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현과 지소울과 골든의 목소리는, 어떤 이름으로 호명하든 단 하나의 몸에서 비롯한다.

 

셔츠는 생 로랑 바이 안토니 바카렐로(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슈트 셋업, 벨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오늘 주변 사람에게 ‘골든’을 만나러 간다고 하니까 잘 모르더라고요. ‘지소울’이라고 다시 말했더니 그제야 무릎을 쳤어요. 이런 상황 어때요?
‘젠장’이다 싶죠, 뭐.(웃음) 전혀 체감하지 못하고 살았는데 지소울이라는 이름이 유명했더라고요. 제 존재나 노래보다 훨씬 더. 비즈니스적인 관점에서 밸류가 상당한 이름이라는 걸 생각하지 못했어요.

‘내 이름은 내가 짓고 싶었다’는 말이 선언적으로 들렸어요. 당신은 그런 사람인가요?
저는 그런 사람이죠. (박)진영이 형이 지어준 지소울이라는 이름을 좋아했지만 제가 지은 이름은 아니잖아요. 그렇게 입대했어요. 대한민국 남자들이 대체로 그렇겠지만, 어떤 면으로든 군대의 영향을 받잖아요. 전 좋았어요. 군대에서 제 인생의 새로운 챕터가 열렸다고 할 수 있어요. 제대할 때쯤 되니까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사람이 되고 싶더라고요. 음악이든 인생이든 전부 다 새롭게. 어차피 내 이름이 뭐든 관심 갖는 사람은 많지 않을 거로 생각했어요.

새 이름을 쓴 지 1년 남짓이네요. ‘골든의 시간’은 어땠나요?
인생 전체로 보면 너무 짧은 시간이라 아직 잘 모르겠어요. 요즘은 골든과 지소울, 제 본명인 김지현이라는 이름까지 다양하게 불리고 있고요. 이름의 영향을 받는지 모르겠지만 황금처럼 밝아졌다는 말을 자주 듣긴 해요.

원래 그렇지 않은 편이었어요?
워낙 진지한 성격이기도 했지만, 제가 가진 크기보다 더 그렇게 비친 면도 없진 않아요. 밝아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가벼워지려고요. 실제로 많은 부분에서 편안해진 것도 있고.

나이와도 관련 있을까요? 서른을 넘기면 한결 나아진다고들 하잖아요.
하하. 인정하기는 싫지만 나이의 영향도 있는 것 같네요. 돌아보면 뭐가 그렇게 진지하고, 뭐가 그렇게 심각했나 싶어요. 이제 그 정도 문제 앞에서는 그냥 웃고 말죠. 지금이 더 좋아요.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죠. 당신은 지금보다 정당한 조명을 받아 마땅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럴 만한 유일한 실력을 갖췄으니까요. 
그렇게 말해줘서 감사해요. 음, 근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저에게는 ‘15년 연습생’이라는 꼬리표가 있죠. 사실이긴 하지만, 그 이미지가 너무 강하게 박혀 있는 것 같아요. 저 가수로서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거든요. 한국에서 제대로 활동한 시간을 따지면 3년 정도밖에 안 돼요. 더 열심히 해야 하는 상황이 맞죠.

그렇게 심플한 마음이 다예요?
솔직히 늦었다고 생각할 때도 있죠. 가끔은 ‘참 오래도 했다’ 싶고요. 유명해지고 인정받고 하는 게 제 마음처럼 되는 건 아니잖아요. 15년에 이르는 연습생 시절 동안 깊은 산속 폭포 밑에서 도인처럼 연습만 한 것도 아니고요. 저는 제 인생을 산 것뿐이에요. 이것저것 다양한 경험도 하고 공부도 하면서. 진짜 게임은 이제부터라고 생각해요.

팬츠와 벨트는 드리스반 노튼 바이 육스(Dries Van Noten by Yoox), 티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여러 자리에서 노래 잘하고 싶다는 다짐을 자주 하더군요. 당연한 말이기도 할 텐데, 사뭇 그 말의 의미가 궁금했어요.
제 직업은 가수잖아요. 노래하는 게 제 일이란 말이죠. 자기 일을 못 하면 어떡해요? 내 일을 책임지려면 더 잘하고 더 잘하고 더 잘해야죠. 머물지 않고 언제나 발전해야 하고요. 그 기준은 제가 정해요. 제 기준은 언제나 저 높이 있어요.

노래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갑자기 단호한 말투가 되네요.
막 칼을 가는 건 또 아니에요.(웃음) 저는 제 직업이 너무 소중해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 일을 동경하는지 알고, 또 얼마나 많은 가수가 쉼 없이 노력하는지 잘 알아요. 저도 더 노력하고 더 잘해야죠. 요즘 못 하고 있지만, 공연 보러 오는 사람들 다 비싼 돈 내고 오는 거잖아요. 어떻게 대충 할 수 있겠어요.

결국 진심은 통할까요?
뻔한 말이지만 진심이 통해요. 그렇게 믿고 싶어요, 제발.(웃음) 세상에는 수많은 관객이 있죠. 그들의 취향은 다 다를 거예요. 좋은 노래에 관한 기준도 다르고요. 저는 그 모든 사람이 의심하지 않고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는 노래를 부르는 보컬리스트가 되고 싶어요. 그러려면 기술과 감정, 진심이 모두 꽉 차 있어야 해요. 뭘 얼마나 더 내보이고 말고는 다음의 문제거든요.

유튜브에 보컬 트레이너가 당신이 노래할 때 짓는 표정, 호흡, 발성, 입의 모양 등을 조목조목 연구하고 분석한 영상이 있더군요. 제목이 ‘형이 보이스 코리아에 나오는 건 솔직히 심했다’ 예요. 
하하. 글쎄 그런 게 있더라고요. 스타일리스트가 보여줘서 저도 살짝 봤어요. 그게 바로 제가 결국은 노래로 돌아가는 이유예요. 보는 사람이 이렇게 많으니까.

당신이 속한 하이어 뮤직은 지금처럼 어려운 상황에도 에너지를 발산하는 레이블로 여겨져요. 지난밤, 9월에 나올 하이어 뮤직 컴필레이션 앨범의 프로모션 영상이 미리 공개됐는데 당신의 보컬이 유난히 힘차게 들리더군요. 
(박)재범이 형이 잘해요. 레이블의 행보에 어떤 에너지가 느껴진다면 다 재범이 형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모든 아티스트가 정말 열심히 참여한 프로젝트예요. 조금씩 다른 스타일을 추구하는 사람들과 함께했더니 재미있는 시너지가 나왔어요.

어떤 장애물이 가로막든 멈추지 않을 생각이에요?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죠. 경험과 도전은 죽을 때까지 멈추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정해진 틀에 얽매이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래야 해요. 저는 셀 수 없이 많은 단점을 가지고 있는 개인이에요. 늘 어설프고 모자라요.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은데 그럼 멈추면 안 되잖아요. 노래든 인생이든.

지금 당신을 괴롭히는 게 있어요?
요즘 들어 생긴 건데요. ‘비즈니스’라는 단어가 저를 괴롭히긴 해요. 뮤직 비즈니스. 그건 노래랑은 또 좀 다른 문제더라고요.(웃음) 모르면 배워야죠.

뮤직 비즈니스적인 관점에서 이름 정리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결국 당신을 뭐라고 불러야 해요?
지금은 골든이요. 근데 김지현이든 지소울이든 골든이든 부르고 싶은 대로 불러주세요. 모르죠, 어느 날 갑자기 또 다른 이름을 짓게 될지도.(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