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 Time, 헨리

헨리는 자꾸 모든 게 다 괜찮다고 말했다. 그 말이 진심인지 아닌지 확인할 길 없지만, 그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보고 싶어졌다. 과연 그 끝엔 뭐가 있을지.

셔츠, 베스트, 팬츠는 모두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티셔츠, 재킷, 팬츠는 모두 지방시(Givenchy), 모자는 던힐(Dunhill).

다양한 사람과 다른 언어, 화려한 컬러의 조명, 비싼 샴페인과 패션이 난무하는 신기한 토요일 밤이네요.
이런 촬영을 원했어요. 진짜 보여주고 싶었던 모습인데 상상만 하던 그런 느낌들을 다 본 것 같아요. 성공이네요.(웃음)

구체적으로 그 ‘느낌’이 뭐예요?
저의 비비드한 모습이요. 어떤 순간은 저도 처음 보는 제 모습이 보이더라고요. 되게 신선했어요.

오늘을 준비하면서 ‘헨리’라는 존재를 떠올렸어요. 친절하고 유머러스하고 엉뚱하고 건강한 사람일 것 같은 캐릭터가 떠올랐죠.
세상의 모든 것에는 양면이 존재해요. 저도 똑같죠. 밝음과 어두움, 장난스러운 모습과 진지한 모습을 다 가지고 살아요. 상황에 따라, 또 어떤 시선으로 보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제가 보일 거예요.

재킷은 아크네 스튜디오 바이 육스(Acne Studios by Yoox), 팬츠는 다잉브리드(Dying Breed), 슈즈는 던힐, 네크리스는 크롬하츠(Chrome Hearts).

일상을 보여주는 예능, 거리에서 노래하는 예능을 통해 생긴 지금의 이미지는 어때요? 천재 뮤지션이라는 수식은?
예능 프로그램의 영향력이 정말 크다는 걸 느껴요. 여러 자리에서 항상 해온 말이지만 전 노력형 인간이에요. 방송이나 무대에 서기 전까지 되게 많이 노력하고 준비해요. 그 결과를 좋게 봐주는 게 고마울 따름이죠.

그런 의미에서 <비긴어게인>을 특별히 아낄 법도 하겠네요.
고맙죠. 좋은 사람들과 함께 모여 음악으로 화합하는 소중한 시간을 만들어줬으니까요. 해외를 돌아다닌 지난 시즌도 좋았지만, 국내의 여러 도시를 다닌 <비긴어게인 코리아>는 오래도록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어려운 시기에 비대면 퍼포먼스라는 새로운 형식으로 음악을 나누고 서로를 응원하는 건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루프 스테이션 기법을 이용한 퍼포먼스도 인상적이었지만, 난 당신이 ‘지금’ 부르는 노래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특히 어떤 발라드곡을 들을 땐 죽고 싶다는 마음과 살고 싶다는 의지가 동시에 들던데요. 당신의 무대에는 꼭 그런 에너지가 있어요. 
뻔한 얘기일 수 있지만, 진심을 다해 노래에 집중하면 감정이 전달된다고 믿어요.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요. 그 마음과 마음이 잘 오고 간 게 아닐까요? 저는 어떤 하나의 감정만 전달하고 싶진 않아요. 앞으로도 최대한 다양하고 넓은 감정을 전달하는 무대를 하고 싶어요. 그러니까 기대해줘요. 결국, 우리는 다 같은 입장이잖아요.

톱은 르주(Leje).

어디에서 영향을 받아요?
음악을 꼭 어떤 공식이나 틀 속에서 생각해 버릇하지 않았어요. 제가 경험한 장소나 알게 된 악기, 사람들, 혹은 그 무엇에서든 영향을 받아요. 그것들이 제 안에 차곡차곡 쌓여 있다가 나오는 거죠.

창작은 고통의 산물이라는 말이 있죠. 당신에게도 그래요?
우리가 겪는 모든 일이 다 그런 거 같아요. 언제나 늘 좋기만 할 순 없어요. 음악을 만드는 과정이 좋아요. 그 시간 속에서 고민도 많고 뜻대로 안 되는 순간이 찾아오기 마련이에요. 그걸 피할 순 없어요. 힘들 때도 많지만 결국 하나의 완성된 음악이 나오는 순간 고통은 다 좋은 기억과 경험으로 남아요. 고통이긴 고통인데 좋은 고통이죠. 굿 페인.

당신에게 음악은 마냥 즐거운 놀이일 수 있겠다 싶었거든요. 바이올린을 연주할 때 얼굴을 보면 특히 그래 보여요.
그 말도 맞죠. 가장 잘, 즐겁게 놀 수 있는 놀이예요. 동시에 고민의 늪이기도 해요. 더 좋은 소스, 더 좋은 멜로디, 더 좋은 스토리, 더 좋은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고민의 늪에 빠져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작업할 땐 확실히 예민하게 날이 서 있을 때도 있는 것 같아요.

양손에 들고 있는 벨 에포크 샴페인과 아네모네 샴페인 잔은 페리에 주에(Perrier Jouet). 재킷과 팬츠는 토즈(Tod’s), 슈즈는 던힐.

고통과 영광은 어차피 하나의 순간이라는 말처럼 들리기도 해요. 근데 진짜 쉽지 않을 땐 포기해도 되지 않아요?
포기하고 싶고 그만두고 싶은 순간은 많죠. 포기하고 싶어도 저를 응원해주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힘이 나요. 그러니까 저도 그렇고 모두들 포기하지 마요.

이제 11월이 오네요. 남은 한 해를 그냥 포기해버릴까 싶기도 한 때죠. 어떻게 지낼 생각이에요?
생각하기에 따라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잖아요. 계획이 많은데 어떤 것부터 말하면 좋을지. 올해가 가기 전에 <드라마 월드> 시즌 2가 공개될 예정이에요. 저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을 거예요. 유튜브 채널 ‘헨리 뭐했니’의 새로운 시리즈도 준비 중이고요. 제일 중요한 건데요. 그동안 말하고 싶어서 근질근질했는데 11월에 제 새 앨범이 나와요.

우리는 11월이 오기 전에 다시 또 만나서 재미있는 걸 해야죠. 새로운 거. 
<얼루어>와의 작업을 위해 따로 뭘 만들고 있어요. 그러니까 꼭 기대해주세요. 여러분, 오늘이 끝이 아니에요.(웃음)

톱은 발렌티노(Valentino).

그 과정이 부디 좋은 고통의 시간이면 좋겠네요. 
확실한 좋은 고통이죠.(웃음) 저는 무슨 일을 하더라도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잘하고 싶어요.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도 있으니까 그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요. 제가 모든 걸 다 잘해볼게요.

고맙단 말을 미리 해야만 하겠네요. 그날은 꼭 함께한 사람들 모두 모아서 기쁨의 샴페인을 나눠 마십시다. 
어느 날 저와 가까운 지인이 제게 작은 쪽지 하나를 남겼는데요 거기 그렇게 적혀 있더라고요. ‘인생을 숙제처럼 살지 말고 축제처럼 살아라’. 되게 멋있죠?(웃음) 모든 과정에는 고통이 함께하겠지만, 그 마지막엔 축제가 있을 거예요. 끝까지 함께 가요. 그리고 고마운 건 저예요.

멋진 축배사가 될 것 같군요. 지금 당신에게 유일한 기쁨을 주는 건 뭐예요?
바로, 여러분?(웃음) 진심이에요. 요즘 하루하루가 신나요. 보여드리고 싶은 게 많아요. 일을 다 끝내고 집에 가서 싹 씻고 나왔을 때도 좋죠. 잠들기 직전에 퍼져오는 그 나른함이요.

재킷, 셔츠, 네크리스는 모두 셀린느(Celine), 팬츠는 다잉브리드, 슈즈는 던힐.

    포토그래퍼
    Yoon Ji Yong
    에디터
    최지웅 
    스타일리스트
    박안나
    헤어
    권도연
    메이크업
    김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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