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보리밭에서 패션쇼를? 볼수록 감동인 팬데믹 디지털 런웨이 공개!

현재의 팬데믹 상황은 패션 신에 계속해서 질문을 던진다. 앞으로 더 무엇을 할 수 있겠냐고. 먼저 패션 하우스가 갖가지 방식의 런웨이로 화답했다. 모두 창의적 아이디어 위에 디지털 시스템을 더한 식이다.

JACQUEMUS
2021 S/S COLLECTION 

모두가 꽉 막힌 곳에서 라이브 스트리밍만으로 패션위크를 대신할 때 자크뮈스는 파리 북서부의 너른 보리밭으로 향했다. 보리밭 사이에 600m에 달하는 둥근 물결 모양 런웨이 무대를 설치하고, 약 100명의 인사를 초청해 일정 거리를 두고 앉아 쇼를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많은 기업이 경영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규모를 줄이고, 쇼를 취소하는 등 몸을 사리는 이때 자크뮈스의 오프라인 이벤트는 코로나 블루를 겪는 많은 이들의 긴장과 불안감을 다소 진정시켜주었다는 평이다. 얇은 스트랩의 몸에 착 붙는 드레스, 짧은 톱과 비대칭 스커트가 눈길을 모았던 여성복과 마찬가지로 비대칭 디자인과 뉴트럴 컬러가 돋보였던 남성복은 파란 하늘, 금빛 보리밭과 어우러져 황홀함을 선사했다. 생중계를 놓친 이라면 자크뮈스 사이트에서 확인해볼 것.

MAISON MARGIELA
2020 F/W ARTISANAL COLLECTION 

메종 마르지엘라는 코로나로 락다운을 겪고 재오픈한 이후 제작한 내러티브 이미지와 다큐멘터리 영상을 엮어 스릴러 장르의 영화 <S.W.A.L.K>를 제작했다. 존 갈리아노가 디렉팅하고, 이미지메이커인 닉 나이트가 연출한 이 영화는 불확실성의 시대를 사는 이들이 품은 욕망을 탐구하고자 했다고. 관음적 시선을 주기 위해 고프로 장비를 이용했는데, 드론이 피팅룸 위에서 촬영하면 열화상 카메라가 그 과정의 열기를 포착하는 식이었다. 업사이클 빈티지를 테마로 해 대담한 커팅과 독특한 실루엣이 돋보이는 의상들은 영화적 기법에 의해 더욱 강렬하게 표현되었다. 이처럼 매혹적인 효과로 완성한 영화는 메종 마르지엘라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공개되었다.

PRADA
2021 S/S COLLECTION 

프라다는 하나의 컬렉션을 다섯 명 아티스트의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도록 했다. 사진가 윌리 반데페르와 유르겐 텔러, 조아나 피오트로프스카, 아티스트 마틴 심스, 영화배우이자 감독인 터렌스 낸시는 각각의 창의적 견해를 필름에 담았다. 의상은 간결했다. 미우치아 프라다는 세상이 복잡해질수록 의상은 심플해진다고 믿었다. 삼각로고, 블랙앤화이트, 스포티즘, 클래식과 퓨처리즘을 넘나드는 디테일 등이 여러 아티스트의 필터를 통해 각각의 챕터로 표현되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프라다 소셜 계정을 통해 순차적으로 공개했고, 폰다지오네 프라다에서 열린 런웨이를 생중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GUCCI
2021 RESORT COLLECTION 

밀라노 디지털 패션위크 마지막 날, 구찌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3부작 동화 이야기 중 마지막, 에필로그 컬렉션을 소개했다. 광고 캠페인 제작 과정을 그대로 생중계하는 스페셜 라이브 스트리밍과 비주얼 내러티브 형식의 영상을 통해서였다. 이미 지난 2월, 백스테이지를 보여주며 패션쇼 무대 뒤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찬양했던 그다. 이번에는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팔라초 사케티를 배경으로 사진가 알렉 소스, 영상 감독 다미아노 디노첸조, 파비오 디노첸조와 함께하는 현장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모델이 아닌 옷을 만든 디자이너가 다채로운 꽃무늬 원피스, 플레어 데님 팬츠, 격자무늬 코트 등 직접 컬렉션 의상을 입고 소개한 것도 신선했다. 이 창조적 행위는 구찌 공식 사이트와 소셜 채널을 통해 생중계했으며, 12시간 중계라는 기록을 세웠다.

REESE COOPER
2021 S/S COLLECTION 

로스앤젤레스 기반의 리스 쿠퍼는 아웃도어 감성의 워크웨어를 선보이는 브랜드답게 보다 거친 개울을 선택했다. 원래 계획은 파리의 한 학교에서 비닐로 가짜 하천을 만드는 것이었는데 팬데믹으로 여행이 제한되면서 지금의 계획으로 수정되었다고. 캔버스 재킷이나 유틸리티 베스트, 카고 팬츠 등이 특이한 아이템은 아니나, 밀리터리 풍 투박한 옷에 돌이나 나무 패턴을 그려넣고, DIY 한 듯 패치워크를 하고, 또 메시 소재를 자유자재로 다뤄 점퍼와 스커트에 접목시킨 점에서 그의 실험정신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맨발로 물을 걷어차며 개울-런웨이를 힘차게 걷는 모델들은 때때로 미끄러질까 아슬아슬하기도 했지만 의상과 배경이 하나되어 더없이 생생했고, 이 모습은 당일 유튜브와 공식 사이트를 통해 전 세계로 생중계되었다.

    에디터
    김지은
    포토그래퍼
    GETTYIMAGESKOREA, SPLASH NEWS, COURTESY OF GUCCI, MAISON MARGIELA, PR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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