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과 Z세대가 주도하는 지속가능한 소비 행위. 선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하는 공정성에 대하여.

 

틈날 때마다 밀레니얼(Y세대)과 Z세대 이야기를 하고 있다. 현재와 다가올 미래의 주요 소비층으로서 세태에 따른 자연스러운 관심이기도 하고, 알면 알수록 흥미롭다고 해야 할까. 남들과 경쟁하기보다 과거의 나를 이기기 위해 애쓰고, 다수를 따르기보다 소신을 지키며, 소비를 할 때도 내면의 선한 영향력까지 고려하는 그들의 방향성과 성장세가 어쩐지 퍽 마음에 든다.

해마다 솔깃한 주제로 트렌디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책 앞으로 모으는 <트렌드 코리아 2020>(미래의 창, 김난도 외)에 의하면 밀레니얼과 Z세대는 공정성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새치기나 부정승차와 같은 행위는 그야말로 그들의 표현을 빌려 ‘극혐’(극도로 혐오한다는 의미의 신조어)이라는 거다. 때때로 공정성을 향한 그들의 목소리가 자기중심적이고 당돌하게 표현되기도 하지만 단 한 가지, 나 이외의 타인과 사회에 미치는 선한 영향력을 고려한다는 점에서는 다수를 생각하는 공익성도 엿보인다. 그들은 아무리 멋진 제품이라고 광고를 해도 제작 과정에서 잘못된 점을 발견하면 구매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이 진짜 모피가 아닌 에코 퍼로 만든 아이템을 착한 제품이라고 판매했는데, 그 공정 과정에서 환경 오염이 심각하다는 사실을 접했다면 지갑을 열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정성이 침해당했다고 생각하면 즉시 소비하지 않는 것으로 표현한다. 힘들게 쌓아 올린 브랜드 이미지가 추락하는 건 순식간이다.

급변한 기후에 대해 절망감을 느끼고 직접 환경 운동에 뛰어든 소녀 그레타 툰베리는 이 같은 Z세대를 대표한다. 미국 <타임>지가 선정하는 ‘2019 올해의 인물’에 최연소로 선정된 그녀는 올해 17세로 매주 금요일마다 학교 대신 국회의사당 앞으로 가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이라는 보드를 들고 1인 시위를 하는 것으로 잘 알려졌다. 물론 그녀에게도 뾰족한 수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방관하고 있는 어른들에게, 권력자들에게, 어떤 결정권자들에게 끊임없이 알리고자 한다. 고통받는 사람들, 위협받는 생태계, 멸종이 도래한 시점에 아직도 경제성장만 이야기하는 건 너무 무책임하다고. 많은 대중이 지지하고, 100개 이상 도시에서 학생들의 파업을 이끌어내기도 했으나, 그녀의 생각과 움직임에 대노함으로 상대하는 도널드 트럼프와 같은 어른도 있다. UN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다보스 포럼,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도 연설을 이어가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그녀다. 마땅히 누려야 할 소녀로서 행복보다 우울함을 희망으로 바꾸기 위해 환경 운동을 시작한 그녀는 누구보다 큰 선한 영향력을 나누고 있다.

최근 지속가능성, 필환경, 친환경과 같은 단어는 마치 유행어가 되어 공기를 떠도는 기분이다. 그만큼 자주 볼 수 있다. 단어의 무게와 상관없이 트렌드에 영합해 쉽게 사용하는 주체도 더러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단순히 일회성이나 단기간의 특별 에디션을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기업 이념을 수정하면서까지 적극적인 신호를 보내는 멀버리의 행보가 고맙다. 멀버리는 ‘멀버리 그린(Mulberry Green)’이라는 이름의 책임 공약을 발표했다. 제품을 디자인하고 소싱 및 제작하는 과정에서 주의와 관심을 기울이며, 긍정적인 변화와 책임 있는 브랜드 유산을 만들어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거다. 이 같은 고객과의 약속의 일환으로 가장 먼저 두 가지 지속가능한 아이템을 소개한다. 첫 번째는 비닐봉지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100% 친환경 가방 포토벨로. 영국 서머싯에 있는 탄소중립 공장에서 제작한 이 가방은 식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부산물로 만든 헤비 그레인 가죽을 사용하며, 재활용 폴리에스테르 섬유로 만든 실을 사용해 스티치를 완성했다. 평생 수선 서비스를 통해 고객이 아끼는 가방을 평생 사용하도록 돕는 것은 물론 판매 수익금 전액은 야생 동물과 서식지를 보존하고 영구 보호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하는 자선단체 월드 랜드 트러스트(World Land Trust)에 기부한다. 바다에서 수거한 플라스틱 폐기물과 어망, 텍스타일 파이버 폐기물 등을 재활용해 만든 남성용 가방, 카모체크 캡슐 컬렉션도 있다(여성이 들어도 물론 예쁘다). 전통적인 밀리터리 모티브를 변형시켜 타탄과 결합으로 재해석한 패턴은 행여 지속가능한 친환경 제품이 예쁘지 않다는 편견까지 한번에 날려버린다.

칭찬받아야 마땅한 브랜드가 또 있다. 태생부터 “우리는 우리의 터전,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사업을 합니다”라는 사명 아래 공인된 사회적 기업으로서 환경보호에 힘쓰는 파타고니아다. 모두가 2019년 연말의 행복한 기운에 취해 있을 때 파타고니아로부터 풀뿌리 환경단체 지원 모금 캠페인 ‘Gift of Giving’이 목표액 천만 달러(약 116억)를 달성했다는 메일을 받았다. 미국 최대 쇼핑 행사인 블랙프라이데이부터 한 달간 천만 달러를 모금하고, 파타고니아의 천만 달러 기부금을 매칭해 총 2천만 달러를 기부하는 캠페인인데, 수만 명의 개인 기부자들이 참여한 결과 17일 만에 목표액을 조기 달성하는 기록을 세운 것. 환경 오염은 물론 기후 변화, 생태계 보호 관련 등 다양한 환경 문제 해결해서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돕는 파타고니아의 환경 보호는 지금 오늘도 세계 곳곳에서 계속되고 있다. 우리는 현명한 소비를 통해 그들의 노력을 지지하면 될 일이다.