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연은 누구보다 호방하고, 누구보다 유쾌하게 웃는다. “그런데 왜 저한테 그런 역할은 안 줄까요?” 되물으면서.

 

니트 카디건은 질 샌더(Jil Sander). 와이드 팬츠는 포르테 포르테 바이 수퍼노말(Forte Forte by Super Normal). 이어링과 이어커프는 불가리(Bvlgari). 슈즈는 구찌(Gucci).

영화 <유체이탈자> 이야기를 나누려고 했는데, 2월 예정이었던 개봉이 미뤄진 모양이죠? 
그런 것 같아요. 상반기 중에 개봉할 것 같다고 들었어요.

그래도 이야기는 나눌 수 있죠. 어떤 영화인가요? 공개된 시놉시스를 보면 12시간마다 유체 이탈을 하는 사람들이 나온다고요. 
정말 독특한 영화예요. 시나리오를 읽을 때부터 매력을 느꼈어요. 처음에는 무슨 내용인지 한번에 이해하기가 어려웠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매력이 너무 컸죠. 처음에 시나리오를 공부하고 분석하는 시간이 너무 재미있었어요. 아직 최종 편집본을 못 봐서 너무 궁금해요.

작품을 선택하기엔 충분한 이유 같네요. 
이전 작품인 <타짜>에서는 캐릭터에 제일 끌렸어요. 느낌이 저랑 비슷했고, 하고 싶었고, 역할을 통해 저도 변신하고 싶었죠. 이번 <유체이탈자>는 시나리오 자체가 가장 큰 이유였어요. 참여하는 배우 그리고 감독님과 함께하고 싶기도 했고요. 작품을 하면서 감독님과는 사람 대 사람으로 가까운 사이가 됐어요. 고민도 얘기하고 인생얘기도 많이 해요.

최근에는 영화에 주력하고 있어요. 이유가 있나요? 
그저 좋은 영화를 많이 하고 싶어요.

드라마보다요? 
드라마도 작업현장이 재미있어요. 드라마를 하면 속도감이 너무 빠르다 보니까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몰라요. 영화는 워낙 느리고 하루에 찍어야 되는 신이 정해져 있고 깊이 있게 들어간다면, 드라마는 빠른 속도에 적응해서 좋은 연기를 해내고 많은 양을 소화해내야 하죠. 출연한 지는 좀 됐지만 저도 드라마를 하면서 책임감과 능숙함이 생기지 않았나 생각해요.

톱은 닐리 로탄 바이 수퍼노말(Nili Lotan by Super Normal). 코트는 필로소피 바이 수퍼노말(Philosophy by Super Normal). 목걸이와 반지는 불가리. 선글라스는 구찌.

배우는 현장에서 배운다는 말. 동의하나요? 
진짜 맞는 말이에요. 현장에서 정말 많이 배웠죠. 많이 배우고 빨리 자라고 싶으면 현장이 최고인 것 같아요. 현장 경험이 많지 않은 신인 때보다 요즘 더 느끼는 부분인데요, 현장에서 다른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고 감독님과 커뮤니케이션하는 것들이 배우로서 저를 성장하게 해줘요. 경험보다 더 좋은 건 없는 것 같아요.

한예종에서 연기를 정식으로 배운 배우이기도 해요. 그렇다면 학교에서 배운 것 중 가장 값진 건 무엇이었나요? 
학교는 제가 지금까지 연기를 할 수 있는 큰 원동력이에요. 그 안에서 연극, 무대, 공연에 대해 배웠고, 배우로서의 기본과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학교죠. 처음 들어갔을 때 메인 교수님 앞에서 2명씩 짝을 지어서 신을 발표해요. 한 장면을 정해서 발표하고 코멘트를 받는 실습시간이었는데 교수님이 호흡, 시선 처리, 발성 같은 것은 하나도 지적을 안 하시고 ‘너 그래서 이 사람 말 들었어?’라고만 하시는 거예요.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는데, 연기를 하다 보니 연기를 잘하려면 결국 잘 들어야 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결국 연기는 혼자 하는 게 아니다? 
리액팅, 리액션이 제일 중요하더라고요. 시간이 지날수록 그 말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그만큼 다른 배우와 호흡이 중요하다는 거죠. 그게 가장 기본적인 건데 지금도 놓치고 가는 순간이 너무 많아요. 연기를 오래 한 선배님들도 비슷한 고민을 하시더라고요. 절대 연기란 혼자 잘할 수는 없는 거더라고요.

작년 개봉한 <타짜: 원 아이드 잭>에서 배우로서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반면 흥행 성적은 좋지 않았어요. 
흥행 성적도 중요하죠. 아쉽기도 하고, 섭섭한 마음도 있어요. 시리즈물이니 기대도 컸어요. 그런데 흥행 성적을 일일이 다 생각하면 연기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아요. 이미 작품은 대중 앞에 던져졌고 그 결과에 대해 연연하는 건 바보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아쉬움은 있지만 함께한 배우들도 다 같은 생각일 것 같아요. 모두 기대감 속에 촬영을 하고 최선을 다했고 개봉이 됐을 때는 즐겁게 홍보하는 게 배우로서 할 수 있는 일이에요. 촬영 자체는 너무 재미있는 작업이었거든요.

데뷔 때부터 치명적인 역할을 많이 했는데, 오늘 본 실제 모습은…. 
그런 모습이 ‘1’도 없죠?(웃음) 저도 알아요. 제가 제일 못 하는 게 신비한 거 그리고 치명적인 거예요.

톱과 스커트는 구찌. 이어링과 반지는 부쉐론(Boucheron). 스니커즈는 컨버스(Converse).

재킷과 슈츠는 엠포리오 아르마니(Emporio Armani). 톱은 프리마돈나(Fleamadonna). 이어커프는 불가리. 버건디 컬러 이어링은 애나플레어(Anna Flair).

스스로는 어떤 생각이 드나요? 답답하기도 한가요? 
데뷔를 그렇게 해서 그런 이미지가 대중들에게 각인된 느낌이긴 하죠. 저는 어떤 작품을 만나든 도전하고 싶고, 시도하고 싶고, 내가 못 하는 걸 찾아보고 싶어요. 한 이미지에 한정되어 있는 건 너무 재미없는 일이니까, 내가 잘하는 것만 하고 싶지도 않아요. 잘하니까 혹은 사람들이 원하는 이미지니까 그것만 하면 배우생활이 너무 재미없을 것 같거든요. 앞으로도 제가 못 하는 걸 찾아보고 싶어요. 그렇게 다양한 것들을 시킬 만한 배우로 성장하는 게 제 목표예요.

하지만 배우는 선택받는 직업이라고도 하잖아요? 
사실 시켜주셔야 할 수 있는 거니까요. 나중에 누구나 찾아주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화보 같은 이미지 작업만 해도 제 나름대로 이것저것 해보고 어울리는 걸 찾아가는 과정이 재미있더라고요. 지금은 머리가 짧은데요, 신인 때는 긴 생머리에 묘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게 가장 예쁘고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제일 재미없는 작업이죠.

어떤 역할을 기다려요? 정말 해보고 싶은 거요. 
너무 많아요. 지금 당장 하고 싶은 것보다는 앞으로 멀리 가서 한번쯤 해보고 싶은 건 있어요. 언젠가 사회적 약자를 다루는 이야기도 해보고 싶어요. 제가 <러스트 앤 본>이라는 영화를 정말 좋아하거든요.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는, 한번쯤은 그런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크지 않은 역할이라도 제가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얼마든지요.

드레스는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이어링은 부쉐론. 사각 스터드 이어링은 원스 인 어 라이프타임(Once in a Lifetime). 이어커프는 이에르 로르(Hyeres Lor).

2020년이 시작되었는데 새해 소원을 빌었어요? 
전 계획을 안 하는 스타일이에요. 요즘 꽃을 배우고 있는데 손재주가 하도 없어서 시도해보고 있어요. 올해는 셀프뷰티 같은 걸 조금 더 많이 해보고 싶어요. 워낙 화장을 잘 못해서요. 손재주가 없어요.(웃음)

요즘은 여러 채널을 통해 일상을 보여주는 배우가 많죠. 언젠가 보여줄 생각도 있나요? 
예능은 자신이 없어요. 예능은 어려울 것 같고 개인적인 채널을 여는 건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저도 즐겨 보는 채널이 몇 있거든요. 이국주 씨 채널 너무 재미있어요. 만약 하게 된다면 진짜 리얼한 저의 모습 그대로 해야지 콘셉트를 잡고 하는 건 못 할 것 같아요. 제 전부를 다 보여줄 자신이 생기면 시작하려고요.

요즘 같은 휴식기는 무엇을 하며 보내나요? 
원래는 진짜 집순이예요. 집에서 다음 일을 기대하며 고양이 두 마리와 보내요. 그런데 요즘은 좀 부지런히 지내고 있어요. 골프도 시작했고, 보컬 레슨도 시작했어요. 처음에 너무 열심히 하니까 보컬 선생님이 걸그룹 준비하냐고.(웃음) 그냥 취미로 하는 거예요. 대신 잘하고 싶어요. 어려운 노래로 열심히 연습 중이에요.

고양이 두 마리와 곧 봄을 맞겠군요. 
혼자 살다 보니까 말동무가 필요했어요. 듣는지 안 듣는지 모르겠지만 그냥 혼자 계속 얘기해요. 두 마리 중 한 마리는 소심하고 뚱뚱해요. 다른 한 마리는 엄청 날쌘데 사람을 귀찮게 하는 스타일이에요. 둘이 성향이 너무 달라요. 두 마리니까 둘이 안고 자기도 하고 둘도 없는 친구예요. 유튜브를 시작한다면 아마 처음은 저희 고양이들? 정말이지 혼자 보기 너무 아까워요.

블라우스, 톱과 팬츠, 부츠는 모두 구찌. 이어링은 프레드(Fr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