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ROAD / 현아, 던
마치 그들만 있는 것 같은 세상. 현아와 던이 함께할 때는 그렇게 눈부시다.
만날 때마다 별수 없이 고백하게 되네요. 오늘도 멋졌어요, 둘 다.
현아 좋네요. 예쁘다, 아름답다는 말보다 멋지다는 말을 좋아하거든요. 정말 그런 촬영이었어요. 자동차와 주얼리가 함께하는 촬영도 흔치 않은데,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패션도 빼놓지 않은 촬영이었으니까요. 그 바이브가 다 좋았어요.
던 화보가 공개되면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과 패션을 사랑하는 사람 모두 마음에 들어 할 것 같아요.
현아 현장 분위기도 좋았어요. 기운이 좋다고 해야 하나, 에너지가 막 느껴졌어요. 그게 결과물에도 다 드러난 것 같아요.
여러모로 새로운 도전을 한 셈이죠. 현아와 던, 둘이기에 틀을 깰 수 있었어요.
현아 정말 기분 좋아요. 함께 일하는 스태프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 행복해요. 우리가 일하면서 진짜 재미를 느끼거나 새로운 도전을 하기가 힘들잖아요. 굉장히 큰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틀을 깨는 건, 새롭게 시작하는 건 정말 귀한 일이니까요.
던 도전적인 촬영이 될 거라고 짐작하긴 했어요. 더운 날씨였는데 현장에 계신 분들이 응원하고 있다는 게 다 느껴졌고요. 촬영이 진행될수록 더 그랬어요.
드라이브, 좋아해요? 아까 드라이빙을 좋아한다며 차를 직접 몰기도 했잖아요.
현아 드라이브 좋아해요. 드라이브한다면 아침부터 밤까지 종일 돌아다니고 싶어요. 낮과 밤의 매력은 완전히 다르니까요. 아직 밤에는 찬 기운이 있으니까 마음에 드는 재킷 하나 챙겨서요. 음악도 빼놓을 수 없고요. 좋아하는 음악을 실컷 들을 거예요.
드라이브를 함께할 재킷은 어떤 스타일일까요?
현아 오늘 기분으로는 라이더 재킷이 좋겠어요. 짧은 데님에 라이더 재킷을 걸치면 쿨할 것 같아요.
달리는 맛도 있지만 창밖 풍경을 바라보는 매력을 빼놓을 수 없죠. 기억 속에 남아 있는 풍경이 있어요?
던 차를 타고 어디를 갈 때 바깥 풍경을 집중해서 바라봐요. 풍경이 빨리 지나가니까 잔상처럼 흐릿하게 보이잖아요. 그걸 하염없이 바라보는 거예요. 그냥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요. 계속 바라보다 보면 파도 타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그러다가 어떤 순간에는 점처럼 작은 뭐 하나만 선명하게 보일 때가 있어요. 어릴 때는 창문 열고 고개를 내미는 것도 좋아했어요. 위험하지 않을 정도로만요. 혓바닥을 한껏 내밀어서 입안에 침이 다 증발할 때까지 바람을 쐬기도 하고요. 저는 드라이브 그 자체나, 차를 타고 멀리 가서 좋은 풍경을 보는 것보다 그 과정들을 더 소중하고 선명하게 기억해요.
뭘 기억하는 방식이 흥미롭네요. 아주 작고 사소한 지점을 유난히 증폭시켜서 간직한다는 느낌도 들고요.
던 저는 그런 거 같아요. 목적지에 닿았을 때보다, 가는 길에 만난 사소하지만 사소하지 않은 걸 느끼는 게 더 재미있어요. 곡을 만들 때도 그래요. 완성된 결과물도 소중하지만, 그 과정에서 이것저것 말도 안 되는 걸 시도한 시간을 크게 간직해요.
‘영앤리치’의 아이콘인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서 말하는 모습을 보고 듣고 있자니 괜히 듬직하네요. ‘어른’이라는 단어가 튀어오르듯 떠올랐어요.
현아 어른은 어려워요. 대신 요즘 ‘성숙함’이라는 단어를 자주 생각해요. 우리가 마지막으로 만난 지 일년 정도 됐잖아요. 그사이 계절이 여러 번 오고 갔어요. 그렇게 쌓인 시간이 저를 성숙하게 만든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요. 제가 아무리 이제 어른이 됐다고 말해도 아빠랑 엄마가 보기에는 한없이 작은 아이일 거예요. 평생 제가 어른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할 것 같아요. 그래서 어른에 관한 문제는 고민하지 않아요. 하루하루 주어진 일을 고민하고 선택하기에도 충분해요. 잘 모를 땐 옆에 있는 던에게 물어보면 돼요. 아주 좋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거든요.
던 지나온 시간을 최대한 많이 간직하고 있는 사람이 정말 어른스럽다고 생각해요. 제가 지금 쉰 살이라고 쳐요. 제 안에는 스무 살도 있고, 서른 살도 있을 거예요. 그 시간을 지나왔기 때문에 쉰 살이 됐을 테니까요. 지난 시간을 차곡차곡 잘 쌓아뒀다면 나이 드는 일이 외롭지 않을 거예요. 젊음이 그립거나 부럽지도 않을 거고요. 그걸 다 잊고 딱 지금만 살아간다면 너무 슬프고 우울할 것 같아요.
현아 결국 비슷하네요.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예뻐해주자. 그게 성숙한 어른이다. 근데 저는 좀 더 자연스러워도 좋을 것 같아요. 너무 의식적으로 ‘나 이거 쥐고 갈 거야, 아니야 다 털어낼 거야’ 그건 머리를 쓰는 거잖아요. 그거보단 가슴이 느끼는 대로 두면 좋겠어요.
‘현아와 던’ 하면 또 패션과 스타일을 빼놓을 수 없죠. 올여름엔 뭘 입고 싶어요?
현아 어려운 질문이네요. 저는 좋아하는 게 너무 많아요.
던 밝은색 옷이 좋아졌어요. 몰랐는데 어느 날 옷장을 열어보니까 다 너무 칙칙하더라고요. 무채색 옷이 대부분이었거든요. 밝아봐야 회색? 제일 밝은 게 밝은 회색이고요.(웃음)
현아 참고로 던이가 생각하는 초록은 우리가 상상하는 초록이 아니라 ‘올리브 그린’이에요.
던 빛바랜 색을 좋아해요. 안 되겠다 싶더라고요. 최근에 기분 좋은 날이 많아서 좀 산뜻하게 입으려고 했는데 입을 게 없더라고요. 채도가 높은 컬러 아이템을 모으고 있어요. 색감이 살아 있는 것으로요.
현아 저는 진짜 가리는 게 없어요. 뭐든 그날 기분과 상황에 따라 휙휙 달라지거든요. 지금은 뭐가 됐든 제일 자연스러운 옷을 입고 싶어요. 여름엔 샌들이 좋지 않을까요? 발을 쑥 넣을 수 있는 디자인도 좋고 멋스럽게 발목을 휘감는 디테일의 샌들도 좋고요. 패션의 완성은 신발이니까요.
좋은 신발 신고 얼른 무대에 선 모습 보고 싶네요. 두 사람 다 무대에서 훨훨 나는 사람들이잖아요.
던 그동안 제 생각들, 사람들과 함께 생각해볼 만한 것들을 노래에 담아 버릇했어요. 어쩔 수 없이 진지해지고 결국은 어두워지더라고요. 좀 전에 컬러 이야기를 했지만 제 생각은 가득 담되 기분 좋게 공감할 수 있는 노래를 만들고 싶어요. 열심히 작업하고 있어요.
그건 무슨 색일까요?
던 노랑이나 초록 같은 싱그러운 색이면 좋겠어요. 아직 핑크나 빨강은 좀 어렵거든요.(웃음)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가장 밝아지고 싶어요.
현아 제 무대를 바라봐주는 팬들이 있잖아요. 팬들이 봤을 때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는 무대를 준비하고 있어요. 오늘 촬영처럼요. 묵직하게요. 저도 요즘 건강하고 밝은 게 좋아요. 운동을 열심히 하는 이유도 보여주고 싶어서가 아니라 제 건강과 체력을 생각해서예요. 건강함을 맘껏 뽐내고 싶어요. 그 전과는 좀 다를 거예요.
묵직하다는 말이 또 새삼스럽게 다가오네요.
현아 세다, 강하다 그런 의미 아니고요. 그냥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소신 있는 사람,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을 지킬 힘이 있는 사람이요. 그 힘이 느껴지는 무대를 하고 싶어요. 지금 그런 책임감을 강하게 느끼고 있어요.
최신기사
- 포토그래퍼
- Hong Jang Hyun
- 에디터
- 허윤선
- 인터뷰 에디터
- 최지웅
- 스타일리스트
- 김영진
- 헤어
- 신효정
- 메이크업
- 박민아
- 캐스팅 디렉터
- 최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