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 Time, 헨리
헨리는 자꾸 모든 게 다 괜찮다고 말했다. 그 말이 진심인지 아닌지 확인할 길 없지만, 그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보고 싶어졌다. 과연 그 끝엔 뭐가 있을지.
다양한 사람과 다른 언어, 화려한 컬러의 조명, 비싼 샴페인과 패션이 난무하는 신기한 토요일 밤이네요.
이런 촬영을 원했어요. 진짜 보여주고 싶었던 모습인데 상상만 하던 그런 느낌들을 다 본 것 같아요. 성공이네요.(웃음)
구체적으로 그 ‘느낌’이 뭐예요?
저의 비비드한 모습이요. 어떤 순간은 저도 처음 보는 제 모습이 보이더라고요. 되게 신선했어요.
오늘을 준비하면서 ‘헨리’라는 존재를 떠올렸어요. 친절하고 유머러스하고 엉뚱하고 건강한 사람일 것 같은 캐릭터가 떠올랐죠.
세상의 모든 것에는 양면이 존재해요. 저도 똑같죠. 밝음과 어두움, 장난스러운 모습과 진지한 모습을 다 가지고 살아요. 상황에 따라, 또 어떤 시선으로 보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제가 보일 거예요.
일상을 보여주는 예능, 거리에서 노래하는 예능을 통해 생긴 지금의 이미지는 어때요? 천재 뮤지션이라는 수식은?
예능 프로그램의 영향력이 정말 크다는 걸 느껴요. 여러 자리에서 항상 해온 말이지만 전 노력형 인간이에요. 방송이나 무대에 서기 전까지 되게 많이 노력하고 준비해요. 그 결과를 좋게 봐주는 게 고마울 따름이죠.
그런 의미에서 <비긴어게인>을 특별히 아낄 법도 하겠네요.
고맙죠. 좋은 사람들과 함께 모여 음악으로 화합하는 소중한 시간을 만들어줬으니까요. 해외를 돌아다닌 지난 시즌도 좋았지만, 국내의 여러 도시를 다닌 <비긴어게인 코리아>는 오래도록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어려운 시기에 비대면 퍼포먼스라는 새로운 형식으로 음악을 나누고 서로를 응원하는 건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루프 스테이션 기법을 이용한 퍼포먼스도 인상적이었지만, 난 당신이 ‘지금’ 부르는 노래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특히 어떤 발라드곡을 들을 땐 죽고 싶다는 마음과 살고 싶다는 의지가 동시에 들던데요. 당신의 무대에는 꼭 그런 에너지가 있어요.
뻔한 얘기일 수 있지만, 진심을 다해 노래에 집중하면 감정이 전달된다고 믿어요.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요. 그 마음과 마음이 잘 오고 간 게 아닐까요? 저는 어떤 하나의 감정만 전달하고 싶진 않아요. 앞으로도 최대한 다양하고 넓은 감정을 전달하는 무대를 하고 싶어요. 그러니까 기대해줘요. 결국, 우리는 다 같은 입장이잖아요.
어디에서 영향을 받아요?
음악을 꼭 어떤 공식이나 틀 속에서 생각해 버릇하지 않았어요. 제가 경험한 장소나 알게 된 악기, 사람들, 혹은 그 무엇에서든 영향을 받아요. 그것들이 제 안에 차곡차곡 쌓여 있다가 나오는 거죠.
창작은 고통의 산물이라는 말이 있죠. 당신에게도 그래요?
우리가 겪는 모든 일이 다 그런 거 같아요. 언제나 늘 좋기만 할 순 없어요. 음악을 만드는 과정이 좋아요. 그 시간 속에서 고민도 많고 뜻대로 안 되는 순간이 찾아오기 마련이에요. 그걸 피할 순 없어요. 힘들 때도 많지만 결국 하나의 완성된 음악이 나오는 순간 고통은 다 좋은 기억과 경험으로 남아요. 고통이긴 고통인데 좋은 고통이죠. 굿 페인.
당신에게 음악은 마냥 즐거운 놀이일 수 있겠다 싶었거든요. 바이올린을 연주할 때 얼굴을 보면 특히 그래 보여요.
그 말도 맞죠. 가장 잘, 즐겁게 놀 수 있는 놀이예요. 동시에 고민의 늪이기도 해요. 더 좋은 소스, 더 좋은 멜로디, 더 좋은 스토리, 더 좋은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고민의 늪에 빠져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작업할 땐 확실히 예민하게 날이 서 있을 때도 있는 것 같아요.
고통과 영광은 어차피 하나의 순간이라는 말처럼 들리기도 해요. 근데 진짜 쉽지 않을 땐 포기해도 되지 않아요?
포기하고 싶고 그만두고 싶은 순간은 많죠. 포기하고 싶어도 저를 응원해주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힘이 나요. 그러니까 저도 그렇고 모두들 포기하지 마요.
이제 11월이 오네요. 남은 한 해를 그냥 포기해버릴까 싶기도 한 때죠. 어떻게 지낼 생각이에요?
생각하기에 따라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잖아요. 계획이 많은데 어떤 것부터 말하면 좋을지. 올해가 가기 전에 <드라마 월드> 시즌 2가 공개될 예정이에요. 저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을 거예요. 유튜브 채널 ‘헨리 뭐했니’의 새로운 시리즈도 준비 중이고요. 제일 중요한 건데요. 그동안 말하고 싶어서 근질근질했는데 11월에 제 새 앨범이 나와요.
우리는 11월이 오기 전에 다시 또 만나서 재미있는 걸 해야죠. 새로운 거.
<얼루어>와의 작업을 위해 따로 뭘 만들고 있어요. 그러니까 꼭 기대해주세요. 여러분, 오늘이 끝이 아니에요.(웃음)
그 과정이 부디 좋은 고통의 시간이면 좋겠네요.
확실한 좋은 고통이죠.(웃음) 저는 무슨 일을 하더라도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잘하고 싶어요.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도 있으니까 그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요. 제가 모든 걸 다 잘해볼게요.
고맙단 말을 미리 해야만 하겠네요. 그날은 꼭 함께한 사람들 모두 모아서 기쁨의 샴페인을 나눠 마십시다.
어느 날 저와 가까운 지인이 제게 작은 쪽지 하나를 남겼는데요 거기 그렇게 적혀 있더라고요. ‘인생을 숙제처럼 살지 말고 축제처럼 살아라’. 되게 멋있죠?(웃음) 모든 과정에는 고통이 함께하겠지만, 그 마지막엔 축제가 있을 거예요. 끝까지 함께 가요. 그리고 고마운 건 저예요.
멋진 축배사가 될 것 같군요. 지금 당신에게 유일한 기쁨을 주는 건 뭐예요?
바로, 여러분?(웃음) 진심이에요. 요즘 하루하루가 신나요. 보여드리고 싶은 게 많아요. 일을 다 끝내고 집에 가서 싹 씻고 나왔을 때도 좋죠. 잠들기 직전에 퍼져오는 그 나른함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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