데, 이미 남편이 아기를 안고 문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을 매일 마주한다. ‘나도 짧은 머리를 해야만 하는 걸까?’ 고민하던 차, 가발의 힘을 빌려 미리 새로운 스타일을 시도해보게 됐다. 가볍고 사용하기 편리하다는 후기가 많은 가발 전문 온라인 사이트 리네아스토리아에서 관리가 쉬워 보이는 인공모 통가발을 골랐다. 브랜드에서 제작한 가발 착용 가이드가 담긴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착용하니, 생각보다 쉽게 착용할 수 있었다. 문제는 스타일링이었다. 가발도 내 머리처럼 스타일링을 해야만 상세 페이지의 피팅 모델처럼 될 수 있었던 것. 착용 전 가발의 정수리 볼륨을 살리고, 착용 후엔 앞머리를 내 얼굴형에 둥글리고 고데기로 머리끝을 펴는 등 꽤 긴 시간 손길을 더하고 나서야 비로소 자연스러워 보였다. 기분과 분위기 전환은 성공이다. 하지만 당분간 단발로 자르지는 않기로 결심했다. 헤어스타일을 바꾸고 싶은 이유가 ‘시간 절약’이었는데, 단발은 긴 머리보다 더 꼼꼼하게 매만져야 함을 새삼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냥 가끔 이 단발 가발로 기분이나 내볼 작정이다.
– 이정혜(<얼루어> 뷰티 에디터)
웨이브 세팅이 어려울 때
베베로제의 통가발 와일드벨 #애쉬카키
창피하지만 셀프 헤어스타일링 면에서 나보다 곰손인 사람은 없을 거다. 워낙 축축 처지는 직모의 소유자라 풍성하고 굵은 물결 웨이브를 동경해왔는데, 아무리 고데기를 종류별로 사 모으고 유튜브를 보며 연습해도 쓰디쓴 실패만 맛보곤 했다. 결국 곰손임을 인정하고 베베로제에서 잘 세팅된 물결펌 가발을 구매했다. 이 브랜드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는 가발 매장 바로 옆에 헤어 살롱이 위치하고 있어, 가발을 원하는 디자인으로 커트할 수 있다는 점! 가발이 처음인 나는 제품을 들고 1:1 컨설팅이 가능한 강남역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했다. 직원은 내 가발에 대해 설명하면서 머리망을 쓰는 것부터 고정하는 법까지 찬찬히 알려줬다. 내가 구매한 가발은 독특하게 안쪽 똑딱이 핀으로 고정하는 게 아닌, 고리를 걸어 잠그는 방식이었는데 아마 집에서 혼자 시도했다면 고군분투했을 거다. 가발을 좀 더 자연스럽게 다듬기 위해 헤어 살롱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우선 가발의 머리 길이가 너무 길어 키에 맞는 적당한 길이로 커팅하고 앞머리와 연결되는 옆머리를 내어 귀 뒤로 넘겼을 때도 자연스럽도록 했다. 모든 과정을 끝낸 후 거울을 보니 순식간에 분위기가 달라져 있었다. 평소 고민이었던 차가운 인상에는 딱 붙는 직모도 큰 역할을 했나 보다. 뿌리부터 시작되는 굵은 S컬, 긴 길이, 오묘한 카키 컬러로 헤어스타일을 바꾸고 나니 이미지도 훨씬 부드러워진 것이 아닌가! 더 이상 뻗치는 컬과 고데기 자국을 마주하지 않아도 된다. 어려운 웨이브 세팅 때문에 기죽지 않아도 된다. 가발 하나로 이렇게나 자연스러운 물결펌이 가능하니까!
– 황혜진(<얼루어> 뷰티 에디터)
분위기를 바꾸고 싶을 때
가발나라의 시스루뱅 롱 스트레이트 #초코브라운
생머리를 허리까지 길게 늘어뜨리고 싶단 로망을 결국 이루지 못하고, 얼마 전 다시 단발의 길로 들어섰다. 가발숍을 찾은 가장 큰 이유는 이렇게라도 긴 머리를, 그와 어울리는 하늘하늘한 룩을 연출해보고자 함이었다. 가발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었던 나는 온라인으로 가발을 구입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홍대에 위치한 가발나라 오프라인 매장으로 향했다. 원하는 스타일의 가발을 직접 착용해본 후 구입하고 싶었다. 미리 예약을 했더니 담당 디자이너가 1인실로 안내를 해준다. 머리 위엔 조명이 밝게 빛나 헤어 컬러를 섬세하게 볼 수 있으며, 삼면이 거울로 둘러싸여 자신의 모습을 다각도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제일 먼저 머리망으로 머리카락을 고정하고, 고른 가발을 서너 개 써보았다. 아무래도 평소에 착용하기 좋은 가발이 나을 것 같았다. 결국 단정하면서도 끄트머리에만 C컬이 살짝 들어간 긴 머리 가발을 골랐다(이게 가장 잘 어울리기도 했다). 가발을 고르고 스타일링을 받기까지는 약 1시간이 소요됐다. 어쨌든 결과는 대만족. 원하는 스타일로 변신할 수 있다는 것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마음에 든 것은 풍성한 숱이었다. 얇은 모발의 소유자인 나는 차분하다 못해 두피에 착 달라붙는 머리카락 때문에 종종 스트레스를 받아왔는데, 이 가발은 단숨에 글래머러스한 헤어스타일로 변신시켜준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은 모두 감쪽같은 가발 스타일링에 속아 넘어갔다. 인내심이 부족하고 귀차니즘이 심해 앞으로도 머리를 기를 일은 없을 것 같지만, 이 긴 생머리 가발과 함께라면 변화무쌍한 스타일링이 가능할 것 같다!
– 김민지(<얼루어> 뷰티 에디터)
| PLACE FOR WIG |
핑크에이지 강남점
가발숍과 헤어 살롱이 바로 옆에 붙어 있어 커트 등 다양한 스타일링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베이식한 컬러부터 독특한 컬러까지 다양한 가발이 준비되어 있다. 강남점 외에도 홍대본점, 압구정점 등 서울 지점과 인천 부평 지점, 대구점에 오프라인 매장이 있다. 다만 베베로제 라인의 제품은 온라인에서만 구매 가능하다.
주소 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 105 B1 운영시간 매일 11:00~22:00 문의 02-566-6873
가발나라 홍대점
패션 가발은 물론 고급 인모 가발까지 직접 착용해보고 구입할 수 있다. 또 스타일링을 원할 경우 디자이너와 상담 후 시술까지 이어진다. 제품 커트와 고데기 세팅을 포함한 전체 스타일링은 2만원, 부분 가발 스타일링 서비스는 1만원부터.
주소 서울 마포구 잔다리로 39 로뎀빌딩 운영시간 매일 11:00~20:00 문의 02-323-4488
| ITEM FOR WIG |
가발 관리를 도와 줄 기본 중에 기본템을 소개한다.
가발나라의 가발빗
엉킨 가발을 살살 빗을 때 사용한다. 가운데에 공기 구멍이 뚫려 있다. 1천9백원.
가발나라의 가발망
고무줄 처리된 짱짱한 가발망. 가발을 쓰기 전 모발을 고정해주는 용도로 사용한다. 5백원.
블로블로우의 헤어 클립
가발을 드라이 세팅할 때 꼭 필요한 아이템. 머리카락을 잡아주어 손쉬운 스타일링이 가능하다. 2개 8천원.
가발나라의 올인원 가발에센스
푸석해진 가발에 윤기를 더한다. 가발 원사의 유수분 밸런스를 유지해주어 정전기를 방지한다. 210ml 1만2천9백원.
핑크에이지의 가발걸이
통가발, 반가발 등 간편하게 가발을 보관하는 가발걸이. 가발 모양을 예쁘게 유지시켜준다. 2천5백원.
리네아스토리아의 헤어 컬러 차트
13가지 컬러로 구성된 헤어 컬러 차트로 가발 색상을 선택할 때 도움을 준다. 특히 앞머리, 탑커버, 포니테일 등 부분 가발 구매 시 본인의 모발 색상과 비교하며 고를 수 있다. 2천5백원.
핑크에이지의 피톤치드 샴푸+린스
인조모를 위한 맞춤 중성 클렌저. 풍성한 거품으로 가발을 손상 없이 부드럽게 세척하고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도록 관리한다. 300ml 1만6천5백원.
리네아스토리아의 가발 커팅 가위
가발 길이를 자르거나 모발 끝을 정리할 때 유용하다. 9천5백원.
- 에디터
- 김민지
- 포토그래퍼
- CLEMENT PASCAL, CHA HYE KYUNG, COURTESY OF PINK AGE, GABALNARA, LINEASTORIA, BLOBL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