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을 가장 자기답게 꾸민 사람들
때로는 집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사무실이다. 전장이자 안식처가 되는 그곳을 가장 자기답게 꾸민 사람들.
신선혜 | 사진가
이곳에 자리 잡은 건 언제부터인가?
3년이 좀 넘었다.
사무실로 삼은 이유는?
새로운 스튜디오를 찾던 중 자연광이 들어오고 넓은 옥상을 같이 쓸 수 있는 주차장 건물에 위치한 이곳을 보게 되었다. 지하 스튜디오를 쓰며 다음에는 자연광이 들어오고 통풍이 잘되는 곳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다. 자연광이 따뜻하게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고민 없이 선택했다
인테리어의 콘셉트는?
스튜디오는 촬영 공간이 가장 중요하고, 사무실 공간은 덤 같은 존재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모아놓은 다락방 같은 곳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았다. 정리를 잘하지 못해 그냥 물건을 쌓아두곤 해서. 물건을 쌓아두어도 넉넉하고 편하게 쉬거나 일할 수 있는 기다란 직사각형 구조가 마음에 들었다.
사무실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블라인드 뒤 창밖 쪽이 정확히 서쪽이라 해가 지는 오후가 되면 예쁜 빛이 들어온다. 날씨가 좋으면 가끔 붉은 석양빛이 깊게 들어오는데 그때 모든 공간이 예뻐진다.
변화를 주고 싶은 부분은?
늘어나는 책을 보관할 수 있는 책장. 마음에 드는 책장을 찾고 있다.
나를 기쁘게 하는 아이템은?
아무렇게나 올려놓은 작은 오브제들. 주워온 돌이나 빛바랜 플라스틱 포크, 색이 예쁜 알약 등등. 말하자면 ‘예쁜 쓰레기’다.
당신의 집과 사무실은 어떤 점이 닮았고, 다른가?
아주 비슷하다. 다른 점이 거의 없다. 빛이 잘 들어오고 예쁘고 쓸모 없는 물건이 많다.
좋은 사무실의 조건은 무엇일까?
편한 게 최고다. 스튜디오는 많은 사람이 오가기 마련인데 호리존 옆에 문 하나를 두고 붙어 있는 이 작은 사무실에 있으면 마치 집에 있는 것처럼 편안하다.
박태일 | 스타일리스트, 벨보이 대표
이곳에 자리 잡은 건 언제부터인가?
4월 말부터다.
사무실로 삼은 이유는?
처음부터 생각한 유일한 조건은 무조건 엘리베이터가 있어야 한다는 거였다. 스타일링 업무가 많다 보니 스태프들이 옷짐을 싸 들고 나르는 일이 잦다. 엘리베이터 없는 건물의 높은 층 사무실은 임대료는 싸지만 엄두가 안 났다. 대부분 여자 스태프들인데, 고생길이 눈에 훤했다. 그런데 지금 이곳은 심지어 엘리베이터가 필요 없는 1층이라 차에서 짐을 내리면 바로 사무실이다. 임대료는 엘리베이터가 있는 4층 사무실 정도였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위치를 정할 때 가장 고려한 점은?
벨보이 쇼룸과 가까운 곳에 사무실을 두고 싶었다. 이전 사무실은 너무 멀었다. 걸어서 오가면서 틈날 때마다 두 곳을 두루 살필 수 있어야 했다. 쇼룸엔 주차가 안 돼서 주차위반 과태료도 많이 물었다.
인테리어의 콘셉트는?
이 자리는 본래 뷰티숍이었다. 그래서 벽이 온통 핑크였는데, 그걸 그냥 다 하얗게 만드는 게 첫 번째 목표였다. 두 번째로는 사무실에 소품용 옷이나 신발이 많다보니, 사무 공간에서는 그걸 좀 가려 분위기를 구분하고 싶었다. 벨보이가 직접 제작한 박스가 그걸 도와줬다. 물론 그 안에 물품을 수납하는 기능도 함께다.
사무실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길과 가까운 입구. 그리고 책으로 둘러싸인 테이블.
변화를 주고 싶은 부분은?
더 바랄 게 없다. 편리한 입출입, 사무공간부터 우리가 스타일링하는 셀럽을 위한 피팅룸까지, 필요한 기능은 다 갖췄다.
나를 기쁘게 하는 아이템은?
이케아에서 산 빌리 선반. 필요 이상으로 많은 책과 신발을 안정적으로 품어주고 있다. 기능에 충실하고 쓸데없는 감성을 담지 않은 디자인도 쏙 마음에 든다.
당신의 집과 사무실은 어떤 점이 닮았고, 다른가?
닮은 건 벽이 다 하얗다는 것. 그 외엔 모든 게 다르다.
좋은 사무실의 조건은 무엇일까?
이사하고 싶지 않은 사무실. 이사를 너무 많이 했다. 이제는 그만하고 싶다.
안미선 | 파지티브 호텔 이사
이곳에 자리 잡은 건 언제부터인가?
2016년. 파지티브 호텔이 론칭할 때부터다.
사무실로 삼은 이유는?
파지티브 호텔은 어반 라이프스타일을 아우르고 더 나은 삶을 위한 기회를 제공하는 브랜드다. 우리의 타깃층이 어떤 삶을 즐기는지 알 필요가 있었고, 함께 소통하고 일상을 나눌 수 있는 장소를 찾았다. 한국에는 수많은 핫플레이스가 있지만 도산공원 일대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커리어와 라이프스타일의 밸런스를 중시하고 자신을 건강하게 가꾸는 것에 긍정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는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인테리어의 콘셉트는?
공동창업자인 길정민 대표와 함께 구상했던 인테리어는 영화 <인턴>처럼 대표와 임원과 직원이 서로 소통하면서 함께 일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열린 공간, 오감이 충족되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길정민 대표의 감성이 많이 반영되었다.
사무실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큰 테이블이 위치한 대회의실. 회의실뿐만 아니라 소규모의 프라이빗 파티를 할 수 있도록 구상했다. 업무시간 동안 바쁘게 일을 마친 사람들이 오후에 편하게 모여 저녁 식사와 와인 한잔을 즐기면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했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오가는 대화 속에서 많은 일들이 이루어지는 법이니까.
변화를 주고 싶은 부분은?
가끔은 작은 공간도 필요하겠더라. 직원들이 점점 늘어나다 보니 삼삼오오 편하게 회의하고 담소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더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를 기쁘게 하는 아이템은?
사무실 곳곳에 놓인 ‘그린’에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는다. 크고 화려한 식물보다는 앙증맞지만 강한 생명력이 뿜어져 나오는 쪽이 더 좋다.
당신의 집과 사무실은 어떤 점이 닮았고, 다른가?
파지티브 호텔의 사무실은 방문자들에게는 탄성이 나올 만한 압도감을 주고, 직원들에게는 이로 인한 자부심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 그에 비해 집은 다 내려놓을 수 있는 편안함이 있다.
좋은 사무실의 조건은 무엇일까?
소통. 권위적이지 않은 분위기와 자유로운 소통을 이끌어낼 수 있는 에너지를 줄 수 있을 것.
김석원 | SWV 비주얼 디렉터
이곳에 자리 잡은 건 언제부터인가?
딱 일년이 되었다. 사무실이 계속해서 진화하는 중이다.
사무실로 삼은 이유는?
장소에도 기운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곳은 삼면이 통창으로 이루어져 있어, 해가 잘 들고 통풍이 잘된다. 아치형 문과 날것 그대로인 천장의 구조, 그리고 주변의 건물들이 5년가량 살며 익숙해진 파리와 닮았다. 새것 같지 않은 낡은 느낌도 마음에 들었다.
인테리어의 콘셉트는?
패션 매거진 에디터로 10년을 일했다. 패션 매거진의 속성처럼 많은 사람이 오가며 교류하고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했다. 그래서 너무 딱딱한 사무실 느낌보다는 자연스러운 편안함과 에너지가 느껴지는 공간이기를 바랐다. 확실한 공간 구분을 위해 내 방, 팀원들의 공간, 회의하는 공간, 휴식을 취하는 테라스, 그리고 소품을 보관하는 창고로 공간을 나누었다.
사무실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회의를 할 수 있는 공간이자 나의 진취적인 친구들 혹은 클라이언트와 와인을 마실 수 있는 큰 테이블이 있는 공간. 너무 갖고 싶어 하니 이탈리아에서 수하물 추가 비용까지 물어가며 남편이 사다 준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의 문, 노란 모빌 그리고 늘 가져다두는 꽃.
변화를 주고 싶은 부분은?
사무실에서 여유를 부릴 시간은 많지 않지만, 팀원들이 편하게 휴식하며 재충전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고 싶다.
나를 기쁘게 하는 아이템은?
푸른 식물과 꽃. 식물이 있는 사무실은 능률이 오른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걸 떠나서 푸른 걸 보면 늘 기분이 좋아지고 생명력이 느껴진다. 살아 있는 생명이 있는 사무실은 더욱 애정이 간다. 휴가여도 종종 물을 주러 나온다.
당신의 집과 사무실은 어떤 점이 닮았고, 다른가?
사무실은 완벽하진 않더라도 모든 것이 내 취향으로 꾸며졌지만, 집은 내 취향과 남편의 취향, 그리고 아이들의 취향이 공존한다. 비주얼을 만드는 직업이라 눈에 거슬리는 게 참 많은 사람이 나인데, 가족이 된다는 건 그런 것까지도 품는 것 아니겠는가. 마음속으론 미니멀한 집과 사무실을 원한다고 생각하지만, 집과 사무실 모두 맥시멀리즘을 향해가고 있는 점만은 같다.
좋은 사무실의 조건은 무엇일까?
내 인생의 화두는 ‘힐링’이다. 늘 빠르고 바쁘게 돌아가는 속성의 ‘패션’을 다루는 직업 때문이다. 사무실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내 일을 사랑하지만, 피로와 스트레스는 어쩔 수 없다. 그걸 줄여주는 릴랙스하고 에너제틱한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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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허윤선
- 포토그래퍼
- KIM SNAG WOO, CHA HYE KY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